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총리 되니 야스쿠니 참배 멈추나
2026-08-14 21:40
일본의 패전 81주년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과거 의원 시절부터 매년 8월 15일마다 신사를 찾아 보수 색채를 선명히 했던 그녀였지만,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른 올해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발생한 구마모토 지역의 강진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불참의 공식 사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한일 관계의 복원 흐름을 깨지 않으려는 외교적 판단과 한미일 안보 협력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다카이치 총리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과거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겪었던 외교적 고립의 전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는 재임 중 야스쿠니를 찾았다가 주변국은 물론 동맹국인 미국의 강한 우려를 산 뒤 직접 참배를 자제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취임 전에는 참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으나, 실제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동북아 정세의 안정을 선택한 셈이다. 직접적인 방문 대신 공물을 봉납하는 방식의 간접 참배를 택함으로써 국내 보수 지지층의 요구와 외교적 실리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장소라는 점에서 일본 정치인의 방문 자체가 침략 전쟁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에게 8월 15일은 식민 지배의 사슬을 끊어낸 광복절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깊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일본 집권당 지도부가 집단으로 참배를 강행하는 것은 한국 국민의 정서를 정면으로 자극하는 행위다. 일본 내부의 전문가들조차 패전일의 참배가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신중한 처신을 당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이번 8월 15일은 다카이치 정부의 향후 외교 방향을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총리의 직접 참배 보류가 한일 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진심 어린 결단인지, 아니면 당 지도부의 단체 참배를 묵인하는 형태의 '역할 분담'인지는 조만간 드러날 참배 결과와 이후의 공식 담화를 통해 확인될 것이다. 일본 정치권의 역사 인식이 동북아시아의 평화 지형에 어떤 균형추를 던질지 전 세계의 이목이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로 집중되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관객이 작품의 경이로움에 빠져들 때쯤, 견고해 보이던 책장이 마법처럼 열리며 거울로 이루어진 무한한 미로가 눈앞에 펼쳐진다. 서울 가회동의 푸투라 서울에서 막을 올린 에스 데블린의 개인전은 이처럼 관객을 단순한 관찰자에서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극적인 장치로 시작된다. 거울 미로 속에 들어선 이들은 수없이 복제된 자신의 형상과 타인의 얼굴이 뒤섞이는 기묘한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이번 전시는 비욘세와 아델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무대를 설계하며 '스펙터클의 거장'이라 불려온 에스 데블린의 철학을 집대성한 자리다. 런던 올림픽 폐막식과 슈퍼볼 하프타임 쇼 등 수만 명을 열광시켰던 그의 이력은 언뜻 화려한 겉치레에 집중할 것 같지만, 실상 그가 추구하는 핵심은 '거대한 규모의 친밀함'에 닿아 있다. 수만 명의 군중 속에서도 결국 예술을 경험하는 주체는 개별적인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이라는 통찰이다. 작가는 거대한 빛과 거울을 도구 삼아 관객 개개인이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내밀한 순간을 정교하게 설계해냈다.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미러 메이즈'는 자아의 경계를 허무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거울은 본래 나를 확인하는 도구지만, 데블린의 미로 안에서는 내가 아닌 타인의 모습이 먼저 들어오거나 옆 사람의 실루엣과 나의 형상이 겹쳐진다. 이러한 시각적 어긋남은 '나'라고 믿어왔던 단단한 자아의 틀을 느슨하게 만든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 실제와 반사 사이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며 우리가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역설한다. 미로의 끝에서 마주하는 붉은 백스테이지 공간은 이 모든 환상이 만들어진 과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창작의 고통과 협업의 가치를 동시에 보여준다.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넘어선 생태적 관점도 이번 전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타원형 구조물 안에 250종의 생명을 담아낸 '컴 홈 어게인'은 서울과 런던의 생태계를 하나의 서사로 엮어낸다. 작가는 서울에 서식하는 수천 종의 생물 중 인간은 단 한 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거울의 틀 안에 인간의 얼굴 대신 새와 곤충, 식물의 형상을 채워 넣었다. 이는 나를 타인에게 열었던 거울의 기능을 종 전체로 확장하여, 인간이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해야 하는 필연적인 운명임을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합창으로 증명해 보인다.인공지능(AI)이 이미지를 무한 생성하는 시대에 데블린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몸'이 가진 가치를 강조한다. 그는 의식이 머릿속 관념이 아닌 물리적인 신체 안에 구현되어 있다고 믿으며, 사람과 사람이 실제로 마주하는 '체화된 만남'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전시장에 마련된 '콜렉티브 포트레이트'는 이러한 신념의 실천적 공간이다. 관객들은 처음 보는 이와 마주 앉아 서로의 얼굴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디지털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 교감의 흔적을 남긴다. 그림의 기술적 완성도보다 서로를 바라보며 보낸 시간의 가치가 작품의 본질이 되는 셈이다.전시장 밖의 자연광을 안으로 끌어들인 '라인 오브 라이트'는 푸투라 서울의 건축미와 어우러져 빛의 서사를 완성한다. 앞선 기획전들이 암전된 공간에서의 몰입을 강조했다면, 데블린은 창밖의 풍경과 인공의 빛을 섞어내며 예술을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30여 년간의 고뇌가 담긴 스케치북을 관객과 공유하는 '스크린쉐어' 역시 작가와 관객이 서로의 흔적을 주고받는 관계임을 명확히 한다. 2027년 초까지 이어지는 이번 여정은 거울과 빛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나아가 타자와 세계를 향해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긴 호흡의 경험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