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5·18 포럼 강행, 국회는 아수라장

2026-08-13 23:00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해온 보수단체와 함께 학술 포럼을 개최해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은 5·18이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으나, 정작 행사에 참여한 발제자들은 민주화운동을 소요 사태로 규정하거나 광주를 고립시켜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쳤다. 이에 야당은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며 이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 절차에 즉각 착수하겠다고 밝혀 정국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이번 포럼은 뉴라이트 계열 단체인 새역사국민운동과 공동 주최로 열렸으며, 해당 단체는 과거에도 5·18을 국가 폭력에 의한 학살로 정의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해온 곳이다. 이 의원은 개회사에서 유공자 명단 공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5·18이 성역화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어진 발제에서 이영훈 공동대표가 5·18을 1980년의 소요 사태라고 지칭하고, 좌파의 문화 권력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포럼의 성격은 역사 재조명을 넘어선 폄훼 논란으로 번졌다.

 


현장에서는 발제 내용에 분노한 시민들과 주최 측 지지자들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다. 5·18 부상자회 관계자 등 항의 방문한 시민들은 살인마 전두환을 옹호하느냐며 고성을 질렀고, 이에 찬성 측 청중들이 맞대응하면서 욕설과 몸싸움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이 의원은 이러한 소란이 행사를 방해하려는 특정 세력의 의도라고 규정하며 장내를 정리하려 했으나, 국회 안에서 벌어진 노골적인 역사 왜곡 시도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더욱 충격적인 발언은 주동식 전 당협위원장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이승만과 박정희를 거쳐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맥락이 대한민국의 정통 주인이라고 주장하며, 5·18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주를 대외적으로 고립시키고 내부적으로 분열시켜야 한다는 반인륜적 전략을 제시했다. 또한 전두환 씨를 살인마가 아니라고 옹호하거나 당시 진압군의 강경 대응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등 역사적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발언들이 여과 없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번 사태가 당 전체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이 의원의 개인적 일탈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원내 지도부는 행사 전부터 취소 지침을 내렸음에도 이 의원이 강행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당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함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현직 의원이 국회라는 공적 공간을 제공해 폄훼의 장을 열어준 것에 대해 집권 여당으로서의 관리 책임론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당내에서도 우경화 논란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이번 사건을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공동 대응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긴급 규탄대회를 열고 이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하며 의원직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조국혁신당 등 다른 야당들도 윤리위 징계를 통한 엄중 문책을 요구하고 있어, 이진숙 의원의 행보를 둘러싼 정치적 책임 공방은 국회 차원의 징계 절차로 이어지며 격화될 전망이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AI 시대의 역설…인간의 실수는 예술이다

오인환 vs. 장서영’전을 열고, 산업 현장에서 결함으로 치부되던 ‘휴먼 에러’를 창작의 핵심 동력으로 재정의한다. 이번 전시는 개념 미술의 대가 오인환과 영상 설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장서영이 참여해, 기술 문명이 도달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을 각기 다른 시각적 언어로 탐구한다.오인환 작가는 사회 시스템이 강요하는 균질성에 균열을 내는 인간의 의도적 오류에 주목한다. 그의 영상 작품 ‘칼군무’는 K팝의 상징인 완벽한 일치감을 소재로 삼았지만, 정작 댄서들의 몸에 부착된 카메라가 포착한 것은 미세한 흔들림과 각도의 차이다. 작가는 집단의 조화를 위해 개별성을 지우려는 사회적 압박 속에서도 끝내 감출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차이를 긍정한다. 이는 ‘우리는 하나’라는 보편적 구호 아래 소외되었던 개인의 정체성을 다시금 환기하는 작업이다.함께 전시된 ‘애교 프로젝트’ 역시 젠더 규범이라는 사회적 시스템에 오류를 일으키는 시도다.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 배우들이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애교를 연기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특정 몸짓과 태도가 사실은 학습된 규범에 불과하다는 점을 낯설게 드러낸다. 오인환의 작업은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가 완벽하게 작동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인간의 개별적 존재감을 ‘살갗’의 감각으로 풀어내며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반면 장서영 작가는 사회적 관계를 넘어 인간의 신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생물학적 오류와 소멸에 집중한다. 그는 반도체의 재료인 실리콘과 죽음을 기억하는 ‘바니타스’를 결합해, 영속성을 꿈꾸는 기술 문명과 대비되는 인간 몸의 유한성을 고찰한다. 전래동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폴룩스의 거울’은 인간을 모방하는 AI와 체내에서 증식하는 악성 세포를 겹쳐 보여주며,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통과 실존적 한계를 탐구한다.장서영의 또 다른 작품 ‘이 기억’은 인류가 사라진 먼 미래의 폐병원을 배경으로 한 우화적 영상이다. 자율주행 기기가 홀로 남겨진 공간을 배회하며 인간의 흔적을 찾는 모습은, 기술적 완결성 속에 살면서도 오히려 자신의 취약함을 비정상으로 느끼게 된 현대인의 무력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노화와 질병,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신체적 오류가 오히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자연스러운 조건임을 ‘내장’ 깊숙한 곳의 이질적인 감각으로 전달한다.이번 전시는 최첨단 기술이 창작의 주체로 부상하는 오늘날, 예술이 붙잡아야 할 마지막 보루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완벽을 추구하는 시스템 속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오차와 신체적 고통이야말로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진실이라는 점을 두 작가는 증명해낸다. 전시는 오는 10월 25일까지 무료로 진행되며, 작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이 인공지능 시대 속 인간의 자리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대장정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