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하이브리드 독주, 5개월 연속 성장세 비결
2026-08-03 20:55
국내 자동차 시장에 몰아친 내수 한파가 8월의 무더위마저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7월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소비 심리 위축과 신차 대기 수요 정체로 인해 내수 시장은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와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KGM)가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으며 고전한 반면, 기아와 한국GM은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와 공격적인 수출 확대를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며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업계 맏형인 현대차는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5.1% 감소한 31만 8,454대를 판매하며 주춤했다. 특히 내수 판매는 14.4%나 급감하며 5만 대 선이 무너졌는데, 이는 고금리로 인한 산업 수요 둔화에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까지 겹친 결과다. 현대차는 하반기 주력 모델인 신형 아반떼 출시와 생산 라인 정상화를 통해 반등을 꾀한다는 전략이지만, 얼어붙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내수 부진을 수출로 완벽히 상쇄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국내 판매는 전년 대비 37.5% 감소하며 고전했으나, 수출이 33.3%나 폭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해외에서만 2만 6,822대가 팔려나가며 전년 대비 48.1%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트레일블레이저 역시 견조한 수출 물량을 유지하며 한국GM의 글로벌 생산 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해외 시장 개척으로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종합해보면 국내 완성차 업계는 내수 시장의 수요 절벽을 수출과 친환경차로 극복하려는 생존 경쟁이 한창이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신차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는 상황에서, 단순한 가격 할인보다는 하이브리드 등 고효율 차량의 공급 확대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하반기 예고된 신차들의 성공 여부와 노사 관계의 안정화가 향후 완성차 5사의 실적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원천이었다. 화백이 봉평동 자택에서 매일 마주했던 남해의 짙푸른 빛깔은 그만의 독창적인 색채인 ‘전혁림 블루’로 승화되어 한국 현대 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90세의 고령에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그의 열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이어져, 청와대 인왕실을 장식한 가로 7m의 대작 ‘통영항’을 탄생시키는 결실을 보기도 했다.화백의 예술적 숨결이 가장 진하게 남아 있는 곳은 봉평동 봉수골이다. 약 600m에 이르는 이 아담한 거리는 사계절 내내 예술적 감성이 흐르는 통영의 문화 1번지다. 봄이면 벚꽃 터널로 장관을 이루는 이곳 한복판에는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오브제인 전혁림미술관이 우뚝 서 있다. 2003년 화백의 생가터에 세워진 이 미술관은 전 화백 부자의 작품을 구워 만든 7,500여 장의 도자기 타일로 외벽을 장식해, 방문객들로 하여금 건물 안으로 들어서기 전부터 강렬한 예술적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미술관 내부로 발을 들이면 전혁림 화백의 작품 80여 점과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유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특유의 푸른 색조로 재구성된 통영의 풍경들은 평면의 캔버스를 넘어 장엄한 바다의 일렁임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화백이 평생을 바쳐 완성한 남빛의 변주를 감상하다 보면, 왜 그가 ‘한국의 피카소’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곳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통영이라는 도시가 지닌 문화적 자부심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미술관을 나와 봉수골의 정취를 따라 걷다 보면 폐가를 개조해 만든 작은 서점 ‘봄날의 책방’을 만날 수 있다. 지역 출판사인 ‘남해의봄날’이 운영하는 이 공간은 서점이라는 틀을 깨고 예술과 문학이 공존하는 독특한 구성을 보여준다. ‘예술가의 방’이나 ‘책 읽는 부엌’처럼 개성 넘치는 콘셉트로 나뉜 공간들은 방문객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통영의 예술가들이 직접 기획한 도서들이 진열된 공간은 지역 문화의 깊이를 가늠케 한다.서점 내부의 ‘바다 책방’은 전혁림 화백의 블루를 계승하듯 온통 파란색으로 채워져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들과 통영의 문화예술인들이 창작한 작품들은 이곳을 서점이 아닌 작은 갤러리처럼 느껴지게 한다.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이 사랑한 도시의 이야기가 책장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있어,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통영의 진정한 속살을 마주하게 된다. 봉수골의 작은 서점은 그렇게 지역 예술의 가치를 전파하는 소중한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전혁림미술관에서 시작해 봉수골의 서점과 공방으로 이어지는 여정은 통영이 왜 예향인지를 몸소 증명한다. 거장이 남긴 푸른 색채는 후대 예술가들에 의해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되며 도시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짙푸른 바다의 기억을 화폭에 담았던 화백의 정신은 이제 봉수골의 일상 속에 녹아들어, 길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건넨다. 통영의 바다가 꽃피운 예술의 향기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봉수골 골목마다 은은하게 배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