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습에도 이란 요지부동, CIA의 경고

2026-07-22 00:23

 미국이 이란을 향해 고강도 군사 압박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 포기나 호르무즈해협 통제권 등 핵심 쟁점에서 양보를 얻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미 정보당국의 냉정한 진단이 나왔다. 중앙정보국(CIA)을 필두로 한 미 정보 공동체는 최신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상당한 군사적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통제력과 체제 내구성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군사적 타격이 곧바로 정책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의 공습으로 고위 지도부와 주요 군사 장비를 잃었지만, 이동식 미사일 전력과 지하 저장 시설을 활용한 비대칭 대응 능력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해상 봉쇄 상황에서도 최소 3개월에서 4개월 이상을 견딜 수 있는 보급 역량을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미 정보당국은 양국이 전면전으로 치닫지도, 그렇다고 완전한 평화를 이루지도 못한 채 교전과 소강상태를 반복하는 '회색 지대'의 대치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반격 수위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영상에서 이란 측은 역내 미군 거점에 대한 대규모 미사일 공격 장면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심리전 문구를 노출하며 결전 의지를 다졌다. 이들은 고체 및 액체 연료 미사일과 무인기를 동원해 요르단과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타격하는 등 미국의 작전 비용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비대칭 전술은 미국의 압도적인 화력 우위 속에서도 이란이 협상 주도권을 놓지 않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면서 미군의 인명 피해도 누적되고 있다. 최근 열흘간 이어진 공습 과정에서 미군 장병 약 10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요르단과 이라크 등지에서는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즉각적인 보복과 대가 지불을 경고하고 나섰으나, 지상군 투입을 배제한 현재의 공습 위주 작전으로는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확전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은 미국 정부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국제 사회의 중재 노력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주요 중재국들은 최근 양측에 10일간의 휴전안을 제시하며 지난달 합의했던 임시 양해각서의 복원을 타진 중이다. 이란 외무부 역시 외교적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내부적으로는 타협을 주장하는 온건파와 이슬람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 사이의 권력 투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미 정보당국은 전쟁 국면이 길어질수록 이란 내 강경파의 영향력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선이 홍해와 아덴만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심각한 변수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인근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세계 물류의 동맥인 수에즈 운하 경로까지 위협받고 있다. 미국의 공습이 계속될수록 역내 무장 세력들의 동시다발적 공격이 거세질 것으로 보여, 중동 전체가 통제 불능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위험이 커지고 있다. 결국 미·이란 분쟁은 단기적 승패가 아닌, 누가 더 오래 고통을 견디느냐의 싸움으로 변모하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카우스가 온다, 167억 몸값의 X자 눈

로 알려진 그는 1990년대 길거리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시작해 현재는 '21세기의 앤디 워홀'이라 불리며 순수 미술과 상업 예술의 경계를 허문 인물이다. 이번 전시는 <친구, 그리고 이웃>이라는 주제 아래, 작가가 팬데믹 기간 겪었던 고립감과 인간관계의 갈등,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담은 신작 회화와 조각 20여 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전시의 도입부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조각 '막상막하'는 작가의 심경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과거 석촌호수나 영종도에서 선보였던 카우스의 캐릭터들이 주로 위로와 포용의 메시지를 던졌다면, 이번 신작 속 캐릭터들은 서로의 멱살을 잡고 볼을 쥐어뜯으며 격렬하게 충돌한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에 만연해진 경계심과 정치적 긴장감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결과물이다. 작가는 친밀함의 상징인 '친구'와 우연한 관계인 '이웃'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마찰을 동글동글한 캐릭터 '첨'의 몸짓을 통해 시각화했다.카우스 예술의 핵심인 X자 눈은 단순한 기호를 넘어 작가만의 독창적인 본질을 상징한다. 과거 빌보드 광고판에 낙서를 하던 시절 즉흥적으로 그려 넣었던 이 문양은 이제 전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보편적인 예술 언어가 되었다. 작가는 가장 단순한 기호인 X를 통해 캐릭터의 감정을 역설적으로 증폭시키며, 관객들이 캐릭터의 표정 대신 몸짓과 상황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는 화려한 색채를 덜어낸 검은 청동 조각들을 배치해 관람객이 2차원 회화와 3차원 조각 사이의 조형미를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하도록 유도했다.전시장 한편을 채운 회화 연작 '빨간 공'은 유년 시절의 상징인 놀이터를 무대로 삼아 우정과 다툼의 경계를 탐색한다. 화면 곳곳을 굴러다니는 빨간 공은 갈등의 씨앗이자 놀이의 도구로 작용하며 캐릭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낸다. 특히 캔버스 표면을 덮은 점의 질감은 스프레이 그래피티의 흔적과 현대 인쇄물의 망점을 동시에 연상시키며 작가의 예술적 뿌리를 상기시킨다. 이는 길거리 낙서화가라는 편견을 깨고 당당히 주류 미술계의 정점에 올라선 카우스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전시의 후반부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을 연상시키는 사유의 공간이 마련되어 관람객에게 깊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좌대에 기대어 먼 곳을 응시하는 '멀리 바라보기'와 자신의 발밑을 살피는 '그림자 측정하기'는 갈등 이후의 고독과 자기 성찰을 상징한다. 서로 멱살을 잡던 치열한 대결 끝에 마주하는 이 정적인 조각들은, 현대인이 겪는 관계의 피로감을 위로하는 동시에 타인과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마지막 작품인 '치유'는 전시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화합의 메시지를 완성한다. 열한 명의 캐릭터가 각기 다른 바다 그림을 들고 있는 이 작품은, 비록 개인의 삶은 흔들리는 바다처럼 고립되어 보일지라도 한 발 물러서면 모두가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세계임을 보여준다. 다운타운의 낙서 문화에서 업타운의 미술관으로 진입한 카우스의 여정처럼, 이번 전시는 갈등과 대립을 넘어선 예술의 치유적 힘을 증명한다. 현대 미술의 문턱을 낮추며 대중과 호흡해온 작가의 철학은 오는 12월 말까지 서울의 겨울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