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부친 체포 충격, 경찰 전수조사 결과 보니

2026-07-28 23:02

 현직 경찰관들이 범죄를 저지른 자녀를 돕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수사에 개입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사법 체계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부친이 아들의 범행 증거를 없애려다 적발된 데 이어, 전북에서도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아들의 휴대전화를 폐기한 경찰관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이러한 사건들은 혈연관계라는 이유로 범죄 은닉을 정당화하는 현행 법체계의 허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수사 권력을 가진 경찰관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가족의 범죄를 비호하려 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윤리 문제를 넘어 공권력의 사유화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도입된 ‘친족 특례’ 제도가 있다. 현행법은 범인의 친족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범인을 숨겨줄 경우 처벌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가족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법이 강제로 막을 수 없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장윤기 사건처럼 잔혹한 강력 범죄에서조차 친족이라는 이유로 증거 인멸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것이 현대 사회의 정의 관념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은닉 행위는 면제하더라도 적극적인 증거 인멸은 처벌하는 등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청은 조직 내 수사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건이 총 117건에 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중 수사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판단된 44건은 이미 다른 관서로 이관되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조사는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경찰 가족 사건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그동안 경찰은 내부적으로 이해충돌 방지 장치를 운영해 왔다고 주장해 왔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거의 없었음이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여실히 증명되었다.

 

특히 14만 명이 넘는 거대 조직인 경찰 내부에 가족 사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전무했다는 사실은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에도 경찰 간부가 음주운전을 한 아들의 사건 기록을 조작하거나 수사를 방해한 사례가 반복되어 왔지만, 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경찰청은 뒤늦게 상시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일선 관서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수사 기관의 상피제를 법제화하고 친족 특례의 범위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8촌 이내 혈족까지 인정되는 광범위한 특례 범위를 직계 가족이나 동거인 정도로 제한하고,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증거 인멸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 등 모든 수사 기관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의 수사를 금지하는 강제 규정을 도입해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경찰은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8월 중 세부적인 운영 계획을 마련해 국민적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단순히 사건을 이관하는 수준의 미봉책으로는 장윤기 사건으로 실추된 경찰의 위상을 되찾기 부족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별도의 독립적인 기구를 설치해 지난 수년간 처리된 경찰 가족 사건들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범죄의 조력자가 되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돗자리 깔고 보는 연극, 180분의 기다림

무대에 오르는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는 극장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창작집단 음이온과 백남준아트센터가 손잡고 제작한 이 작품은 375년 만에 찾아오는 우주적 현상을 관객과 배우가 함께 기다린다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관객은 정해진 자리에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수한 시간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된다.김상훈 연출은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면서도 정작 현재의 시간을 오롯이 누리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단순히 시간을 죽이는 ‘킬링 타임’이 아니라,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는 ‘힐링 타임’을 선사하고자 한다. 연출가는 성수동의 긴 대기 줄이 하나의 콘텐츠가 된 현상을 목격하며, 무언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다림이 아닌 기다림 그 자체의 소중함을 무대 위에 구현하기로 결심했다. 이는 효율성과 교환 가치에 매몰된 도시인들에게 아무런 보상 없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존재함을 일깨워주는 시도다.작품의 규모는 지난 1월 쇼케이스 당시보다 대폭 확대되어 서사의 깊이를 더했다. 60분이었던 공연 시간은 180분으로 늘어났고, 출연 배우 또한 30명으로 증원되어 극장의 밀도를 높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30명의 배우 중 상당수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관객의 시야에 포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배우들은 관객과 동일한 처지에서 기다림의 과정을 공유하며, 무대와 객석 사이의 위계적 관계를 무너뜨린다. 이는 관객을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닌 사건의 공동 참여자로 격상시키는 음이온만의 독창적인 연극 문법이다.제작진은 극장에서 반드시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했다. 정인혁 드라마터그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상태 그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대 위 피사체에 집중하기보다 함께하는 시간의 질감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배우들 역시 기존 연극에서 기대하던 극적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관객과 마주해야 하는 만큼, 심리적 조급함을 내려놓고 현존하는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불친절함은 역설적으로 관객을 예술가와 동등한 위치에 서게 만드는 수평적 소통의 통로가 된다.작품의 모티프가 된 개기일식은 연출가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상징적 소재다. 미국 텍사스에서 생중계된 개기일식을 친구와 함께 기다리며 느꼈던 축제 같은 분위기와 설렘이 작품의 뼈대가 되었다. 비록 실제 일식 장면을 놓치더라도 함께 기다린 시간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180분의 공연을 지탱하는 철학적 근거가 되었다. 공연의 말미에는 실제 개기일식을 형상화한 장면이 연출되지만, 이는 보상이라기보다 긴 기다림을 함께 견뎌낸 이들이 공유하는 짧은 마침표에 가깝다.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공공극장이 지닌 보수적 형식을 깨는 파격적인 실험이 될 전망이다. 익숙한 서사 구조를 거부하고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무대 장치로 끌어들인 음이온의 시도는 연극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도전적 행보다. 관객들은 돗자리 위에 앉아 배우들과 함께 3시간을 견디며 각자의 내면을 마주하는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예술적 획득을 약속하지 않는 이 불확실한 기다림이 과연 현대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문화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