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상선 공격한 우크라이나, 보복 전쟁 시작?

2026-07-28 22:15

 카스피해에서 발생한 이란 상선 폭발 사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와 이란 사이의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영국 매체와의 대담을 통해 러시아를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이번 공격의 정당성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그는 이란이 전쟁 초기부터 대규모 드론과 제조 기술을 러시아에 제공해온 점을 지적하며,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향한 직접적인 공격과 다름없다고 규정했다. 특히 이란뿐만 아니라 북한까지 언급하며 적대적 조력자들에 의한 위협이 실재하고 있음을 강조해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작전이 러시아 군함과 군사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을 겨냥한 정밀 타격이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카스피해 내 러시아의 병참 루트를 차단했음을 시인하며 군사적 성과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란 선원 1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외교적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그동안 전선을 러시아 본토와 접경 지역에 집중해왔던 것과 달리, 카스피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이란 관련 자산을 공격한 것은 전쟁의 양상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이란 정부는 이번 사태를 결코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으며 즉각적인 보복을 예고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의 행위를 민간 상선에 대한 만행으로 규정하고 국제법 위반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러시아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이번 공격을 공동으로 비판하며 유엔 헌장 위반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특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를 통해 해상 무역로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 강력한 공동 대응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을 서방의 배후 조종에 의한 도발로 간주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카스피해 해상 루트가 양국 간의 정당한 경제 교류를 위한 통로임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의 군사 행동이 지역 안보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흑해를 넘어 중앙아시아와 중동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카스피해까지 번졌음을 의미한다. 러시아와 이란의 밀착 관계가 군사적 동맹 수준으로 강화되면서 우크라이나를 향한 압박 수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인터뷰 과정에서 북한의 개입 문제도 비중 있게 다루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그는 북한이 드론과 미사일 포탄뿐만 아니라 수많은 인력까지 파견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수만 명에 달하는 북한 사람들이 이 전쟁에서 희생되고 있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며, 러시아를 돕는 전체주의 국가들의 연합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순히 두 나라 사이의 영토 분쟁을 넘어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 간의 대결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제 사회는 이번 사건이 홍해와 카스피해를 잇는 거대한 분쟁의 고리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의 활동과 맞물려 카스피해에서의 충돌이 본격화될 경우 세계 에너지 공급망과 해상 물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이란과의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이상 확전의 불씨를 끄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화마가 중동과 중앙아시아로 번져가는 가운데 전 세계의 시선은 이제 카스피해의 파고에 쏠리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돗자리 깔고 보는 연극, 180분의 기다림

무대에 오르는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는 극장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창작집단 음이온과 백남준아트센터가 손잡고 제작한 이 작품은 375년 만에 찾아오는 우주적 현상을 관객과 배우가 함께 기다린다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관객은 정해진 자리에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수한 시간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된다.김상훈 연출은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면서도 정작 현재의 시간을 오롯이 누리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단순히 시간을 죽이는 ‘킬링 타임’이 아니라,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는 ‘힐링 타임’을 선사하고자 한다. 연출가는 성수동의 긴 대기 줄이 하나의 콘텐츠가 된 현상을 목격하며, 무언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다림이 아닌 기다림 그 자체의 소중함을 무대 위에 구현하기로 결심했다. 이는 효율성과 교환 가치에 매몰된 도시인들에게 아무런 보상 없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존재함을 일깨워주는 시도다.작품의 규모는 지난 1월 쇼케이스 당시보다 대폭 확대되어 서사의 깊이를 더했다. 60분이었던 공연 시간은 180분으로 늘어났고, 출연 배우 또한 30명으로 증원되어 극장의 밀도를 높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30명의 배우 중 상당수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관객의 시야에 포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배우들은 관객과 동일한 처지에서 기다림의 과정을 공유하며, 무대와 객석 사이의 위계적 관계를 무너뜨린다. 이는 관객을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닌 사건의 공동 참여자로 격상시키는 음이온만의 독창적인 연극 문법이다.제작진은 극장에서 반드시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했다. 정인혁 드라마터그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상태 그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대 위 피사체에 집중하기보다 함께하는 시간의 질감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배우들 역시 기존 연극에서 기대하던 극적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관객과 마주해야 하는 만큼, 심리적 조급함을 내려놓고 현존하는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불친절함은 역설적으로 관객을 예술가와 동등한 위치에 서게 만드는 수평적 소통의 통로가 된다.작품의 모티프가 된 개기일식은 연출가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상징적 소재다. 미국 텍사스에서 생중계된 개기일식을 친구와 함께 기다리며 느꼈던 축제 같은 분위기와 설렘이 작품의 뼈대가 되었다. 비록 실제 일식 장면을 놓치더라도 함께 기다린 시간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180분의 공연을 지탱하는 철학적 근거가 되었다. 공연의 말미에는 실제 개기일식을 형상화한 장면이 연출되지만, 이는 보상이라기보다 긴 기다림을 함께 견뎌낸 이들이 공유하는 짧은 마침표에 가깝다.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공공극장이 지닌 보수적 형식을 깨는 파격적인 실험이 될 전망이다. 익숙한 서사 구조를 거부하고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무대 장치로 끌어들인 음이온의 시도는 연극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도전적 행보다. 관객들은 돗자리 위에 앉아 배우들과 함께 3시간을 견디며 각자의 내면을 마주하는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예술적 획득을 약속하지 않는 이 불확실한 기다림이 과연 현대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문화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