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WWDC 2026, AI는 '역대급' 하드웨어는 '침묵'
2026-06-09 22:11
애플이 9일 새벽 막을 올린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 2026)에서 차세대 운영체제인 'iOS 27'과 한층 진화한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공개하며 소프트웨어 혁신의 정점을 찍었다. 이번 행사에서 애플은 사용자 맞춤형 지능형 비서로 거듭난 시리(Siri)를 필두로 생태계 전반에 걸친 인공지능 통합을 선언했다. 하지만 전 세계 개발자와 투자자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폴더블 아이폰이나 스마트 안경 등 새로운 하드웨어 폼팩터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역대급 축제라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하드웨어 혁신을 기대했던 시장의 갈증은 오히려 깊어진 모양새다.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히는 대목은 애플의 첫 폴더블 기기인 '아이폰 울트라'에 대한 침묵이다. 현재 글로벌 폴더블 시장은 삼성전자와 구글 등 안드로이드 진영이 주도권을 쥐고 기술력을 뽐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이번 행사를 통해 폴더블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거나 최소한의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비전 프로' 공개 당시 제품 출시 수개월 전부터 생태계 구축을 위해 티저 영상을 선보였던 전례가 있었기에, 이번 WWDC에서 단 한 장의 슬라이드조차 없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애플의 이러한 '숨 고르기'는 다음 달 열릴 경쟁사의 행사를 의식한 결과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전자는 오는 7월 '갤럭시 언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폴더블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애플 입장에서는 WWDC라는 소프트웨어 중심 무대에서 하드웨어 카드를 성급하게 꺼내 보이기보다, 삼성의 공세가 한 차례 지나간 뒤 하반기 단독 행사를 통해 파괴력을 극대화하려는 계산을 마쳤을 가능성이 크다. 즉, 소프트웨어로 기초 체력을 다져놓은 뒤 하반기 하드웨어 무대에서 결정타를 날리겠다는 승부수다.

업계에서는 6월의 침묵이 9월의 폭발적인 마케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하반기 신제품을 공개해온 애플이 7월 삼성의 언팩 직후나 9월 아이폰 18 시리즈 공개 시점을 기점으로 폴더블 기기에 대한 본격적인 티저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AI와 소프트웨어 혁신으로 사용자들을 묶어둔 애플이 올 하반기 베일을 벗을 아이폰 울트라를 통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뒤흔들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13일까지 개최되는 사진전 ‘바람의 길목, DMZ’는 분단이 남긴 상흔과 그 안에서 피어난 생명력을 80여 점의 기록물로 증명한다. 이번 전시는 일본의 거장 구와바라 시세이를 비롯해 박종우, 김녕만, 최병관 등 DMZ의 찰나를 기록해온 국내외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관람객들은 철책 너머에 가려져 있던 한반도의 허리, 그 내밀한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전시의 백미 중 하나는 1989년 판문점의 찰나를 포착한 김녕만 작가의 ‘우산 아래 남북 기자들’이다.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남북의 기자들이 하나의 대형 우산 아래 모여 담배를 나누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분단의 벽이 무색해지는 인간적인 울림을 선사한다. 왼쪽 팔뚝의 ‘PRESS’ 완장과 북측의 ‘기자’ 완장이 대비를 이루면서도, 같은 비를 피하는 이들의 모습은 DMZ가 단절의 공간인 동시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교류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사진은 과거 사진집으로만 공개되었다가 이번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처음 실물로 공개된다.흑백과 컬러를 넘나드는 사진들은 DMZ 내부에 정체된 시간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북이 각각 2km씩 물러나며 형성된 이 공간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채 독특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잡초가 무성해져 형체만 남은 금강산행 철길과 지뢰밭 속에 둥지를 튼 두루미 떼의 모습은 전쟁의 비극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특히 후고구려 궁예의 옛 성터인 풍천원이 적막한 산수화처럼 변해버린 풍경은 역사의 무상함과 DMZ의 고요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전시장은 최전방 GP에서 바라본 금강산의 절경과 남북이 자존심을 걸고 벌였던 국기 게양대 높이 경쟁 등 냉전의 산물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남측의 99.8m와 북측의 160m 게양대가 대치하는 모습은 분단의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한다. 또한 민간인 통제구역 내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고단한 삶을 포착한 기록들은 DMZ가 단순히 군사적 공간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치열한 삶의 터전임을 일깨워준다. 철책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수달의 모습은 인간이 그어놓은 경계의 허망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기획을 맡은 권기준 학예연구사는 미디어 설명회를 통해 이번 전시가 흩어져 있던 DMZ 기록의 정수를 한자리에 모으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복잡한 설명보다는 강력한 시각적 이미지를 앞세워, 분단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려는 외국인들에게 DMZ의 실체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80여 점의 사진은 각각의 프레임 속에 갇힌 역사를 끄집어내어 오늘날 우리가 나아가야 할 평화의 길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번 전시가 분단의 유산을 넘어 미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73년간 굳게 닫혀 있던 바람의 길목을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열어젖힌 이번 기획전은 오는 9월 중순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창밖으로 보이는 현대적인 서울의 풍경과 전시장 내부의 적막한 DMZ 사진을 대비하며, 한반도가 처한 이중적인 현실을 체감하게 된다. 박물관 측은 전시 기간 중 작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DMZ에 담긴 역사적 층위를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