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얼굴 뗀 빽다방, 영문 달고 세계로

2026-07-07 22:27

 국내 저가 커피 시장의 선두 주자인 빽다방이 론칭 20주년을 기점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다. 더본코리아는 최근 빽다방의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BI)를 공개하며, 그동안 간판의 핵심 요소였던 백종원 대표의 얼굴 캐릭터를 과감히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새롭게 선보인 로고는 빽다방의 정체성인 노란색과 파란색의 대비는 유지하되, 영문 표기인 'Paik's DABANG'을 중앙에 크게 배치해 시각적 심플함을 강조했다. 이번 주부터 전국 가맹점의 간판 교체 작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이는 빽다방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된다.

 

이번 리뉴얼의 가장 큰 목적은 본격적인 아시아 시장 진출이다. 더본코리아는 올해 하반기 일본 1호점 개점을 시작으로 중국과 대만 등지에 연내 10개 이상의 해외 매장을 열 계획이다. 해외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한글보다는 영문 중심의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최근 글로벌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반영했다. 백 대표의 얼굴이 간판에서 사라지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특정 인물에 대한 브랜드 의존도를 줄이고, 커피 전문점으로서의 독립적인 생명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매장 내부 인테리어 등에는 기존 로고를 일부 유지해 친숙함은 이어갈 방침이다.

 


더본코리아는 이번 BI 개편 과정에서 가맹점주들과의 소통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부터 외부 전문 컨설팅을 진행하고 전국 점주 연수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한 결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가맹점주들 역시 세련된 영문 로고 도입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매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백 대표는 지난 상생위원회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보답하겠다"며 본사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으며, 이번 리뉴얼은 그 약속을 이행하는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브랜드 이미지 쇄신과 더불어 정보기술(IT) 기반의 서비스 강화도 병행된다. 더본코리아는 빽다방을 포함한 자사 외식 브랜드들을 하나로 묶는 '통합 멤버십' 플랫폼 론칭을 준비 중이다.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서 주문부터 쿠폰 적립, 프로모션 참여까지 가능하게 함으로써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빽다방이 더본코리아 전체 가맹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브랜드인 만큼, 디지털 전환을 통해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주가 안정화를 도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해외 사업 모델 구체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국가별 소비 트렌드와 상권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현지 파트너십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과 중화권은 K-컬처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커피 소비층이 두터워 빽다방의 가성비 전략이 충분히 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 대표는 올해 중반 이후부터 해외 사업 확대와 신규 사업 추진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이번 영문 BI 개편은 빽다방이 한국의 프랜차이즈를 넘어 글로벌 커피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강력한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결국 빽다방의 이번 변신은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을 동시에 겨냥한 승부수다. 외식 경기 침체와 각종 논란으로 부침을 겪었던 더본코리아가 주력 브랜드의 얼굴을 바꾸는 결단을 내린 것은 변화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백종원이라는 강력한 개인 브랜드를 넘어 시스템과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년 전 작은 커피 매장으로 시작한 빽다방이 영문 간판을 달고 세계 시장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그 새로운 도전의 서막이 올랐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3천 원의 행복? 나바로·파레노 거장들 과천 집결

김태수의 설계로 문을 연 이곳은 한국 현대미술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역사적 공간이다. 10일 개막하는 특별전 '빛의 상상들'은 미술관의 지난 40년을 기념하며, 빛을 매개로 공간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됐다.전시의 서막은 로비에 걸린 필립 파레노의 '마퀴'가 연다. 극장 입구의 화려한 장식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네온과 전구가 깜빡이며 관람객들에게 곧 시작될 예술적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그 너머로는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기념비적 유산인 '다다익선'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며 과거와 현재의 예술이 공존하는 풍경을 완성한다. 빛 예술의 선구자들과 동시대 작가들이 나누는 무언의 대화는 과천관이 걸어온 40년의 세월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미술관 3층 브릿지 공간에서는 김아영 작가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가 장소특정적 설치로 구현되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플랫폼 노동과 가상세계를 신화적 서사와 결합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비정형 LED 패널을 공간에 맞춰 배치했다. 높은 층고에서 쏟아지는 영상의 빛은 마치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마주하는 듯한 경건함을 자아낸다. 기계적 미래 도시의 풍경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과천의 자연과 대비를 이루며 관람객들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몰입감을 제공한다.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빛의 거장'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발전위원회가 기증한 뒤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는 보는 빛이 아닌 경험하는 빛의 진수를 보여준다. 2원형전시실의 곡면 벽을 따라 들어선 관람객들은 2시간 30분에 걸쳐 서서히 색채를 바꾸는 네모난 빛의 공간 속에서 명상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빛의 미묘한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내면의 감각을 깨우는 이 과정은 이번 전시가 지향하는 '빛의 상상' 그 자체다.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이반 나바로의 설치 작업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칠레 군사독재 시절의 기억을 빛과 거울로 치환한 그의 작품들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우물이나 사라진 건물의 흔적을 통해 상실과 불안을 이야기한다. 네온의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권력과 통제의 은유는 관람객들에게 아름다움과 공포라는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주목받았던 거장들의 작품을 국립미술관의 문턱 낮은 입장료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한국 미술계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한다.미술관 외부의 1만 평 규모 조각공원에서는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 '머무는 자리'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폐스티로폼을 재활용해 만든 김하늘의 소파와 전통 좌식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하지훈의 자리 등은 관람객들이 직접 앉거나 기대어 쉬며 예술과 풍경을 하나로 잇는 경험을 제공한다. 자연 속에 배치된 84점의 조각들은 관객의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되며 과천관의 새로운 40년을 향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빛과 예술, 그리고 휴식이 어우러진 이번 대장정은 오는 11월 29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