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도 합류? 엔비디아-SK하이닉스 'AI 동맹' 과시

2026-06-01 18:33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 엔비디아가 개인용 컴퓨터 시장으로의 영토 확장을 공식 선언하며 반도체 생태계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6월 1일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개최된 'GTC 타이베이' 기조연설을 통해 새로운 AI 노트북 라인업인 'RTX 스파크'를 전격 공개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엔비디아가 미디어텍과 손잡고 독자 개발한 PC용 프로세서 'N1 X'의 등판이다. 그간 서버용 가속기에 집중해온 엔비디아가 일반 사용자용 단말기 시장에 직접 뛰어들면서 인텔과 AMD 중심의 기존 PC 시장 구도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엔비디아의 이러한 행보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신형 칩 N1 X는 기기 자체에서 고성능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 환경을 위해 128GB에 달하는 압도적인 메모리 용량을 채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칩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신 저전력 D램인 LPDDR5X가 대거 탑재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서버용 제품에 편중되었던 AI 특수가 개인용 노트북과 PC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전이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젠슨 황 CEO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생산성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 개발자들이 AI를 활용해 투입 비용 대비 3배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효율성 증대가 오히려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엔비디아의 전략은 개인용 단말기 단계에서부터 강력한 AI 비서를 구동시켜 산업 전반의 산출물을 극대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를 위해 고성능 하드웨어의 보급이 필수적이며, 그 핵심 부품인 고용량 메모리 수요는 자연스럽게 우상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장에서는 차세대 AI 가속기인 '베라 루빈'의 양산 소식도 함께 전해져 열기를 더했다. 황 CEO는 베라 루빈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6세대 HBM인 HBM4가 탑재되어 생산 중임을 공식화했다. 이와 더불어 AI 에이전트 성능을 극대화한 CPU '베라' 라인업을 소개하며, 서버와 스토리지를 아우르는 통합 하드웨어 생태계를 제시했다. 이 모든 차세대 라인업에도 국내 양사의 고성능 D램 탑재가 유력시되면서 한국 반도체와의 동맹 전선은 더욱 견고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참관해 엔비디아와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재확인했다. 엔비디아는 기조연설 도중 SK텔레콤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SK하이닉스의 공정 효율화 사례를 혁신적인 협력 성과로 치켜세웠다. 이는 단순한 부품 공급 관계를 넘어 제조 공정의 지능화까지 함께 도모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임을 시사한다. 최 회장의 현장 방문은 급변하는 AI 생태계 속에서 한국 반도체가 단순 공급자를 넘어 핵심 설계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굳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되었다.

 

결국 엔비디아의 PC 시장 진출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요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서버용 HBM에 이어 온디바이스 AI용 고성능 D램까지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가 재정의하는 개인용 컴퓨팅 혁명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공하는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솔루션은 AI 노트북 시장의 성패를 가를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이며, 양사의 기술 경쟁은 이제 서버실을 넘어 사용자들의 책상 위로 옮겨붙게 되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최선의 '나비', 기계가 흉내 못 낼 호흡의 예술

날 예술의 현주소를 조명하는 두 전시가 나란히 열려 눈길을 끈다. 춘천 이상원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도구와 경쟁자-살아있는 존재 증명법’과 성남큐브미술관의 ‘디지털 소장품전: 0과 1 사이’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이상원미술관의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의 소장품을 통해 새로운 기술 매체를 예술적 도구로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예술가를 대체할 경쟁자로 간주할 것인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기획자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감각과 경험이 담긴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이는 기술 만능주의 시대에 창작의 근원이 결국 인간의 호흡과 신체성에 있음을 상기시키는 시도다.전시작 중 최선의 ‘나비’는 인간의 생생한 숨결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작가는 여러 참여자가 캔버스 위 잉크를 자신의 숨으로 불어 형태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통해 작품을 완성했다. 한 사람의 호흡이 멈춘 곳에서 다른 사람의 숨결이 이어지는 방식은 기계적인 복제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인간 공동체의 유대와 생명력을 상징한다. 안산 중앙시장의 한 노인이 자신의 숨결에서 나비를 발견했다는 일화는 작품에 서사적 깊이를 더한다.이우성의 작품 ‘두 번 반복해서 그린 세진이’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2017년 제작 당시에는 지인에 대한 친밀감과 애정을 담은 초상화였으나, 오늘날에는 인간과 그를 닮은 인공지능의 관계를 은유하는 작품으로 읽히기도 한다. 같은 얼굴을 한 두 인물이 서로 다른 방향을 응시하는 모습은 기술 복제 시대에 개인이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을 시각화한 듯하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작품의 의미가 변주되는 지점은 인간 예술만이 가진 유연한 소통 능력을 증명한다.성남큐브미술관에서 열리는 ‘0과 1 사이’는 디지털 이미지의 근간인 이진 코드를 화두로 삼아 우리가 매일 접하는 가상 세계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정상현의 ‘데칼코마니’는 현실의 공간을 반복 촬영해 겹쳐 놓음으로써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찰나의 감정과 환경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삶의 궤적을 영상으로 포착해낸 점이 인상적이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그 안에 인간의 섬세한 시간성을 담아내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이문희의 ‘이노에스빠스’는 휴대폰 카메라로 기록한 도시와 자연의 파편들을 재구성해 새로운 풍경을 창조한다. 낡은 건물의 외벽이나 바닥의 균열처럼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흔적들은 작가의 시선을 거쳐 독특한 예술적 풍경으로 거듭난다. 이외에도 군중의 흐름을 우주적 관점에서 표현한 이지연의 작품이나 유리판을 겹쳐 착시를 유도하는 임정은의 작업 등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의 감각적 탐구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