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텅스텐 무기화, 한국 'K-광산'이 깬다

2026-07-02 22:53

 강원도 영월의 깊은 산세 속에 잠들어 있던 상동광산이 32년 만에 다시 기지개를 켜며 전 세계 전략 광물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과거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초석이 되었던 이 광산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1994년 폐광의 길을 걸었으나, 최근 미·중 갈등 심화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화려하게 복귀했다. 미국 텅스텐 전문기업 알몬티인더스트리가 주도한 이번 재가동은 단순한 채굴 재개를 넘어, 첨단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텅스텐의 탈중국화를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상동광산의 잠재력은 단일 광산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5,800만 톤의 매장량에서 증명된다. 지하 3km에 이르는 거대한 광맥은 향후 45년 이상 안정적인 채굴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글로벌 자원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알몬티는 이곳에서 연간 2,600톤의 텅스텐을 생산해 그중 상당 부분을 미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며, 향후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4,600톤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생산량 2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로, 러시아와 베트남을 단숨에 제치고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게 된다.

 


텅스텐은 반도체 공정과 미사일 제조, 정밀 가공 등 극한의 환경이 요구되는 첨단 산업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략 자산이다. 높은 녹는점과 강도를 지닌 이 광물은 그간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85%를 독점하며 시장 지배력을 행사해 왔다. 중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텅스텐 수출을 통제하고 가격 급등을 유도하는 상황에서, 한국 상동광산의 부활은 서방 국가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미국은 이미 방산 업체들의 중국산 텅스텐 사용 금지를 추진하며 한국산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 상동광산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담당할 정도로 국가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중석불'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듯 텅스텐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는 전후 복구와 산업화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국산 저가 물량의 파상공세는 가격 경쟁력을 앗아갔고, 결국 폐광이라는 아픈 역사를 남겼다. 2015년 알몬티가 운영권을 인수한 이후 10년간 이어진 끈기 있는 투자는, 자원 안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 오늘날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되었다.

 


상동광산에 주목하는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텅스텐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일본 역시 한국의 광산 재가동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상동광산이 첨단 산업의 핵심 자원 기지가 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자원 확보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동북아시아 자원 협력의 새로운 구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알몬티인더스트리는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고 나스닥에 상장하며 미국 전략 광물 시장의 선두 주자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상동광산에서 생산될 산화 텅스텐은 글로벌 반도체와 방산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줄 핵심 소재가 될 전망이다. 한때 버려진 폐광에서 세계 최대의 전략 자원 기지로 탈바꿈한 상동광산의 부활은, 자원 민족주의가 팽배한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이 보유한 지정학적 가치와 자원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독일 국립극장 주역들 대구 상륙…17일 '리골레토'

체결한 문화예술 협력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추진된 연례 교류 사업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주세페 베르디의 비극적 걸작인 ‘리골레토’를 통해 독일과 한국의 예술가들이 음악적 호흡을 맞추며, 부패한 귀족 사회와 그 속에서 파멸해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강렬한 선율로 그려낼 예정이다.이번 무대는 화려한 장식보다는 음악 본연의 힘에 집중하는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꾸며진다. 무대 장치를 최소화하는 대신 성악가들의 목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정교한 연주를 극대화해 관객들이 베르디 음악의 정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극 중 만토바 공작의 유명한 아리아 ‘여자의 마음’을 비롯해 질다의 ‘그리운 이름’ 등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극적 긴장감이 넘치는 명곡들이 지휘자 주세페 바릴레의 손끝에서 재탄생한다.출연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극장의 오페라 코치이자 지휘자인 주세페 바릴레가 지휘봉을 잡고 디오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카를스루에 국립극장 소속의 소프라노 안나스타지야 타라토르키나와 바리톤 레오나르도 이, 토마스 폴크너가 내한해 정통 유럽 오페라의 색채를 더한다. 여기에 테너 김동녘, 메조소프라노 이수미와 김보라, 바리톤 서정혁 등 대구를 대표하는 성악가들이 합류해 지역 예술계의 저력을 보여줄 예정이다.공연에 앞서 15일부터는 다채로운 연계 프로그램이 수성아트피아 곳곳에서 펼쳐진다. 15일 저녁에는 과거 교류 오디션을 통해 독일 무대에 진출했던 테너 조규석의 리사이틀이 소극장에서 열리며, 16일에는 차세대 유럽 진출자를 뽑는 선발 오디션과 소프라노 김지원의 독창회가 이어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일회성 공연을 넘어 지역 예술인을 발굴하고 세계 무대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의 문화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오페라 공연 다음 날인 18일에는 장소를 옮겨 특별한 야외 무대를 선보인다. 최근 개관해 지역의 새로운 문화 명소로 떠오른 대구간송미술관 야외무대에서 카를스루에 국립극장 단원들과 지역 음악가들이 함께하는 ‘열린음악회’가 개최된다. 미술관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클래식 선율이 어우러지는 이번 무대는 시민들에게 보다 친숙한 방식으로 국제 교류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지역 성악가의 해외 진출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 교류 주간에 리사이틀을 여는 테너 조규석은 오는 25일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시즌 콘서트 무대에 직접 오를 예정이다. 수성아트피아 관계자는 독일 현지 극장과의 지속적인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지역 예술가들이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협력의 결실인 ‘리골레토’는 티켓링크 등을 통해 예매 가능하며 전석 2만 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관객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