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덱 vs 올러, 광주서 열리는 '재개 첫판'

2026-08-10 21:43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리그 재개를 하루 앞두고 마운드 보직 정리에 나섰다. KBO가 10일 발표한 1군 엔트리 등록 현황에 따르면, 삼성은 좌완 투수 이재익을 명단에서 제외하며 유일한 변동 사항을 기록했다. 지난 5일부터 전국을 강타한 극심한 폭염으로 인해 KBO리그 경기가 일주일 가까이 중단되었던 만큼, 대부분의 구단이 기존 전력을 유지하며 컨디션 조절에 집중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이번 결정은 내일부터 다시 시작될 치열한 순위 싸움을 대비한 삼성의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재익은 2013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은 베테랑 좌완 자원이다. 통산 128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허리를 지탱해온 그는 올 시즌 1군과 2군을 오가는 험난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달 말 우완 이재희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긴급 호출된 이후, 이재익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군 콜업 후 등판한 2경기에서 3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며 탈삼진 4개를 솎아내는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평균자책점 0.00이라는 기록이 무색하게 다시 짐을 싸게 된 배경에 팬들의 아쉬움이 섞이는 이유다.

 


삼성 코칭스태프의 이번 말소 결정은 이재익의 구위 저하보다는 팀 전체의 투수진 운용 계획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퓨처스리그에서도 1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며 안정감을 뽐냈던 이재익이지만, 리그 재개 시점에 맞춰 불펜진의 보직을 재편하려는 구단의 의중이 반영됐다. 특히 최근 단행된 아시아쿼터 외국인 투수 교체와 맞물려 마운드 구성에 변화가 생기면서, 이재익은 잠시 2군에서 다음 기회를 기다리게 됐다.

 

마운드 보강을 위한 삼성의 움직임은 외국인 선수 교체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은 지난 7일, 기존 아시아쿼터 투수였던 미야지 유라와의 결별을 선택하고 미야모리 사토시를 새롭게 영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리그 중단 기간을 활용해 외국인 투수진을 재정비한 삼성은 보다 강력해진 구위로 후반기 반등을 노린다는 복안이다. 새롭게 합류한 미야모리가 팀의 고질적인 불펜 불안을 해소해줄 수 있을지가 남은 시즌 삼성의 성적을 가를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내일인 11일부터는 멈춰 서 있던 KBO리그의 시계가 다시 돌아간다. 삼성은 광주로 이동해 선두 기아 타이거즈와 운명의 원정 3연전을 치른다. 리그 재개 첫 경기의 중책은 크리스 페덱이 맡았다. 올 시즌 3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연착륙 중인 페덱은 기아의 에이스 애덤 올러와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9승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승수를 눈앞에 둔 올러를 상대로 페덱이 얼마나 효율적인 투구를 보여주느냐가 이번 시리즈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번 엔트리 조정과 외국인 투수 교체를 통해 전열을 가다듬고 기아전 승리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리그 중단 기간 충분한 휴식을 취한 주축 선수들의 타격감 회복 여부도 관건이다. 폭염이라는 변수를 지나 다시 시작되는 레이스에서 삼성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야구팬들의 이목이 광주 챔피언스 필드로 향하고 있다. 마운드의 변화가 승리라는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이건희 기증품 첫 전시, 추사 예술의 정수

서화실의 세 번째 주제 전시인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를 공개했다. 이번 전시는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에 이어 조선 미술의 패러다임을 바꾼 추사의 예술 세계를 그의 학문적 동료, 벗, 가족들과의 관계를 통해 입체적으로 살피는 데 중점을 두었다.전시의 백미는 단연 보물로 지정된 '불이선란도'다. 추사가 60대 후반 북청 유배를 마치고 과천 시절에 그린 이 작품은 서예의 필법을 난초 그림에 이식한 문인화의 정수로 꼽힌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간담회에서 추사가 진경산수와 풍속화가 매너리즘에 빠졌던 시기에 등장해 새로운 문예 화풍으로의 전환을 이끈 인물임을 강조했다. 그는 추사가 단순한 서예가를 넘어 금석학과 고증학에 정통한 대학자였음을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추사의 인간적인 면모가 담긴 유물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끈다. 34세의 젊은 김정희가 황해도 무관에게 보낸 미공개 편지는 부친의 판서 임명과 자신의 문과 급제라는 경사 속에서도 조심스러운 마음을 유지했던 청년 추사의 내면을 보여준다. 또한 소식을 전하지 않는 아내에게 서운함을 토로하거나 누이의 죽음을 슬퍼하는 편지들은 천재 예술가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구성원이었던 그의 체취를 느끼게 한다.추사의 학문적 깊이를 증명하는 금석학 연구 성과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경주 무장사 터의 잡초 속에서 직접 찾아낸 '무장사 아미타불 조성기비' 조각은 추사가 청나라 학자 옹방강 부자와 교류하며 이뤄낸 지적 성취의 산물이다. 비석 조각 한쪽에 새겨진 발견 경위와 벗을 향한 그리움은, 학문적 탐구가 고립된 작업이 아니라 국경을 넘나드는 동반자들과의 끊임없는 대화였음을 증명한다. 이는 추사 예술이 개인의 천재성을 넘어 당대 동아시아 지식인 네트워크의 결실임을 시사한다.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기증품이 최초로 공개된다는 점도 이번 전시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추사의 제자인 소치 허련이 그린 산수도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묵란도는 추사의 예술적 유산이 후대로 어떻게 계승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자료다. 특히 2023년 박물관이 구입한 '소동파입극도'는 청나라 문인 주학년이 그리고 옹방강 등이 감상평을 남긴 작품으로, 추사와 청나라 문인들 사이의 긴밀한 교유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귀한 유물이다.전시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추사의 열정을 보여주는 '산호가·비취병 대련'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71세의 노학자가 제자를 위해 쓴 이 글씨는 조화로운 필치와 화려한 운필의 멋이 어우러진 말년 추사체의 정수를 보여준다. 유홍준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김정희가 지역과 신분을 초월해 사람을 사귀며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탁월한 경지를 관람객들이 깊이 감상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2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