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부정선거' 띄우며 버티기…국힘 내분 폭발

2026-06-09 21:27

 6·3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6곳 중 단 4곳만을 확보하며 사실상 참패한 국민의힘이 장동혁 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선거 전 "당당하게 평가받겠다"고 공언했던 장 대표는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대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관리 사태를 고리로 '전국 단위 재선거'를 주장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주말 시위 현장을 방문한 이후 인천과 호남 일부 지역의 동일 득표 의혹을 직접 언급하며 강성 지지층이 제기하는 부정선거 프레임에 가세했다. 이는 선거 패배 책임론을 외부로 돌리는 동시에 당원 재신임 투표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가 꺼내든 재선거 카드는 당내 당권파 지도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신동욱, 조광한 등 최고위원들은 재투표를 요구하는 민심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장 대표의 행보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이들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라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만큼 전면적인 재선거만이 참정권 박탈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 당내 비당권파와 중진들 사이에서는 장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당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강력한 반대 목소리는 서울 사수에 성공하며 당의 체면을 살린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나왔다. 오 시장은 9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대한 위법이 없는 한 전면 재선거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장 대표의 주장을 정면으로 일축했다. 그는 장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하든 국민의 박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직격하며, 이번 선거 결과는 장 대표가 지향해온 노선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사실상 장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를 촉구하는 동시에, 내후년 총선을 대비해 당의 노선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당 중진들의 사퇴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조경태 의원과 유의동 의원 등은 장 대표가 공언했던 대로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재선거론을 거취 문제와 결부시키는 행태를 꼬집었다. 이들은 장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며 '윤어게인' 노선을 고수할 경우 보수 재건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당대표가 직접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공식 메시지로 내보내는 것이 중도층 이탈을 가속화하고 당을 다시 음모론의 굴레에 가두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부 전문가들의 시각도 냉소적이다. 장 대표가 제기하는 전면 재선거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며, 오직 당내 경선이나 재신임 투표에서 강성 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엄경엉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장 대표가 이미 보수 진영의 대표성에 치명상을 입었으며, 무슨 이야기를 해도 대중에게 먹히는 시기는 지났다고 평가했다. 결국 장 대표의 행보가 당의 쇄신보다는 자신의 권력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보수 진영 내부의 불신을 키우고 있는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현재 장 대표를 옹호하는 당권파와 오 시장을 중심으로 한 쇄신파 사이의 거대한 분수령에 서 있다. 재선거론을 앞세워 끝까지 버티겠다는 장 대표와 실패한 노선의 종언을 선언한 오 시장의 대결은 단순한 지도부 거취 문제를 넘어 보수 진영의 향후 진로를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걸림돌이 되어 보수 재건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는 방식과 당의 재건 방향을 둘러싼 이들의 치열한 공방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73년 금단 DMZ, 사진 80점으로 빗장 연다

13일까지 개최되는 사진전 ‘바람의 길목, DMZ’는 분단이 남긴 상흔과 그 안에서 피어난 생명력을 80여 점의 기록물로 증명한다. 이번 전시는 일본의 거장 구와바라 시세이를 비롯해 박종우, 김녕만, 최병관 등 DMZ의 찰나를 기록해온 국내외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관람객들은 철책 너머에 가려져 있던 한반도의 허리, 그 내밀한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전시의 백미 중 하나는 1989년 판문점의 찰나를 포착한 김녕만 작가의 ‘우산 아래 남북 기자들’이다.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남북의 기자들이 하나의 대형 우산 아래 모여 담배를 나누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분단의 벽이 무색해지는 인간적인 울림을 선사한다. 왼쪽 팔뚝의 ‘PRESS’ 완장과 북측의 ‘기자’ 완장이 대비를 이루면서도, 같은 비를 피하는 이들의 모습은 DMZ가 단절의 공간인 동시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교류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사진은 과거 사진집으로만 공개되었다가 이번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처음 실물로 공개된다.흑백과 컬러를 넘나드는 사진들은 DMZ 내부에 정체된 시간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북이 각각 2km씩 물러나며 형성된 이 공간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채 독특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잡초가 무성해져 형체만 남은 금강산행 철길과 지뢰밭 속에 둥지를 튼 두루미 떼의 모습은 전쟁의 비극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특히 후고구려 궁예의 옛 성터인 풍천원이 적막한 산수화처럼 변해버린 풍경은 역사의 무상함과 DMZ의 고요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전시장은 최전방 GP에서 바라본 금강산의 절경과 남북이 자존심을 걸고 벌였던 국기 게양대 높이 경쟁 등 냉전의 산물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남측의 99.8m와 북측의 160m 게양대가 대치하는 모습은 분단의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한다. 또한 민간인 통제구역 내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고단한 삶을 포착한 기록들은 DMZ가 단순히 군사적 공간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치열한 삶의 터전임을 일깨워준다. 철책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수달의 모습은 인간이 그어놓은 경계의 허망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기획을 맡은 권기준 학예연구사는 미디어 설명회를 통해 이번 전시가 흩어져 있던 DMZ 기록의 정수를 한자리에 모으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복잡한 설명보다는 강력한 시각적 이미지를 앞세워, 분단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려는 외국인들에게 DMZ의 실체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80여 점의 사진은 각각의 프레임 속에 갇힌 역사를 끄집어내어 오늘날 우리가 나아가야 할 평화의 길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번 전시가 분단의 유산을 넘어 미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73년간 굳게 닫혀 있던 바람의 길목을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열어젖힌 이번 기획전은 오는 9월 중순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창밖으로 보이는 현대적인 서울의 풍경과 전시장 내부의 적막한 DMZ 사진을 대비하며, 한반도가 처한 이중적인 현실을 체감하게 된다. 박물관 측은 전시 기간 중 작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DMZ에 담긴 역사적 층위를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