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10년의 기적, 미국 전용 매장 85곳

2026-08-21 20:38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 상륙 10년 만에 누적 판매량 45만 대를 넘어서며 럭셔리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2016년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한 이후 올해 7월까지 현지에서 기록한 총판매량은 45만 4,049대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연간 판매 8만 대 벽을 처음으로 허물었으며, 2021년부터 5년 연속으로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역대급 실적을 거두며 22개월 연속 판매 증가세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이러한 가파른 성장세의 중심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자리 잡고 있다. 초기 세단 중심이었던 라인업을 SUV로 빠르게 재편한 전략이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정확히 관통했다. 현재 제네시스 전체 누적 판매량 중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상회한다. 특히 GV70와 GV80 두 모델은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며 브랜드의 핵심 기둥으로 안착했다. 뛰어난 주행 성능과 독창적인 디자인, 그리고 까다로운 미국 시장에서 입증된 충돌 안전성이 판매 확대를 견인한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지 전문 매체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카 앤 드라이버는 GV70와 GV80를 각각 5년, 6년 연속 부문별 최고 모델로 선정하며 상품성을 인정했다. 더욱 고무적인 성과는 지난해 말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발표한 '최고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선정이다. 제네시스는 전통의 강자인 포르쉐와 경합한 끝에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브랜드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는 단순한 가성비 브랜드를 넘어 기술력과 감성 품질을 모두 갖춘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제네시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초대형 전기 SUV 'GV90'가 그 신호탄이다. 플래그십 전용 플랫폼인 eMP를 기반으로 제작된 GV90는 세계 최초의 루프 에어백과 혁신적인 코치 도어를 적용해 기술적 우위를 뽐냈다. 구매력이 높은 실리콘밸리 인근 샌프란시스코를 공개 장소로 택한 것은 첨단 기술에 민감한 미국 상류층 고객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판매 네트워크와 마케팅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최근 캘리포니아주 샌브루노에 85번째 전용 전시장을 열며 북미 지역 거점을 대폭 확대했다. 2022년 첫 전용 전시장 개소 이후 불과 4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이와 함께 뉴욕 맨해튼의 복합 문화 공간 운영과 PGA 투어 타이틀 스폰서십 등 문화와 스포츠를 결합한 프리미엄 마케팅을 지속하며 현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판매 실적으로 직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셈이다.

 

향후 제네시스는 고성능 라인업인 GV60 마그마와 기존 SUV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로 투입해 더욱 촘촘한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브랜드 관계자는 미국이 글로벌 성장을 이끄는 핵심 시장임을 강조하며, 신규 라인업과 전용 전시장 확대를 통해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10년 전 도전자로 시작했던 제네시스가 이제는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 시장의 주역으로 우뚝 서며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벽에서 느껴지는 체온,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묻다

주변 금속판을 녹슬게 하며 기묘한 그림을 완성한다. 작가가 직접 붓을 들지 않았음에도 시간과 자연의 섭리가 철판 위에 예술을 새겨 넣은 것이다. 이는 한국 개념미술의 독보적인 자취를 남긴 고(故) 우순옥 작가의 대표작 '연기드로잉'이 보여주는 찰나와 영원의 기록이다.성곡미스트관에서 열리고 있는 회고전 '우순옥-예술은 이미 당신의 마음 속에 있다'는 작가의 1980년대 초기작부터 작고 직전의 유작까지 20여 점의 정수를 한자리에 모았다. 우순옥은 평생 존재와 기억,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시간의 층위를 탐구해온 예술가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사물을 재현하는 차원을 넘어,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철학적 질문들을 관객에게 던진다. 연필과 파스텔 같은 전통적 매체는 물론, 녹슨 철판과 식물, 낡은 가구 등 일상의 사물들은 그의 손을 거쳐 존재를 증명하는 매개체로 변모한다.작가의 예술관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우연성'과 '비통제'다. 예술가가 모든 것을 의도하고 지배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는 사물이 지닌 고유한 시간성과 자연스러운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앞서 언급한 연기드로잉처럼, 작가는 무대를 설정할 뿐 실제 그림을 완성하는 주체는 물방울과 수증기, 그리고 흐르는 시간이다. 이러한 태도는 삶의 유한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피어나는 숭고한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반영한다.전시장 한편의 '따뜻한 벽'은 관람객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작품이다. 평범한 흰 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사람의 체온과 유사한 온기가 느껴진다.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라는 미술관의 불문율을 깨고, 관객은 벽을 만지며 그 안의 생명력을 감각해야 한다. 차갑고 단절된 공간을 상징하는 벽이 임신부의 배처럼 따스한 곡면과 온기를 품음으로써, 삶과 죽음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고리 안에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또 다른 공간에서는 검은 면천 사이로 떠오른 달을 만날 수 있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길게 늘어진 12장의 천 사이를 거닐다 보면, 관객은 거대한 우주 속에서 오직 자신만이 존재하는 사적인 방에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경험한다. 이화여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수학하며 다진 그의 조형 언어는 이처럼 정적인 미학 속에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아내고 있다. 그는 오랜 시간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개념적 지평을 넓히는 데 헌신했다.이번 전시는 완성된 결과물로서의 예술이 아니라, 관객이 머무는 시간과 경험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과정으로서의 예술을 보여준다. 우순옥의 작품들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순간들이 사실은 얼마나 귀중한 기억의 조각인지를 일깨워준다. 작가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온기와 흔적은 10월 초까지 성곡미술관의 벽과 바닥, 그리고 관객의 마음속에 머물며 예술과 삶의 관계를 다시금 성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