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 '남매 외교', 2조 엔 투자로 중국 견제

2026-07-03 22:29

 일본과 인도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유례없는 수준의 경제·안보 동맹을 구축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반도체와 핵심 광물 등 5대 전략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특히 일본은 인도의 인프라 및 산업 발전을 위해 2조 엔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약속하며 경제 안보의 파트너로서 인도의 위상을 높였다. 양국 정상은 서로를 '오빠와 여동생'이라 칭하며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하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밀월 관계를 대외에 알렸다.

 

이번 회담의 핵심 성과 중 하나는 방위 장비 분야의 실질적인 협력이다. 양국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최신형 호위함에 탑재되는 통신 안테나 '유니콘'을 인도로 수출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이는 2015년 양국이 방위 장비 기술 이전 협정을 체결한 이후 11년 만에 거둔 첫 수출 사례로, 해양 안보 분야에서 두 나라의 결속이 한층 깊어졌음을 의미한다. 또한 외교와 국방 장관이 참여하는 '2+2 회담'을 연내에 개최하기로 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견제를 위한 상시적인 안보 협력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공급망 다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위한 각서를 체결하고, 에너지 비축을 위한 정부 간 대화 채널을 신설하는 등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일본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 일본 기업 150여 곳이 참여한 경제 포럼에서는 인공지능과 사이버 보안, 의약품 등 미래 산업 전반에 걸친 129건의 협력 문서가 오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인도를 전략적 방향성을 공유하는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 규정하며,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화려한 밀월 연출 이면에는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라는 미묘한 기류도 감지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할 정도로 강경한 대중 노선을 걷고 있는 반면, 모디 총리는 중국과의 직접적인 마찰은 피하려는 모습이었다. 공동 성명에 '경제적 위압'에 대한 우려를 담으면서도 모디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직접적으로 거명하지 않았다. 이는 쿼드(Quad)의 일원이면서도 브릭스(BRICS)를 통해 중국·러시아와 협력하는 인도의 전통적인 '전방위 외교' 전략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즉각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회담에 대해 제3자를 겨냥하거나 배타적인 소집단을 만들어 대립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며 날 선 비판을 내놓았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의 안보를 구실로 특정 국가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경계심을 표하며, 일본과 인도의 밀착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언론들 역시 인도의 복잡한 외교적 셈법을 고려할 때, 이번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들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양국은 에너지와 디지털 기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의 각서를 교환하며 실무적인 절차에 착수했다. 일본은 인도의 국제에너지기구 가입을 지지하며 자원 공급망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으며, 인도는 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활용해 자국 내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려는 계산이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손을 잡은 '남매'의 동행이 거대 강국 중국의 압박 속에서 얼마나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을지가 향후 아시아 정세의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세계의 진보를 위해 함께 나아가자며 회담을 마무리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독일 국립극장 주역들 대구 상륙…17일 '리골레토'

체결한 문화예술 협력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추진된 연례 교류 사업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주세페 베르디의 비극적 걸작인 ‘리골레토’를 통해 독일과 한국의 예술가들이 음악적 호흡을 맞추며, 부패한 귀족 사회와 그 속에서 파멸해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강렬한 선율로 그려낼 예정이다.이번 무대는 화려한 장식보다는 음악 본연의 힘에 집중하는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꾸며진다. 무대 장치를 최소화하는 대신 성악가들의 목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정교한 연주를 극대화해 관객들이 베르디 음악의 정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극 중 만토바 공작의 유명한 아리아 ‘여자의 마음’을 비롯해 질다의 ‘그리운 이름’ 등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극적 긴장감이 넘치는 명곡들이 지휘자 주세페 바릴레의 손끝에서 재탄생한다.출연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극장의 오페라 코치이자 지휘자인 주세페 바릴레가 지휘봉을 잡고 디오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카를스루에 국립극장 소속의 소프라노 안나스타지야 타라토르키나와 바리톤 레오나르도 이, 토마스 폴크너가 내한해 정통 유럽 오페라의 색채를 더한다. 여기에 테너 김동녘, 메조소프라노 이수미와 김보라, 바리톤 서정혁 등 대구를 대표하는 성악가들이 합류해 지역 예술계의 저력을 보여줄 예정이다.공연에 앞서 15일부터는 다채로운 연계 프로그램이 수성아트피아 곳곳에서 펼쳐진다. 15일 저녁에는 과거 교류 오디션을 통해 독일 무대에 진출했던 테너 조규석의 리사이틀이 소극장에서 열리며, 16일에는 차세대 유럽 진출자를 뽑는 선발 오디션과 소프라노 김지원의 독창회가 이어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일회성 공연을 넘어 지역 예술인을 발굴하고 세계 무대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의 문화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오페라 공연 다음 날인 18일에는 장소를 옮겨 특별한 야외 무대를 선보인다. 최근 개관해 지역의 새로운 문화 명소로 떠오른 대구간송미술관 야외무대에서 카를스루에 국립극장 단원들과 지역 음악가들이 함께하는 ‘열린음악회’가 개최된다. 미술관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클래식 선율이 어우러지는 이번 무대는 시민들에게 보다 친숙한 방식으로 국제 교류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지역 성악가의 해외 진출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 교류 주간에 리사이틀을 여는 테너 조규석은 오는 25일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시즌 콘서트 무대에 직접 오를 예정이다. 수성아트피아 관계자는 독일 현지 극장과의 지속적인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지역 예술가들이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협력의 결실인 ‘리골레토’는 티켓링크 등을 통해 예매 가능하며 전석 2만 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관객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