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찬성한 공소기각, 야권은 왜 반대하나

2026-07-31 20:57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주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전에 둔 가운데, 새롭게 도입된 공소기각 사유 확대 조항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개정안은 수사 기관의 중대한 위법 행위가 있거나 검사가 소추권을 현저히 남용해 기소했을 경우 법원이 재판을 종결하는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수 야권은 현재 재판이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 사건들을 무죄가 아닌 절차적 사유로 취소시키려는 의도라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입법의 목적이 특정 권력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여야 간의 대립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의 공방에 대해 법안의 초안을 마련했던 학계 전문가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승익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해당 조항이 특정 정치인의 재판을 염두에 두고 갑자기 삽입되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유 교수는 본인이 참여한 시민단체 모임에서 이미 지난 6월 초에 동일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표했으며, 이를 국회의원들이 받아들여 정식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시민사회의 오랜 요구가 입법 과정에 반영된 것일 뿐 특정 사건을 겨냥한 맞춤형 조항이 아니라는 취지다.

 


법안에 사용된 용어의 모호성에 대한 비판도 조목조목 반박됐다. 법무부 등 일각에서는 '중대한 위법 수사'나 '현저한 일탈'이라는 표현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유 교수는 이미 우리 법체계 내의 성폭력 처벌 특례법 등에서 유사한 표현이 사용되고 있으며, 일반적인 판례에서도 널리 쓰이는 법률 용어라고 강조했다. 특히 소추재량권 남용에 관한 기준은 이미 고등법원 판례 등에서 확립된 법리이므로, 이를 성문화하는 것이 명확성 원칙을 훼손한다는 주장은 법원의 기존 판결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도 입법 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하며 야당의 주장을 프레임 씌우기로 규정했다. 김승원 법사위 간사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법원행정처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법문에 담는 것에 대해 법원 측도 찬성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사법부조차 수용한 내용을 두고 정치적 해석을 덧붙여 악의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여당 측은 이번 개정이 수사 기관의 권남용을 방지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보편적인 사법 개혁의 일환임을 거듭 천명했다.

 


이번 개정안의 시행 시기는 올해 10월 2일로 예정되어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재판 중인 모든 피고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게 여당의 설명이다. 이는 특정인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소급 입법이 아니라,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 적용되는 일반 원칙의 확립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시행 시점과 조항의 구성이 대통령의 재판 일정과 맞물려 있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어, 법안 통과 이후에도 실제 재판 과정에서의 적용 범위를 둔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이번 형소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은 수사 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사법 정의 실현이라는 두 가치의 충돌로 귀결된다. 수사 과정의 절차적 정의를 강조하는 측은 위법한 수사에 의한 기소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이를 통해 실체적 진실 규명이 방해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본회의 통과 이후에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나 실제 재판부의 해석에 따라 법안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대한민국 형사법의 대전환점이 될 이번 입법의 여파는 당분간 정국을 뒤흔드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40년 국민과자 고래밥, 무대 위로 점프

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오는 8월 16일까지 초연되는 뮤지컬 '고래밥-바다 대운동회'는 익숙한 과자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가족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단순히 고래 한 마리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과자 봉지 속에서 만났던 문어, 불가사리, 꽃게, 상어 등 16가지의 다채로운 바다 친구들이 모두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무대를 가득 채운다.이번 공연의 배경은 바닷속에서 펼쳐지는 '제42회 바다 대운동회' 현장이다. 무대 연출의 가장 큰 특징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물어 관객이 극의 일부가 되는 '이머시브(Immersive)' 형식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고래 캐릭터 '라두'가 이끄는 고래팀과 상어 캐릭터 '후크'가 지휘하는 상어팀이 바다 과자의 명예를 걸고 화려한 노래와 춤, 퍼포먼스로 대결을 펼친다. 이때 객석에 앉은 어린이들은 단순히 구경꾼에 머물지 않고, 각자 응원하는 팀의 단원이 되어 열띤 응원전을 펼치며 공연의 에너지를 완성한다.어린이 관객들은 입장 시 배부받은 응원용 클랩퍼를 흔들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극의 흐름에 따라 직접 승부에 참여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공연장 외부에서도 즐길 거리는 계속된다. 공연 전후로 전시장 곳곳을 누비며 숨겨진 캐릭터를 찾는 '스탬프 투어'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에게는 마치 거대한 놀이터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과자 봉지 속 캐릭터를 실제로 찾아다니는 과정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아날로그적인 재미와 성취감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가족 뮤지컬의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100층짜리 집' 시리즈와 '엉뚱발랄 콩순이'를 제작한 엄윤기 총괄 프로듀서를 필두로 신은애 프로듀서, 조재국 연출가 등이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MBC의 전설적인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의 메인 작가 출신인 박수경 작가가 대본을 맡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구축했다. 베테랑 제작진의 노하우가 집약된 만큼, 단순한 캐릭터 쇼를 넘어선 높은 완성도의 무대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다.무대 디자인 역시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핵심 요소다. 마포문화재단 측은 무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고래밥' 과자 상자로 형상화했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신비로운 바닷속 세상이 펼쳐지지만, 측면에서 무대를 바라보면 실제 과자 상자를 뜯었을 때 발생하는 종이의 찢어진 질감까지 정교하게 구현해 놓았다. 이러한 디테일한 연출은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환상의 공간을 제공하고, 함께 온 부모들에게는 어린 시절 설레는 마음으로 과자 상자를 열던 소중한 추억을 소환하는 매개체가 된다.결국 뮤지컬 '고래밥'은 40년이라는 세월을 관통하며 부모와 자녀 세대를 하나로 묶어주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어린 시절 문어와 불가사리 모양 과자를 골라 먹던 부모들은 이제 자신의 아이와 함께 무대 위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을 응원하며 세대 간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친숙한 먹거리가 예술적 상상력과 결합해 탄생한 이번 무대는 올여름 무더위에 지친 가족들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바캉스 기억을 선물하며 8월 중순까지 그 열기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