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vs 폐업 위기" 990원 좁힌 노사

2026-07-07 22:41

 내년도 우리 사회의 임금 기준이 될 최저임금 결정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밤샘 논의 끝에 노사 양측의 6차 수정안을 도출해냈다. 노동계는 직전 안보다 50원을 낮춘 1만 1,450원을, 경영계는 20원을 올린 1만 460원을 각각 제시했다. 이로써 최초 요구안 당시 1,680원에 달했던 격차는 심의 시작 이후 처음으로 1,000원 미만인 990원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생존권'과 '지불 능력'이라는 명분을 굽히지 않고 있어 최종 합의까지는 여전히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최근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하층부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실질적인 임금 인상을 강력히 요구했다. 한국노총 측은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가속화되는 반면 영세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위협받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내수 회복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절박한 삶이 담긴 수기집을 위원장에게 전달하며, 단순히 숫자를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인상된 임금이 결국 자영업자의 매출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강조하며 경영계를 압박했다.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폐업 위기를 언급하며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경총은 지난 10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을 세 배 이상 앞질렀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현재의 임금 수준도 이미 국제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맞섰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5년 이상 버티다 문을 닫는 음식점업 사업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는 점을 들어, 추가적인 인상은 일자리 감소와 산업 구조의 왜곡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영계는 현장의 사업주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며 동결에 가까운 인상안을 고수했다.

 

공익위원들은 노사 양측의 자율적인 합의를 최대한 유도하기 위해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권순원 위원장은 최후의 순간까지 노사 간 간극이 좁혀질 수 있도록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양측의 양보를 촉구했다. 이번 회의에서 공익위원이 인상 폭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심의촉진구간'이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위원회는 노사가 스스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강제적인 표결보다는 합의를 통한 결정이 향후 발생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논의 속도를 고려할 때 최종적인 최저임금안은 다음 주인 14일경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종 고시 시한이 8월 5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의 제기 절차 등을 위해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심의 결과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오는 9일 열릴 제13차 전원회의에서 7차 수정안을 접수하고, 필요할 경우 심의촉진구간을 설정해 막판 조율에 들어갈 예정이다. 1만 1,000원대를 향한 노동계의 의지와 1만 원대 초반 수성을 목표로 하는 경영계의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고물가 시대에 서민들의 실질 구매력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한계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의 격차가 990원까지 좁혀진 것은 고무적이지만, 마지막 1원을 좁히기 위한 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4일로 예정된 운명의 날, 최저임금위원회가 우리 경제의 감당 능력과 노동자의 삶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낼지 온 국민의 이목이 정부세종청사로 향하고 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3천 원의 행복? 나바로·파레노 거장들 과천 집결

김태수의 설계로 문을 연 이곳은 한국 현대미술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역사적 공간이다. 10일 개막하는 특별전 '빛의 상상들'은 미술관의 지난 40년을 기념하며, 빛을 매개로 공간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됐다.전시의 서막은 로비에 걸린 필립 파레노의 '마퀴'가 연다. 극장 입구의 화려한 장식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네온과 전구가 깜빡이며 관람객들에게 곧 시작될 예술적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그 너머로는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기념비적 유산인 '다다익선'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며 과거와 현재의 예술이 공존하는 풍경을 완성한다. 빛 예술의 선구자들과 동시대 작가들이 나누는 무언의 대화는 과천관이 걸어온 40년의 세월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미술관 3층 브릿지 공간에서는 김아영 작가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가 장소특정적 설치로 구현되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플랫폼 노동과 가상세계를 신화적 서사와 결합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비정형 LED 패널을 공간에 맞춰 배치했다. 높은 층고에서 쏟아지는 영상의 빛은 마치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마주하는 듯한 경건함을 자아낸다. 기계적 미래 도시의 풍경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과천의 자연과 대비를 이루며 관람객들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몰입감을 제공한다.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빛의 거장'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발전위원회가 기증한 뒤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는 보는 빛이 아닌 경험하는 빛의 진수를 보여준다. 2원형전시실의 곡면 벽을 따라 들어선 관람객들은 2시간 30분에 걸쳐 서서히 색채를 바꾸는 네모난 빛의 공간 속에서 명상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빛의 미묘한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내면의 감각을 깨우는 이 과정은 이번 전시가 지향하는 '빛의 상상' 그 자체다.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이반 나바로의 설치 작업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칠레 군사독재 시절의 기억을 빛과 거울로 치환한 그의 작품들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우물이나 사라진 건물의 흔적을 통해 상실과 불안을 이야기한다. 네온의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권력과 통제의 은유는 관람객들에게 아름다움과 공포라는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주목받았던 거장들의 작품을 국립미술관의 문턱 낮은 입장료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한국 미술계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한다.미술관 외부의 1만 평 규모 조각공원에서는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 '머무는 자리'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폐스티로폼을 재활용해 만든 김하늘의 소파와 전통 좌식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하지훈의 자리 등은 관람객들이 직접 앉거나 기대어 쉬며 예술과 풍경을 하나로 잇는 경험을 제공한다. 자연 속에 배치된 84점의 조각들은 관객의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되며 과천관의 새로운 40년을 향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빛과 예술, 그리고 휴식이 어우러진 이번 대장정은 오는 11월 29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