'추석 지갑 잡아라' 홈쇼핑 할인 경쟁
2026-09-09 09:58

한국TV홈쇼핑협회의 ‘2025년 TV홈쇼핑 산업 현황’을 보면 지난해 국내 7개 TV홈쇼핑 사업자의 전체 거래액은 18조5053억원이었다. 전년보다 5.1% 줄어든 규모다. 2021년 21조959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4년 연속 감소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4.2%를 기록했다.
TV 방송 매출 역시 감소세다. 지난해 방송 매출액은 2조6181억원으로 전년보다 0.9% 줄었다.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체 매출에서 TV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도 46.7%로 떨어지며 처음으로 절반 아래로 내려갔다.
홈쇼핑 업체들은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해 상품 구성을 바꾸고 있다. 마진이 낮고 판매 효율이 떨어지는 가전제품 등의 편성은 줄이고 패션과 뷰티, 건강기능식품 등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늘리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전략은 올해 상반기 실적에도 나타났다. CJ온스타일은 매출 7813억원, 영업이익 499억원을 기록했고 GS샵은 매출 5302억원, 영업이익 564억원을 올렸다. 롯데홈쇼핑은 매출 4710억원, 영업이익 463억원, 현대홈쇼핑은 매출 5520억원, 영업이익 529억원을 기록했다. NS홈쇼핑은 매출 3470억원, 영업이익 366억원이었다.
5개사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24.1% 늘었다. 합산 영업이익률도 7.5%에서 9.0%로 높아졌다. 매출을 크게 늘리기보다 수익성이 높은 상품 중심으로 판매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추석은 홈쇼핑 업체들이 주력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시기다.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각 업체는 할인과 적립 혜택을 내놓으며 소비자의 지갑을 잡기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현대홈쇼핑은 오는 13일까지 ‘다드림 감사제’를 진행한다. 현대H몰 행사 페이지를 찾은 고객 가운데 매일 선착순 5만명에게 5만원 상당의 쿠폰팩을 제공한다. 30만원 이상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3만원 할인 쿠폰과 10% 할인 쿠폰, 5000원 할인권 등이 포함됐다.
식품을 대상으로 한 적립 혜택도 마련했다. 현대H몰이나 TV홈쇼핑에서 오는 22일까지 식품 상품을 2개 이상 구매하면 결제금액의 최대 10%를 적립한다. 최대 적립 한도는 100만포인트다. 식품 외 상품도 14일부터 22일까지 10%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다.
GS샵은 지난 2일부터 21일까지 ‘판타지 추석’ 특집을 진행한다. 행사 상품을 2개 이상, 누적 10만원 이상 구매하면 결제금액의 10%를 최대 3만원까지 적립한다. 행사카드로 5만원 이상 결제할 경우 상품과 날짜에 따라 5~7% 즉시 할인도 제공한다.
신세계라이브쇼핑도 ‘추향 저격’ 행사를 마련하고 관련 상품 구매 고객에게 7%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여러 상품을 구매하면 추가 포인트도 지급한다. 일부 LA갈비와 도가니탕 상품은 한 번 주문한 상품을 두 곳의 배송지로 나눠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상품 편성도 명절 수요에 맞춰 달라지고 있다. 올해 추석은 9월 25일로, 24일부터 27일까지 4일간 연휴가 이어진다. 업계는 연휴가 길지 않은 만큼 명절 음식을 직접 준비하는 부담을 덜려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육류와 가정간편식(HMR) 편성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9일부터 추석 전 배송이 끝나는 22일까지 소고기 원육과 갈비류 방송을 집중 편성한다. 꽃갈비 원육과 LA갈비, 포갈비, 소갈비찜, 양념 살치살 등을 판매한다. 한우 불고기와 한우 미역국, 왕갈비탕처럼 조리 부담을 줄인 상품도 선보인다.
원육 상품 물량은 올해 설보다 50% 이상 늘렸고 전체 육류 방송 편성도 평소보다 약 30% 확대했다. 최근 방송한 조선호텔 LA갈비와 포갈비는 각각 내부 목표 대비 60% 이상의 주문 실적을 기록했다.
명절 먹거리 소비 방식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GS샵이 2015년과 2025년 추석 직전 3주간 판매 자료를 비교한 결과 식품 매출 비중은 9.3%에서 17.9%로 높아졌다. 식품 매출액도 같은 기간 80% 증가했다.
