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줄 알았다" 천하람의 2박 3일 훈련기

2026-08-14 23:04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2박 3일간의 논산 육군훈련소 신병 교육 체험을 마치고 현역 장병들의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했다. 지난 12일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훈련병들과 똑같이 입소한 그는 퇴소 직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훈련 과정의 고됨과 군 내부의 변화상을 상세히 전했다. 천 대표는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군복을 입고 단체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상상 이상의 도전이었다고 회상하며,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의 노고가 얼마나 막중한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고백했다.

 

체험 기간 중 천 대표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군 교육 체계의 디지털 전환이었다. 훈련 일정과 개인별 체력 측정 결과가 스마트워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안내되고 기록되는 시스템은 과거의 군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간부와 조교들의 행정 업무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었으며, 훈련병들 역시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확인하며 훈련에 임할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그는 아직 스마트워치가 보급되지 않은 일부 교육 연대에도 조속히 장비가 도입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꼼꼼히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훈련소의 생활 환경 개선도 인상적인 대목으로 꼽혔다. 모든 생활관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폭염 속에서도 장병들이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받는 모습은 바람직한 변화로 평가됐다. 특히 취사병 대신 전문 민간 업체가 위탁 운영하는 훈련소 식당은 맛과 질 면에서 훈련병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었다. 천 대표는 가장 뜨거운 낮 시간대에는 오침과 개인 정비를 통해 온열 질환을 예방하는 등 안전과 훈련 성과를 동시에 챙기는 현대적 군 운영 시스템을 직접 확인했다고 전했다.

 

강도 높은 전술 훈련 과정에서는 20대 젊은 장병들의 투철한 책임감을 엿볼 수 있었다. 새벽 3시에 기상해 각개전투 등 핵심 훈련에 집중하는 장병들의 모습에서 천 대표는 뭉클한 전우애를 느꼈다고 밝혔다. 극한의 더위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는 청년 세대의 모습은 기성세대가 가진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그는 우리 군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 세대가 누구보다 충실하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이번 입소 체험은 단순한 보여주기식 행보를 넘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실천적 의지에서 비롯됐다. 천 대표는 입소 전부터 장병들의 실질적인 처우와 생활 환경을 몸소 겪어본 뒤 이를 국방위 활동의 기초 자료로 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 체험을 통해 확인한 스마트 기기 도입 현황이나 급식 만족도, 폭염 대응 의료 체계 등은 향후 국회 국방위원회 정책 질의에서 핵심적인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현장의 디테일을 확보한 정치인의 목소리가 국방 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천하람 원내대표의 2박 3일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국군 장병들이 마주하는 일상의 무게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는 훈련을 받는 동안 '정말 죽는 줄 알았다'는 솔직한 표현으로 훈련의 강도를 설명하면서도, 이를 매일 견뎌내는 장병들을 위해 정치권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겼다고 전했다. 현역 의원의 첫 훈련소 입소라는 기록보다 그가 현장에서 길어 올린 생생한 경험담이 군 장병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입법과 예산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AI 시대 예술의 본질은 몸, 데블린이 던진 화두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관객이 작품의 경이로움에 빠져들 때쯤, 견고해 보이던 책장이 마법처럼 열리며 거울로 이루어진 무한한 미로가 눈앞에 펼쳐진다. 서울 가회동의 푸투라 서울에서 막을 올린 에스 데블린의 개인전은 이처럼 관객을 단순한 관찰자에서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극적인 장치로 시작된다. 거울 미로 속에 들어선 이들은 수없이 복제된 자신의 형상과 타인의 얼굴이 뒤섞이는 기묘한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이번 전시는 비욘세와 아델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무대를 설계하며 '스펙터클의 거장'이라 불려온 에스 데블린의 철학을 집대성한 자리다. 런던 올림픽 폐막식과 슈퍼볼 하프타임 쇼 등 수만 명을 열광시켰던 그의 이력은 언뜻 화려한 겉치레에 집중할 것 같지만, 실상 그가 추구하는 핵심은 '거대한 규모의 친밀함'에 닿아 있다. 수만 명의 군중 속에서도 결국 예술을 경험하는 주체는 개별적인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이라는 통찰이다. 작가는 거대한 빛과 거울을 도구 삼아 관객 개개인이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내밀한 순간을 정교하게 설계해냈다.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미러 메이즈'는 자아의 경계를 허무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거울은 본래 나를 확인하는 도구지만, 데블린의 미로 안에서는 내가 아닌 타인의 모습이 먼저 들어오거나 옆 사람의 실루엣과 나의 형상이 겹쳐진다. 이러한 시각적 어긋남은 '나'라고 믿어왔던 단단한 자아의 틀을 느슨하게 만든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 실제와 반사 사이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며 우리가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역설한다. 미로의 끝에서 마주하는 붉은 백스테이지 공간은 이 모든 환상이 만들어진 과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창작의 고통과 협업의 가치를 동시에 보여준다.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넘어선 생태적 관점도 이번 전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타원형 구조물 안에 250종의 생명을 담아낸 '컴 홈 어게인'은 서울과 런던의 생태계를 하나의 서사로 엮어낸다. 작가는 서울에 서식하는 수천 종의 생물 중 인간은 단 한 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거울의 틀 안에 인간의 얼굴 대신 새와 곤충, 식물의 형상을 채워 넣었다. 이는 나를 타인에게 열었던 거울의 기능을 종 전체로 확장하여, 인간이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해야 하는 필연적인 운명임을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합창으로 증명해 보인다.인공지능(AI)이 이미지를 무한 생성하는 시대에 데블린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몸'이 가진 가치를 강조한다. 그는 의식이 머릿속 관념이 아닌 물리적인 신체 안에 구현되어 있다고 믿으며, 사람과 사람이 실제로 마주하는 '체화된 만남'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전시장에 마련된 '콜렉티브 포트레이트'는 이러한 신념의 실천적 공간이다. 관객들은 처음 보는 이와 마주 앉아 서로의 얼굴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디지털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 교감의 흔적을 남긴다. 그림의 기술적 완성도보다 서로를 바라보며 보낸 시간의 가치가 작품의 본질이 되는 셈이다.전시장 밖의 자연광을 안으로 끌어들인 '라인 오브 라이트'는 푸투라 서울의 건축미와 어우러져 빛의 서사를 완성한다. 앞선 기획전들이 암전된 공간에서의 몰입을 강조했다면, 데블린은 창밖의 풍경과 인공의 빛을 섞어내며 예술을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30여 년간의 고뇌가 담긴 스케치북을 관객과 공유하는 '스크린쉐어' 역시 작가와 관객이 서로의 흔적을 주고받는 관계임을 명확히 한다. 2027년 초까지 이어지는 이번 여정은 거울과 빛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나아가 타자와 세계를 향해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긴 호흡의 경험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