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최대 53만원 보너스? 통합수가제 파격 도입
2026-07-09 00:16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공간이었던 동네 의원이 앞으로는 지역 주민의 전반적인 건강을 책임지는 주치의 거점으로 거듭난다. 보건복지부는 8일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에 참여할 의원급 의료기관을 다음 달 5일까지 공모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의사 일인 중심의 진료 체계에서 벗어나 간호사와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이 포함된 다학제 의료팀이 등록 환자를 밀착 관리하는 모델을 지향한다. 정부는 심사를 거쳐 전국에서 100곳의 의원을 최종 선정해 한국형 일차의료의 표준을 정립하겠다는 구상이다.이번 시범사업이 시행되면 환자들은 자신만의 전담 주치의를 갖게 되는 혜택을 누린다. 특히 건강 관리가 절실한 50세 이상의 주민이 특정 의원에 등록하면, 평소 앓고 있는 기저질환 치료는 물론 맞춤형 예방접종 안내와 생활 습관 교정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동네 의원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짧은 진료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화 등을 통한 비대면 상담 서비스도 활성화될 예정이다. 다만 의료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한 의원당 등록 가능한 환자 수는 1,000명으로 제한된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존의 보상 체계를 완전히 뒤바꾼 '통합수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는 진료나 검사 등 개별 행위가 발생할 때마다 비용을 지급하기 때문에, 예방이나 상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에는 소홀해지기 쉬운 구조였다. 반면 통합수가제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4단계로 분류해 1년치 관리 비용을 일괄 지급하는 방식이다. 환자 한 명당 연간 최소 12만 4,000원에서 최대 53만 2,000원까지 수가가 보장되어 의원이 환자 관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공모 절차가 마무리되면 선정된 100곳의 의원은 본격적인 환자 등록과 관리 업무에 돌입하게 된다. 정부는 시범사업 운영 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통합수가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다학제 팀 운영의 효율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의 성패는 동네 의원이 얼마나 전문적인 상담 역량을 보여주느냐와 환자들이 주치의 제도에 대해 얼마나 높은 신뢰를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보건당국은 이번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향후 전국적인 주치의 제도 확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김태수의 설계로 문을 연 이곳은 한국 현대미술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역사적 공간이다. 10일 개막하는 특별전 '빛의 상상들'은 미술관의 지난 40년을 기념하며, 빛을 매개로 공간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됐다.전시의 서막은 로비에 걸린 필립 파레노의 '마퀴'가 연다. 극장 입구의 화려한 장식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네온과 전구가 깜빡이며 관람객들에게 곧 시작될 예술적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그 너머로는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기념비적 유산인 '다다익선'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며 과거와 현재의 예술이 공존하는 풍경을 완성한다. 빛 예술의 선구자들과 동시대 작가들이 나누는 무언의 대화는 과천관이 걸어온 40년의 세월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미술관 3층 브릿지 공간에서는 김아영 작가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가 장소특정적 설치로 구현되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플랫폼 노동과 가상세계를 신화적 서사와 결합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비정형 LED 패널을 공간에 맞춰 배치했다. 높은 층고에서 쏟아지는 영상의 빛은 마치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마주하는 듯한 경건함을 자아낸다. 기계적 미래 도시의 풍경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과천의 자연과 대비를 이루며 관람객들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몰입감을 제공한다.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빛의 거장'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발전위원회가 기증한 뒤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는 보는 빛이 아닌 경험하는 빛의 진수를 보여준다. 2원형전시실의 곡면 벽을 따라 들어선 관람객들은 2시간 30분에 걸쳐 서서히 색채를 바꾸는 네모난 빛의 공간 속에서 명상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빛의 미묘한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내면의 감각을 깨우는 이 과정은 이번 전시가 지향하는 '빛의 상상' 그 자체다.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이반 나바로의 설치 작업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칠레 군사독재 시절의 기억을 빛과 거울로 치환한 그의 작품들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우물이나 사라진 건물의 흔적을 통해 상실과 불안을 이야기한다. 네온의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권력과 통제의 은유는 관람객들에게 아름다움과 공포라는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주목받았던 거장들의 작품을 국립미술관의 문턱 낮은 입장료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한국 미술계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한다.미술관 외부의 1만 평 규모 조각공원에서는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 '머무는 자리'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폐스티로폼을 재활용해 만든 김하늘의 소파와 전통 좌식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하지훈의 자리 등은 관람객들이 직접 앉거나 기대어 쉬며 예술과 풍경을 하나로 잇는 경험을 제공한다. 자연 속에 배치된 84점의 조각들은 관객의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되며 과천관의 새로운 40년을 향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빛과 예술, 그리고 휴식이 어우러진 이번 대장정은 오는 11월 29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