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 막힌 트럼프 관세, ‘강제노동’ 이름표 달고 부활

2026-07-24 10:53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글로벌 관세의 효력이 끝나기 직전, 무역법 301조를 앞세운 새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명분은 강제노동 상품의 미국 유입 차단이지만, 법원 판단으로 흔들린 관세 정책을 다른 법적 틀로 이어가려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3일 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60개국에 대해 10∼12.5% 수준의 ‘강제노동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 USTR은 이날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제대로 막지 못한 국가들이 미국 무역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 부과를 확정했다. 새 관세는 24일 0시 1분부터 적용된다.

 

한국과 일본에는 총 관세율이 최소 12.5%가 되도록 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품목별 최혜국대우, MFN 세율이 12.5%보다 낮을 경우 부족분만큼 강제노동 관세를 더하고, 기존 MFN 세율이 12.5% 이상이면 별도의 추가 관세는 붙지 않는다.

 

EU와 대만은 기준선이 10%로 설정됐다. 영국과 인도, 멕시코,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17개국에도 10% 관세가 적용된다. 그 밖의 대상국에는 12.5% 관세가 부과된다.

 

USTR은 이번 조치의 대상이 된 60개국이 사실상 미국의 핵심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국가에서 들어오는 상품은 미국 전체 수입의 99%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오랜 기간 국제사회가 강제노동 근절을 요구해 왔지만 세계 공급망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거의 한 세기 동안 강제노동 상품 수입을 금지해 왔으며, 이제 다른 교역국들도 같은 수준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관세 정책이 사법부 판단으로 제동이 걸린 뒤 나온 후속 조치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 IEEPA를 근거로 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해당 조치는 최장 150일까지만 가능해 24일 0시 만료될 예정이었다. 이번 강제노동 관세는 글로벌 관세 종료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발표돼 사실상 이를 대체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

 


한국의 부담은 향후 추가 관세와의 합산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통해 25% 수준의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강제노동 관세에 이어 구조적 과잉생산 관련 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실제 적용 관세가 기존 합의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리어 대표는 최근 각국과 체결한 무역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이 관세 압박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수출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이우환부터 한강까지, 아비뇽 점령한 한국 예술

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이자람은 공연 전 관객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했으며, 부채 하나와 몸짓만으로 말의 움직임을 실감 나게 묘사해 객석의 환호를 끌어냈다. 자막 없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현지 관객들의 찬사는 우리 전통 예술이 가진 보편적 호소력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현지 관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이자람의 요청에 따라 관객들이 입으로 직접 바람 소리를 내며 공연의 화음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이번 축제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판소리 가락에 맞춰 하나가 된 관객들은 한국 관객보다 더 적극적인 추임새로 무대를 완성했다. 이러한 열광적인 호응 덕분에 이번 축제에 초청된 몇몇 한국 작품들은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다른 유럽 유수의 페스티벌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이번 축제의 정점은 아비뇽의 상징인 교황청 명예의 뜰에서 열린 낭독극 '새'였다. 쏟아지는 별빛 아래 성스러운 석벽을 배경으로 배우 이혜영과 프랑스의 대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낭독했다. 두 배우는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번갈아 가며 제주 4·3 사건의 아픔을 읽어 내려갔고, 공연 말미에 한강 작가가 직접 무대에 오르자 2,000여 명의 관객은 깊은 정적 속에서 역사의 비극에 공감했다. 한국 문학의 깊이가 유럽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순간이었다.유럽 연출가들 역시 한국 문학이 지닌 독특한 서사 구조와 시적 표현력에 매료되었다. 이탈리아의 다리아 데플로리안은 한강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신작을 선보이며, 사적인 고통과 국가적 폭력을 절묘하게 섞어내는 작가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축제 본부가 운영하는 서점에는 프랑스어로 번역된 한강의 소설을 비롯해 조남주, 이문열, 천명관 등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전면에 배치되어 현지인들의 손길을 기다렸다. 이는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대중문화를 넘어 순수 문학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미술과 영화 분야에서도 한국 예술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교황청 내부에서 열린 이우환 작가의 전시 '렐라툼'은 700년 역사의 공간에 고요한 전율을 선사했다. 거대한 석판이 대예배당 바닥을 채운 모습은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감을 만들어내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와 함께 봉준호, 박찬욱 등 거장들의 영화가 연달아 상영되면서 아비뇽은 명실상부 한국 예술의 모든 장르가 어우러진 거대한 전시장으로 변모했다.아비뇽 연극제라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확인된 한국 예술의 저력은 단순히 일회성 유행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전통 판소리부터 현대 문학, 거장의 미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한국적 색채가 담긴 콘텐츠들은 유럽 관객들에게 신선한 예술적 자극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다. 축제 기간 내내 이어진 뜨거운 관심은 한국 예술이 세계 문화의 주류 속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음을 시사하며, 앞으로 더 넓은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