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유학생 살인범, 직접 실종 신고 '대담'

2026-08-27 21:39

 경북 경산의 한 대학교 인근에서 발생한 중국인 유학생 살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의자의 계획적인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산경찰서는 같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 국적 남성 정모 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며, 정 씨는 지난 20일 새벽 피해 여성 A씨를 숨지게 한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우발적인 다툼 끝에 벌어진 일이라는 피의자의 주장과 달리, 범행 전후의 치밀한 행적에 주목하며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다.

 

경찰 수사의 핵심은 피의자가 범행 직후 보여준 기만적인 행동과 시신 유기 경로를 밝히는 데 있다. 정 씨는 범행 후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조작해 마치 A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으며, 본인이 직접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이러한 행위는 수사 초기 혼선을 유도하고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현재 경찰은 정 씨의 차량 이동 기록과 주거지 인근 CCTV를 확보해 범행 이후의 정확한 동선을 재구성하고 있다.

 


피해자의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은 피의자가 지목한 장소들의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정 씨는 경산 외곽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했으나, 해당 장소 중 일부는 일반적인 접근이 어려운 특수 시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인근 관할 경찰서와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대규모 수색 인력을 투입해 현장 감식과 수색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유기 장소가 광범위한 만큼 증거 확보를 위한 정밀 수색이 긴박하게 진행 중이다.

 

디지털 포렌식 수사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정 씨와 A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해 두 사람 사이의 실제 관계와 범행 전 연락 내역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특히 정 씨가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했는지, 혹은 시신 유기 장소를 미리 검색했는지 등 계획 범죄를 입증할 결정적 단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피의자의 일방적인 진술에 의존하기보다 객관적인 물증을 통해 범행 동기를 명확히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사건의 잔혹성과 은폐 수법을 고려해 경찰은 정 씨에 대한 심리 분석도 병행할 계획이다. 범행 후 태연하게 실종 신고를 하고 피해자 행세를 한 점 등 일반적인 범죄자의 심리 상태를 벗어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필요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의 죄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대구지방법원은 27일 오후 정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으며,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명확한 만큼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며,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최종 시신 수습과 범행 전말 공개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역 사회의 불안감이 커짐에 따라 경찰은 피의자의 신상 공개 여부에 대해서도 관련 절차에 따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비극의 낙동강, 이제는 건축 여행의 메카로

과 엄숙한 추모의 공간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칠곡은 전쟁의 기억을 넘어, 그 파괴된 자리에 다시 세워진 건축물들을 통해 삶의 회복과 사색을 제안하는 여행지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왜관읍 일대를 중심으로 국경과 세대를 넘나든 건축가들의 흔적이 켜켜이 쌓이며 칠곡만의 독특한 인문학적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그 변화의 중심에는 석적읍 논둑길 사이에 자리 잡은 복합문화공간 '시호재&시차'가 있다. 평범한 시골 마을의 풍경 속에 파고든 이 현대적인 건축물은 외지인들을 칠곡으로 불러모으는 강력한 자석 역할을 한다. 이곳은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개인 미술관과 게스트하우스를 겸비한 건축주의 꿈이 담긴 집이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동시에, 건축이 선사하는 공간의 미학과 정서적 몰입감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일상의 번잡함을 덜어낸다.공간의 이름인 '시호재'는 시간을 얹는 활의 집이라는 뜻을 지니며, '시차'는 외부 세계와는 다른 느린 시간이 흐르는 곳임을 상징한다. 건축물은 마치 촛불을 감싸 쥔 두 손처럼 유연한 타원형 곡선을 그리며 서 있다. 두 동의 건물은 시선이 머무는 각도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하며 방문객에게 끊임없는 시각적 자극을 준다. 높게 솟아 위압감을 주는 대신, 낮은 자세로 주변 농가와 조화를 이루며 차분하게 공간을 구분 짓는 배려가 돋보인다.이곳의 매력은 한눈에 전모를 파악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성에 있다. 산책로를 따라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공간이 열리고, 빛과 그늘이 교차하는 지점마다 기대하지 못한 풍경이 펼쳐진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게 숨겨둔 공간의 미학은 낯선 여행지를 탐험할 때 느끼는 설렘과 닮아 있다. 방문객들은 건축가가 의도한 동선을 따라가며 마치 미로를 탐험하듯 공간이 주는 두근거림을 만끽하게 된다.시호재&시차를 설계한 유이화 건축가는 세계적인 거장 이타미 준(유동룡)의 장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아버지가 제주에 남긴 자연 친화적 건축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석을 덧붙였다. 바람 소리를 건축의 일부로 끌어들였던 아버지의 '풍(風) 미술관'처럼, 유이화는 칠곡의 대지에 마음의 화살을 얹는 사색의 공간을 빚어냈다. 부드럽게 휘어진 외벽과 섬세한 마감은 대를 이어 내려오는 건축적 유산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진화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전쟁의 비극이 휩쓸고 간 칠곡의 땅은 이제 건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치유의 메시지를 던진다. 프랑스와 독일의 신부들, 그리고 재일교포 건축가의 딸이 남긴 건축물들은 경계에 서 있던 이들이 이 땅에 심어놓은 희망의 증거들이다. 칠곡 여행은 이제 위령탑을 도는 엄숙한 행위를 넘어, 부서진 땅 위에 다시 세워진 아름다운 건축물 사이를 거닐며 삶의 방향을 다시 겨누는 여정이 되고 있다. 건축이 보여주는 특별한 미감은 칠곡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기분 좋은 여행의 이유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