반면 주방용품의 매출 비중은 8.0%에서 3.3%로 낮아졌고 매출액은 38% 감소했다. 직접 명절 음식을 만들기 위한 냄비와 프라이팬보다 바로 먹거나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관련 상품의 비중도 커졌다. 건강용품과 건강식품의 매출 비중은 7.0%에서 15.3%로 상승했고 매출액은 103% 증가했다. 의류와 이미용, 신발 상품의 매출 비중도 각각 높아졌다.

건강기능식품을 중심으로 한 선물 경쟁도 이어진다. NS홈쇼핑은 15일 정관장 홍삼활력플러스를 본품과 증정분을 합쳐 총 10박스, 300포 구성으로 판매한다. 쇼핑백 10장도 함께 제공한다. 19일에는 콜라겐 상품에 신세계상품권 10만원을 더한 상품을 선보인다.
GS샵도 11일 건강기능식품 방송 구매 고객에게 마사지기를 증정하는 등 사은품을 강화한다. 식품은 할인과 적립, 건강기능식품은 추가 구성과 사은품을 앞세워 추석 선물 수요를 공략하는 모습이다.
홈쇼핑 업계는 이번 추석을 통해 감소세가 이어지는 시장에서 소비자를 다시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명절 음식의 간편화와 선물 수요 증가 등 달라진 소비 흐름에 맞춰 상품과 혜택을 구성한 만큼, 추석 대목이 하반기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수백 개의 병뚜껑으로 삼국시대 금동신발을 표현한 학생들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국중박 분장놀이 전국편’이 만들어낸 장면들이다. 최근 이 행사는 SNS에서 48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유산을 직접 몸으로 표현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참여형 콘텐츠가 대중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과거 박물관은 조용히 유물을 감상하는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녀노소가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사실 예술 작품을 사람들이 직접 따라 하며 즐기는 문화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세기 유럽에서는 명화나 역사적 장면을 사람의 몸과 주변 배경으로 재현한 뒤 그대로 멈춰 있는 ‘활인화(Tableaux Vivants)’가 사교적인 오락으로 인기를 끌었다.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미국 J. 폴 게티 미술관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활용해 유명 작품을 재현하는 챌린지를 제안했고, 이는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이어졌다.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러한 흐름을 우리 문화유산에 접목했다. 2025년 처음 시작한 ‘국중박 분장놀이’는 유리 진열장 안에 놓여 있던 유물을 사람들이 직접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기획이다.참가자들은 단순히 유물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찾아보고 공부한 뒤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익숙하게 보던 문화유산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하면서 진열장 속 유물이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특히 지난해 시작한 행사가 큰 호응을 얻으면서 올해는 전국 4개 권역으로 범위를 넓혔다. 참가자들은 널리 알려진 유물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유산까지 찾아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재현했다.이 과정에서 대중은 단순히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에서 벗어났다. 자신이 직접 문화유산을 알아보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이다. 재미를 통해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하지만 행사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지역 박물관의 현실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형 국립박물관에 비해 지방 공립박물관은 인력과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지역에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향토 문화유산이 적지 않다. 이런 유물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한다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있다.문제는 이를 실제 기획으로 이어갈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초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방 공립박물관에서는 소수의 학예사가 유물 관리뿐 아니라 각종 행정 업무까지 맡는 경우가 있다.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이유다.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발길을 지역으로 이끄는 문화 콘텐츠도 필요하다. 이번 ‘국중박 분장놀이’의 흥행은 재미있는 콘텐츠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따라서 이 기획이 단순한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고 전국적인 문화 축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역 박물관으로 경험을 넓힐 필요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행사 규모를 확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의 작은 박물관들도 비슷한 기획을 시도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공유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지역 박물관에 잠들어 있는 향토 문화유산도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만나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사람들이 직접 유물을 표현하고 지역의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면 박물관은 지역민에게 더욱 가까운 공간이 될 수 있다.국중박 분장놀이가 보여준 가능성이 수도권의 대형 박물관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 곳곳으로 이어진다면 문화유산을 즐기는 방식도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진열장 속에 머물던 유물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통해 다시 살아나는 문화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