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없고 집도 없다, 노인 출소자의 벼랑 끝 열흘
2026-08-11 22:30
새벽 공기를 가르며 교도소 정문을 나서는 고령 출소자들에게 사회는 여전히 차가운 담장 밖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60대 중반을 넘어선 이들이 출소 직후 손에 쥔 돈은 단 몇 천 원에 불과하며, 마중 나오는 가족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감 전 연고지를 향해 수 킬로미터를 걷는 이들의 뒷모습은 우리 사회의 교정 복지가 얼마나 현장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족 해체와 경제적 빈곤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고령 출소자들은 사회 복귀라는 희망 대신 다시 범죄의 유혹이 도사리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통계에 따르면 고령 형사 피의자 중 절반 이상이 배우자나 동거인이 없는 고립 상태이며, 경제적으로도 최하위층에 속하는 경우가 압도적이다. 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안정적인 거처이지만, 현행 주거 지원 사업은 부양가족이 있어야 신청할 수 있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혼이나 단절로 홀로 남겨진 노인 출소자들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인 셈이다. 임시 숙식 제공 사업이 존재하긴 하나, 이마저도 최대 2년이라는 기한이 정해져 있어 근본적인 자립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현행 복지 제도의 가장 큰 맹점은 수혜자가 직접 기관을 찾아가 신청해야 하는 '신청주의' 원칙에 있다. 교정시설에서 출소 사실을 복지 기관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규정이 없다 보니,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들은 자신들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조차 모른 채 방치된다. 휴대전화조차 없는 이들에게 스스로 복지 공단을 찾아가 상담을 받으라는 요구는 사실상 지원을 포기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실제로 많은 재소자가 공단의 존재를 모르거나,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지원 신청을 꺼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결국 갈 곳 없는 노인 출소자들은 다시 고시원과 쪽방촌을 전전하다 만취 소동이나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며 교도소로 돌아가는 길을 택한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일부러 범죄를 저지르고 붙잡히는 이들의 사연은 교정 행정의 실패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사회로 향하는 출구가 막혀버린 상황에서 이들이 마주하는 유일한 안식처가 다시 교도소가 되는 비극적인 '회전문 현상'은 2026년 대한민국 교정 복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작가의 첫 회고전인 ‘우순옥_예술은 이미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초기 드로잉부터 2023년 작고 직전까지의 회화, 설치, 영상 등 대표작들을 전관에 걸쳐 선보인다. 평범한 일상의 사물에 숨을 불어넣어 존재의 본질을 물었던 작가의 궤적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기회다.우순옥의 작품 세계에서 사물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의 실존을 드러내는 통로였다. 그는 연필과 파스텔 같은 전통적인 재료는 물론, 녹슨 철판이나 오래된 책상, 식물, 심지어 연기처럼 실체가 모호한 요소들까지 작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거장 귄터 우커를 사사한 그는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혔다. 그의 손을 거친 사물들은 각자가 지닌 시간의 층위를 드러내며 관람객에게 성찰의 시간을 제안한다.작가는 뒤샹이 일상의 물건을 미술관으로 옮겨 예술의 정의를 물었던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시간의 흔적이 밴 사물들을 통해 ‘인간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우순옥의 공간에서 생성과 소멸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비어 있는 공간은 오히려 그곳에 머물렀던 존재의 흔적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하며, 보이는 사물은 보이지 않는 기억의 세계를 소환한다. 이러한 태도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각적 자극 너머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전시의 제목인 ‘예술은 이미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작가가 평생 견지해온 예술관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그는 예술을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의 전유물이나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가두려 하지 않았다. 대신 일상의 평범한 경험과 개인의 기억,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마음속에서 예술의 실체를 발견하려 했다. 이번 회고전은 정보와 이미지가 과잉된 현대 사회에서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침묵과 비움의 가치를 다시금 환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우순옥은 창작 활동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깊은 족적을 남겼다. 1995년부터 2022년 정년퇴임까지 이화여대 서양화 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이번 전시는 이수균 성곡미술관 부관장과 작가의 동생인 우수경이 공동 기획했으며, 김홍석과 홍승혜 등 동료 작가들이 자문에 참여해 전시의 깊이를 더했다. 작가가 생전에 강조했던 '무위(無爲)'의 정신이 전시 공간 곳곳에 스며들어 관람객들에게 고요한 위로를 건넨다.이미지와 소음이 쉼 없이 쏟아지는 시대에 우순옥의 전시는 우리에게 멈춤을 권한다. 무엇인가를 더 보여주거나 설명하기보다, 비어 있는 자리에 머물며 스스로 감각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그의 작품에는 있다. 40여 년간 작가가 묵묵히 걸어온 예술의 길은 결국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는 여정이다. 성곡미술관 전관을 채운 그의 유작들은 작가는 떠났어도 그가 남긴 질문과 기억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