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무서워" 신흥국들, 중국산 전기차에 빠졌다

2026-08-11 21:50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발생한 고유가 파동이 역설적으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영토 확장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위협할 정도로 치솟자, 상대적으로 유지비가 저렴한 전기차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 가격 하락과 대량 생산 체계를 통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브랜드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수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65% 이상 급증했으며, 그중에서도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의 수출 성장세는 120%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자동차 수출 증가율을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이 빠르게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름값 부담을 느낀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이 중국산 전기차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흐름은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중국 업체들이 구축한 견고한 공급망과 배터리 단가 하락이 자리 잡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팩 가격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중국 내 평균 가격은 세계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제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채택 확대와 수직 계열화된 생산 시스템 덕분에 중국 전기차는 이제 내연기관차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으며, 일부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차보다 저렴한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안보에 민감한 신흥국들은 고유가 시대의 해법으로 중국 전기차 도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국제 유가 상승은 무역 수지 악화와 직결되기에, 국가 차원에서 전기차 보급을 장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실제로 최근 몇 달 사이 호주와 인도, 베트남 등지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폭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10대 중 6대가 중국산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인 일본과 유럽 업체들은 중국의 거센 파고에 직면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을 장악해왔던 일본 브랜드들은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두 자릿수로 올라서는 동안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중국 내수 시장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로 쏟아져 나오는 저가 물량은 기존 업체들에게 상당한 방어 비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내년쯤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가 장기화될수록 중국 전기차의 총소유비용(TCO) 우위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며, 이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재편 속도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들은 이미 배터리부터 완성차, 전용 운반선까지 갖추며 전방위적인 수출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다.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중국 자동차 산업에는 오히려 글로벌 패권을 거머쥘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로 작용하면서, 전 세계 도로 위 풍경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예술은 당신 마음속에\" 故 우순옥 첫 회고전

작가의 첫 회고전인 ‘우순옥_예술은 이미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초기 드로잉부터 2023년 작고 직전까지의 회화, 설치, 영상 등 대표작들을 전관에 걸쳐 선보인다. 평범한 일상의 사물에 숨을 불어넣어 존재의 본질을 물었던 작가의 궤적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기회다.우순옥의 작품 세계에서 사물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의 실존을 드러내는 통로였다. 그는 연필과 파스텔 같은 전통적인 재료는 물론, 녹슨 철판이나 오래된 책상, 식물, 심지어 연기처럼 실체가 모호한 요소들까지 작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거장 귄터 우커를 사사한 그는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혔다. 그의 손을 거친 사물들은 각자가 지닌 시간의 층위를 드러내며 관람객에게 성찰의 시간을 제안한다.작가는 뒤샹이 일상의 물건을 미술관으로 옮겨 예술의 정의를 물었던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시간의 흔적이 밴 사물들을 통해 ‘인간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우순옥의 공간에서 생성과 소멸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비어 있는 공간은 오히려 그곳에 머물렀던 존재의 흔적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하며, 보이는 사물은 보이지 않는 기억의 세계를 소환한다. 이러한 태도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각적 자극 너머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전시의 제목인 ‘예술은 이미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작가가 평생 견지해온 예술관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그는 예술을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의 전유물이나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가두려 하지 않았다. 대신 일상의 평범한 경험과 개인의 기억,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마음속에서 예술의 실체를 발견하려 했다. 이번 회고전은 정보와 이미지가 과잉된 현대 사회에서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침묵과 비움의 가치를 다시금 환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우순옥은 창작 활동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깊은 족적을 남겼다. 1995년부터 2022년 정년퇴임까지 이화여대 서양화 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이번 전시는 이수균 성곡미술관 부관장과 작가의 동생인 우수경이 공동 기획했으며, 김홍석과 홍승혜 등 동료 작가들이 자문에 참여해 전시의 깊이를 더했다. 작가가 생전에 강조했던 '무위(無爲)'의 정신이 전시 공간 곳곳에 스며들어 관람객들에게 고요한 위로를 건넨다.이미지와 소음이 쉼 없이 쏟아지는 시대에 우순옥의 전시는 우리에게 멈춤을 권한다. 무엇인가를 더 보여주거나 설명하기보다, 비어 있는 자리에 머물며 스스로 감각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그의 작품에는 있다. 40여 년간 작가가 묵묵히 걸어온 예술의 길은 결국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는 여정이다. 성곡미술관 전관을 채운 그의 유작들은 작가는 떠났어도 그가 남긴 질문과 기억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