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주택 세금 판 바뀐다

2026-08-04 10:46

정부가 고가 주택을 가진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기준을 ‘보유 주택 수’에서 ‘실제 거주 여부’와 ‘주택 가격’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1채만 보유하고 있더라도 거주하지 않거나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높으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반대로 실제 거주하는 1주택자에게는 일부 공제 혜택을 늘려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내년부터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거주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는 실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2억 원을 공제하지만, 앞으로는 실거주자는 14억 원을 공제받는다. 반면 해당 주택에 살지 않는 1주택자는 공제액이 9억 원으로 낮아진다. 같은 1주택자라도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과세표준이 커져 세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거주 목적의 주택 보유와 투자 목적의 보유를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고가 주택을 한 채만 갖고 있으면 실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1주택자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방식이 어려워진다. 특히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면서 다른 곳에 거주하는 경우 세금 부담이 크게 커질 수 있다.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도 강화된다. 실거주자라도 시가 40억 원을 넘는 주택을 갖고 있다면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가 30억 원 주택에 사는 고령 1주택자는 내년 종부세가 올해보다 줄어드는 반면, 시가 50억 원 주택 거주자는 종부세가 두 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공제 확대 혜택보다 고가 주택에 대한 세율 인상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서울 주요 아파트 보유자의 부담도 확대될 전망이다.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를 6년간 보유한 1주택자의 경우 보유세가 올해 1810만 원에서 내년 실거주자는 2764만 원, 비거주자는 3318만 원으로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마포구 마포자이 전용 84㎡를 가진 비거주 1주택자도 보유세가 올해 353만 원에서 내년 686만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율 체계는 앞으로 더 강해진다. 내년에는 2주택 이하 보유자에게 적용되는 종부세 최고세율이 3.5%로 올라간다. 2028년부터는 주택 수와 관계없이 모든 주택에 현재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적용하는 세율이 적용된다. 결국 주택을 몇 채 갖고 있는지보다 얼마나 비싼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세 부담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되는 셈이다.

 

장기 보유 공제도 사실상 거주 중심으로 재편된다. 현재는 오래 보유하기만 해도 종부세를 최대 50%까지 공제받을 수 있지만, 2027년부터는 보유 공제와 거주 공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2028년부터는 장기 거주자에게만 최대 50% 공제가 적용된다. 고령자 공제는 유지되지만, 공제 한도도 새로 생겨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감면 폭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세제 변화가 한꺼번에 시행될 경우 시장 충격이 클 수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028년까지는 세 부담을 피하려는 일부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후에는 보유세뿐 아니라 양도세 부담까지 커지면서 오히려 집을 팔지 않고 버티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실거주 중심 과세라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 거주 여부, 나이, 보유 기간, 거주 기간, 적용 시점 등을 모두 따져야 해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금 계산이 어려워질수록 납세자의 혼란이 커지고, 절세를 위한 우회 거주나 편법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7500장 타일의 마법, 전혁림미술관이 된 생가터

원천이었다. 화백이 봉평동 자택에서 매일 마주했던 남해의 짙푸른 빛깔은 그만의 독창적인 색채인 ‘전혁림 블루’로 승화되어 한국 현대 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90세의 고령에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그의 열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이어져, 청와대 인왕실을 장식한 가로 7m의 대작 ‘통영항’을 탄생시키는 결실을 보기도 했다.화백의 예술적 숨결이 가장 진하게 남아 있는 곳은 봉평동 봉수골이다. 약 600m에 이르는 이 아담한 거리는 사계절 내내 예술적 감성이 흐르는 통영의 문화 1번지다. 봄이면 벚꽃 터널로 장관을 이루는 이곳 한복판에는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오브제인 전혁림미술관이 우뚝 서 있다. 2003년 화백의 생가터에 세워진 이 미술관은 전 화백 부자의 작품을 구워 만든 7,500여 장의 도자기 타일로 외벽을 장식해, 방문객들로 하여금 건물 안으로 들어서기 전부터 강렬한 예술적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미술관 내부로 발을 들이면 전혁림 화백의 작품 80여 점과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유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특유의 푸른 색조로 재구성된 통영의 풍경들은 평면의 캔버스를 넘어 장엄한 바다의 일렁임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화백이 평생을 바쳐 완성한 남빛의 변주를 감상하다 보면, 왜 그가 ‘한국의 피카소’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곳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통영이라는 도시가 지닌 문화적 자부심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미술관을 나와 봉수골의 정취를 따라 걷다 보면 폐가를 개조해 만든 작은 서점 ‘봄날의 책방’을 만날 수 있다. 지역 출판사인 ‘남해의봄날’이 운영하는 이 공간은 서점이라는 틀을 깨고 예술과 문학이 공존하는 독특한 구성을 보여준다. ‘예술가의 방’이나 ‘책 읽는 부엌’처럼 개성 넘치는 콘셉트로 나뉜 공간들은 방문객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통영의 예술가들이 직접 기획한 도서들이 진열된 공간은 지역 문화의 깊이를 가늠케 한다.서점 내부의 ‘바다 책방’은 전혁림 화백의 블루를 계승하듯 온통 파란색으로 채워져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들과 통영의 문화예술인들이 창작한 작품들은 이곳을 서점이 아닌 작은 갤러리처럼 느껴지게 한다.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이 사랑한 도시의 이야기가 책장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있어,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통영의 진정한 속살을 마주하게 된다. 봉수골의 작은 서점은 그렇게 지역 예술의 가치를 전파하는 소중한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전혁림미술관에서 시작해 봉수골의 서점과 공방으로 이어지는 여정은 통영이 왜 예향인지를 몸소 증명한다. 거장이 남긴 푸른 색채는 후대 예술가들에 의해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되며 도시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짙푸른 바다의 기억을 화폭에 담았던 화백의 정신은 이제 봉수골의 일상 속에 녹아들어, 길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건넨다. 통영의 바다가 꽃피운 예술의 향기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봉수골 골목마다 은은하게 배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