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만원대 ES90, 수입 전기차 시장 '올킬'

2026-07-28 22:07

 볼보자동차코리아가 브랜드의 미래를 책임질 전기 플래그십 세단 ‘ES90’을 국내 시장에 전격 출시하며 수입차 시장의 가격 파괴를 선언했다. 이번 신차의 가장 큰 특징은 글로벌 주요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무려 5,000만 원 이상 저렴하게 책정된 파격적인 판매 가격이다.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 플러스 트림을 기준으로 7,294만 원부터 시작하는 이번 가격 정책은 기존 내연기관 기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이는 전기차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높은 가격 장벽을 허물어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압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볼보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ES90은 볼보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SPA2를 기반으로 제작되어 대형 세단에 걸맞은 압도적인 공간감을 자랑한다. 5,000㎜에 달하는 전장과 3,102㎜의 휠베이스는 탑승자에게 최상의 안락함을 제공하며, 실내에는 25개의 고성능 스피커를 갖춘 바워스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되어 움직이는 콘서트홀과 같은 음향 환경을 구현했다. 단순히 크기만 키운 것이 아니라 럭셔리 세단이 갖춰야 할 감성적인 품질까지 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볼보코리아는 이러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충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성능 면에서도 800V 고전압 시스템을 도입해 충전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350kW급 초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단 22분밖에 걸리지 않으며,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10분 충전만으로도 300㎞를 주행할 수 있는 효율성을 갖췄다. 배터리 용량은 트림에 따라 두 가지 선택지를 제공하며, 상위 모델의 경우 1회 완충 시 최대 706㎞까지 달릴 수 있어 장거리 주행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했다. 최상위 트림인 트윈 모터 퍼포먼스는 스포츠카 수준의 가속 성능을 발휘하며 강력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기술적 핵심은 엔비디아 및 퀄컴과 협력해 완성한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휴긴 코어’에 있다. 초당 254조 회의 연산이 가능한 엔비디아 오린 코어 컴퓨터는 차량에 장착된 수많은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을 통해 차량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환경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차량을 구매한 이후에도 항상 최신 상태의 지능형 안전 시스템과 사용자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볼보의 철학인 안전 기술 역시 인공지능과 결합해 더욱 정교해졌다. 5개의 카메라와 레이더, 12개의 초음파 센서가 머신러닝 AI와 연동되어 도로 위의 돌발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회피한다. 특히 실내 승객 감지 시스템은 서브밀리미터 단위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포착해 영유아 방치 사고 등을 예방하는 등 안전 기준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구매 고객에게는 5년 무상 보증과 함께 15년 동안 제공되는 무선 업데이트 서비스, 5년간의 5G 디지털 패키지 등 파격적인 사후 관리 혜택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업계에서는 볼보의 이번 행보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주도해온 국내 세단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EQE나 BMW i5 등 경쟁 차종들과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프리미엄 고객들의 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한 본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단행된 이번 가격 전략은 전기차 캐즘 현상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승부수로 평가받는다. 볼보 ES90의 등장은 국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 경쟁을 한층 더 치열하게 만들 전망이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돗자리 깔고 보는 연극, 180분의 기다림

무대에 오르는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는 극장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창작집단 음이온과 백남준아트센터가 손잡고 제작한 이 작품은 375년 만에 찾아오는 우주적 현상을 관객과 배우가 함께 기다린다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관객은 정해진 자리에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수한 시간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된다.김상훈 연출은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면서도 정작 현재의 시간을 오롯이 누리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단순히 시간을 죽이는 ‘킬링 타임’이 아니라,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는 ‘힐링 타임’을 선사하고자 한다. 연출가는 성수동의 긴 대기 줄이 하나의 콘텐츠가 된 현상을 목격하며, 무언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다림이 아닌 기다림 그 자체의 소중함을 무대 위에 구현하기로 결심했다. 이는 효율성과 교환 가치에 매몰된 도시인들에게 아무런 보상 없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존재함을 일깨워주는 시도다.작품의 규모는 지난 1월 쇼케이스 당시보다 대폭 확대되어 서사의 깊이를 더했다. 60분이었던 공연 시간은 180분으로 늘어났고, 출연 배우 또한 30명으로 증원되어 극장의 밀도를 높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30명의 배우 중 상당수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관객의 시야에 포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배우들은 관객과 동일한 처지에서 기다림의 과정을 공유하며, 무대와 객석 사이의 위계적 관계를 무너뜨린다. 이는 관객을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닌 사건의 공동 참여자로 격상시키는 음이온만의 독창적인 연극 문법이다.제작진은 극장에서 반드시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했다. 정인혁 드라마터그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상태 그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대 위 피사체에 집중하기보다 함께하는 시간의 질감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배우들 역시 기존 연극에서 기대하던 극적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관객과 마주해야 하는 만큼, 심리적 조급함을 내려놓고 현존하는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불친절함은 역설적으로 관객을 예술가와 동등한 위치에 서게 만드는 수평적 소통의 통로가 된다.작품의 모티프가 된 개기일식은 연출가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상징적 소재다. 미국 텍사스에서 생중계된 개기일식을 친구와 함께 기다리며 느꼈던 축제 같은 분위기와 설렘이 작품의 뼈대가 되었다. 비록 실제 일식 장면을 놓치더라도 함께 기다린 시간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180분의 공연을 지탱하는 철학적 근거가 되었다. 공연의 말미에는 실제 개기일식을 형상화한 장면이 연출되지만, 이는 보상이라기보다 긴 기다림을 함께 견뎌낸 이들이 공유하는 짧은 마침표에 가깝다.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공공극장이 지닌 보수적 형식을 깨는 파격적인 실험이 될 전망이다. 익숙한 서사 구조를 거부하고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무대 장치로 끌어들인 음이온의 시도는 연극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도전적 행보다. 관객들은 돗자리 위에 앉아 배우들과 함께 3시간을 견디며 각자의 내면을 마주하는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예술적 획득을 약속하지 않는 이 불확실한 기다림이 과연 현대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문화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