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67% 차지, 국민연금 추납 제도의 맹점
2026-08-21 21:02
단 한 달의 가입 이력이 평생 받는 연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국민연금 제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한국 국민연금의 추후납부 제도를 활용해 짧은 가입 이력만으로 노령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는 외국인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본래 가입 공백을 메워 노후 보장을 돕기 위해 마련된 장치가 일부에게는 연금 수급 자격을 빠르게 갖추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이 제도는 실직, 폐업, 결혼, 출산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했던 기간에 대해 나중에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1999년 도입됐고, 2011년부터는 무소득 배우자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국민연금 적용 제외 기간까지 납부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는 최대 119개월까지 보험료를 낼 수 있다.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으려면 최소 가입 기간 120개월을 채워야 한다. 이 때문에 실제 가입 기간이 1개월뿐이어도 나머지 119개월분을 한꺼번에 납부하면 수급 요건을 맞출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외국인도 과거 외국인 등록이 돼 있었고 대상 기간이 인정되면 신청할 수 있어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 사례를 보면 중국 국적 A씨는 방문취업 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사업장에서 1개월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이후 60세가 되면서 원래는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받는 반환일시금 대상이었지만, 매달 연금을 받는 방식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119개월분을 한꺼번에 냈다. 그 결과 노령연금 수급 요건인 120개월을 채워 현재 매달 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중국 국적자는 건설 일용직으로 1개월 가입한 뒤 출국해 반환일시금을 받았다. 이후 다시 입국해 1개월 가입하고, 임의계속가입과 기존 반환일시금 반납, 119개월분 납부를 거쳐 총 121개월의 가입 기간을 확보했다. 영주 체류자격을 가진 중국 국적자가 9개월 가입 뒤 128개월분을 납부하고 조기 노령연금을 청구해 현재 중국에서 연금을 받는 사례도 전해졌다.

관리 사각지대도 우려된다. 외국인 수급자의 체류 자격, 혼인관계, 가족관계, 해외 거주 여부 등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수급자가 해외에 거주할 경우 사망 여부를 제때 파악하지 못하면 연금이 계속 지급되는 오지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민연금 재정에 미칠 영향도 쟁점이다. 한꺼번에 보험료를 납부하더라도 연금은 수급자가 사망할 때까지 매달 지급된다. 단기 가입 뒤 대규모 납부로 평생 연금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기금 지속가능성과 가입자 간 부담·급여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와 정치권에서는 외국인 관련 기준을 더 세밀하게 손질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외국인 등록 여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실제 국내 거주 기간, 소득활동 이력, 보험료 납부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주변 금속판을 녹슬게 하며 기묘한 그림을 완성한다. 작가가 직접 붓을 들지 않았음에도 시간과 자연의 섭리가 철판 위에 예술을 새겨 넣은 것이다. 이는 한국 개념미술의 독보적인 자취를 남긴 고(故) 우순옥 작가의 대표작 '연기드로잉'이 보여주는 찰나와 영원의 기록이다.성곡미스트관에서 열리고 있는 회고전 '우순옥-예술은 이미 당신의 마음 속에 있다'는 작가의 1980년대 초기작부터 작고 직전의 유작까지 20여 점의 정수를 한자리에 모았다. 우순옥은 평생 존재와 기억,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시간의 층위를 탐구해온 예술가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사물을 재현하는 차원을 넘어,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철학적 질문들을 관객에게 던진다. 연필과 파스텔 같은 전통적 매체는 물론, 녹슨 철판과 식물, 낡은 가구 등 일상의 사물들은 그의 손을 거쳐 존재를 증명하는 매개체로 변모한다.작가의 예술관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우연성'과 '비통제'다. 예술가가 모든 것을 의도하고 지배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는 사물이 지닌 고유한 시간성과 자연스러운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앞서 언급한 연기드로잉처럼, 작가는 무대를 설정할 뿐 실제 그림을 완성하는 주체는 물방울과 수증기, 그리고 흐르는 시간이다. 이러한 태도는 삶의 유한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피어나는 숭고한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반영한다.전시장 한편의 '따뜻한 벽'은 관람객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작품이다. 평범한 흰 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사람의 체온과 유사한 온기가 느껴진다.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라는 미술관의 불문율을 깨고, 관객은 벽을 만지며 그 안의 생명력을 감각해야 한다. 차갑고 단절된 공간을 상징하는 벽이 임신부의 배처럼 따스한 곡면과 온기를 품음으로써, 삶과 죽음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고리 안에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또 다른 공간에서는 검은 면천 사이로 떠오른 달을 만날 수 있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길게 늘어진 12장의 천 사이를 거닐다 보면, 관객은 거대한 우주 속에서 오직 자신만이 존재하는 사적인 방에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경험한다. 이화여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수학하며 다진 그의 조형 언어는 이처럼 정적인 미학 속에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아내고 있다. 그는 오랜 시간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개념적 지평을 넓히는 데 헌신했다.이번 전시는 완성된 결과물로서의 예술이 아니라, 관객이 머무는 시간과 경험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과정으로서의 예술을 보여준다. 우순옥의 작품들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순간들이 사실은 얼마나 귀중한 기억의 조각인지를 일깨워준다. 작가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온기와 흔적은 10월 초까지 성곡미술관의 벽과 바닥, 그리고 관객의 마음속에 머물며 예술과 삶의 관계를 다시금 성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