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질타에 졸음까지
2026-07-01 22:15
국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1일 실시한 2차 기관보고에서 여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무능한 선거 행정과 불투명한 조직 운영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국정조사는 선거 당일 일부 투표소에서 용지가 모자라 유권자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던 초유의 사태를 규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여야 위원들은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국민의 소중한 참정권을 침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부실한 답변으로 일관하며 국회를 기만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선관위의 안일한 대응은 국정조사 자료 제출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여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선거 당일 접수된 민원 상세 내역조차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선관위의 답변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야당 간사인 서범수 의원 역시 보고 직전에서야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던져주듯 제출하고 정작 실무자와는 연락조차 되지 않는 선관위의 행태를 '철밥통'이라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헌법기관이라는 권위 뒤에 숨어 기본적인 소통조차 거부하는 조직적 폐쇄성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선거 당일의 보고 체계와 현장 관리 부실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도 이어졌다. 전용기 의원은 선관위가 공식적인 보고 시스템 대신 카카오톡 채팅방에 의존해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미 선거일 오후부터 투표용지 부족을 알리는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불구하고 본부 차원의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선관위의 위기관리 능력이 사실상 마비 상태였음을 방증하며, 국가 중대사인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국민적 공분 속에서 진행된 국정조사였지만 정작 증인석에 앉은 선관위 관계자들의 태도는 실망감을 안겼다. 여야 위원들의 날 선 질타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일부 증인들이 졸거나 불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국민의 참정권이 훼손된 엄중한 상황에서도 책임감을 찾아볼 수 없는 선관위의 모습은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과 시스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향후 치러질 선거의 정당성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랫동안 천착해 온 '동심'이라는 주제를 회화와 조각으로 풀어낸 자리다. 작가는 사실주의 회화에서 출발해 인간 내면의 탐구를 거쳐 자신만의 유토피아인 '원더랜드'를 구축해 왔다. 작품 속 소녀들은 행복과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관람객을 맞이하며,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순수한 감각과 감정을 다시금 일깨운다.이사라 작품의 정체성은 소녀의 눈동자에서 완성된다. 작가에게 눈은 단순히 시각 기관을 넘어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잇는 통로이자, 원더랜드의 모든 서사가 압축된 공간이다. 촘촘하게 쌓인 형형색색의 문양들은 관람객을 빨아들일 듯한 깊이감을 선사하며, 그 안에서 펼쳐지는 작은 세계는 보는 이에게 위로와 평온을 전한다. 작가는 이 눈동자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집요할 정도로 세밀한 공정을 거치며, 이를 통해 동심이 가진 생명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증명해 보인다.화면의 화려한 색감 뒤에는 작가의 고된 노동이 숨어 있다. 나무 패널 위에 건축 재료를 바르고 사포질하는 밑 작업을 수차례 반복한 뒤, 흰 물감을 두껍게 올려 바탕을 만든다. 그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한 후 날카로운 칼날로 표면을 긁어내어 흰 선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그림 곳곳에서 반짝이는 빛의 효과는 붓질이 아닌 칼끝의 흔적이다. 작가는 이 과정을 두 손을 비비며 기도하는 의식에 비유하며, 작품을 마주하는 모든 이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칼날 끝에 담아낸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평면의 소녀가 입체 공간으로 걸어 나왔다는 점이다. 작가는 회화 신작 13점과 더불어 처음으로 시도한 조각 작품 16점을 함께 선보인다. 조각으로 구현된 소녀들 역시 회화에서 보여준 섬세한 표면 처리와 화려한 눈동자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는 평면 속에 갇혀 있던 원더랜드의 서사를 실제 관람객이 숨 쉬는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입체화된 소녀들은 더욱 생생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관람객과 정서적 교감을 시도한다.이사라 작가는 한국 예술계의 명문가 출신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세대 연극인 고(故) 이해랑의 손녀이자 극사실주의 화풍의 대가 이석주 작가의 딸인 그는, 탄탄한 학문적 배경과 독창적인 화풍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의 작업은 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상업적 매력도 충분해 삼성전자, 아디다스, 하리보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하며 대중과 소통해 왔다. 특히 스포츠 구단의 유니폼 디자인에 참여하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행보를 통해 현대 미술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노화랑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이사라가 구축한 원더랜드의 정점을 보여주는 자리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미술관 등 주요 기관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예술적 성취를 뒷받침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섬세함의 끝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칼끝으로 긁어낸 수만 번의 흔적이 모여 완성된 소녀의 눈동자는,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순수한 유토피아의 존재를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