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32강 문턱서 멈추고 감독 사퇴

2026-06-29 10:52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지난해 7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약 2년 만이며, 2027년 1월 아시안컵까지였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조기 퇴진이다.

 

홍 감독은 29일 한국시간 오전 대표팀 베이스캠프가 차려졌던 멕시코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취재진과 만나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표팀이 다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팀으로 성장하길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개최국 멕시코,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A조에 속했다. 첫 경기에서 체코를 2-1로 꺾으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2차전에서 멕시코에 0-1로 패하며 흐름을 잃었다. 마지막 남아공전에서는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또다시 0-1로 패하면서 조 3위에 머물렀다.

 

48개국 체제로 처음 열린 이번 월드컵에서는 각 조 1, 2위와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일부 팀이 32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한국은 조 3위 12개 팀 가운데 10위에 그쳐 토너먼트 진출권을 얻지 못했다. 최종 순위는 34위였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조별리그를 넘지 못한 것은 2018년 러시아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홍 감독에게 이번 월드컵은 감독으로 맞은 두 번째 본선 무대였다.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반전을 만들지 못하면서 두 번째 도전 역시 아쉬움 속에 마무리됐다. 한국 축구에서 감독으로 월드컵 본선을 두 차례 지휘한 인물은 홍 감독이 유일하다.

 


홍 감독의 이번 임기는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2024년 7월 선임 당시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논란이 제기됐고, 홍 감독은 국회 현안 질의에 출석하기도 했다. 팬들의 지지를 충분히 얻지 못한 채 대표팀을 이끌어야 했던 그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6승 4무 무패로 본선 진출을 이끌었지만, 평가전에서 브라질과 코트디부아르에 잇달아 대패하며 경기력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본선에서 목표였던 원정 16강, 나아가 확대 체제 첫 32강 진출에도 실패하면서 홍 감독은 임기보다 약 6개월 일찍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선수와 코치, 감독을 통틀어 일곱 번째 월드컵 여정을 치른 그는 끝내 웃지 못한 채 멕시코를 떠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사령탑 선임과 대표팀 재정비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로판·헌터물… K-드라마, 장르 금기 깼다

제는 로맨스 판타지와 헌터물 등 웹소설 특유의 장르로 급격히 확장되는 추세다. 이는 기존 TV 드라마의 전형적인 문법에서 벗어나 OTT 플랫폼에 최적화된 자극적이고 신선한 세계관을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글로벌 OTT 플랫폼들은 이미 대형 웹소설 IP를 앞세워 하반기 라인업을 구축했다. 디즈니플러스는 메가 히트작 '재혼황후'를 드라마로 제작해 공개를 앞두고 있다. 동대제국의 황후 나비에가 황제의 변심에 맞서 재혼 승인을 요구하는 파격적인 서사를 담은 이 작품은 신민아와 주지훈 등 화려한 출연진을 확정하며 기대를 모은다. 넷플릭스 역시 전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한 '나 혼자만 레벨업'의 실사화에 착수하며 변우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헌터물 장르의 대중화를 노린다.이러한 변화는 국내 드라마 업계가 오랫동안 금기시해온 장르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중세 유럽풍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판타지는 그동안 한국 배우가 연기할 때 발생하는 이질감 때문에 실사화가 어려운 영역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시각 효과 기술의 발달과 시청자들의 장르 수용도가 높아지면서 tvN의 '하렘의 남자들'처럼 클리셰를 뒤트는 설정의 작품들이 내년 방영을 목표로 제작 궤도에 올랐다.콘텐츠 업계가 웹소설에 주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압도적인 확장성과 안정적인 팬덤에 있다. 웹소설은 텍스트 중심의 매체 특성상 웹툰보다 각색의 폭이 넓고 제작자의 상상력을 투영하기에 유리하다. 또한 이미 수년간 연재되며 흥행성이 검증된 대형 IP들이 시장에 풍부하게 남아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웹툰 IP가 지난 10년간 활발히 소진된 것과 달리 웹소설 시장은 여전히 영상화되지 않은 '보물창고'로 인식되고 있다.제작 방식의 변화도 눈에 띈다. 과거 '김비서가 왜 그럴까'나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작품들이 현대극의 틀 안에서 웹소설을 수용했다면, 최근의 흐름은 원작의 독특한 세계관을 가감 없이 전면에 내세운다. 게임식 레벨업 시스템이나 이세계의 계급 사회를 그대로 구현하는 방식은 원작 팬들의 충성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볼거리를 갈구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이는 대중성 확보를 위해 설정을 순화하던 과거의 제작 관행과는 확연히 다른 지점이다.다만 장르적 도전에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적 완성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서양식 귀족 사회를 이질감 없이 재현해야 하는 로맨스 판타지나 고난도 CG가 필수적인 헌터물은 일반 드라마보다 훨씬 높은 제작비가 투입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공개될 대작들의 성패가 향후 웹소설 기반 장르물의 시장 확대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