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 가족도 갈라졌다, 대구시장 선거 3%p 차 '초박빙'

2026-05-22 22:03

 대구시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여야의 승부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구의 자부심으로 불리는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 선수의 가족들이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상황은 현재 대구 유권자들의 복잡한 심경을 그대로 투영한다. 구 선수의 형인 자용 씨는 보수 진영의 추경호 후보를 지지하며 유세 현장에 직접 나선 반면, 부친인 구경회 씨는 진보 진영의 김부겸 후보를 돕기로 결정했다. 한 지붕 아래에서도 지지 후보가 엇갈리는 풍경은 보수 색채가 짙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대구의 현재를 보여준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대구시장 선거가 역대급 혈전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중앙일보가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부겸 후보는 41%, 추경호 후보는 38%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불과 3%포인트 차이의 초박빙 승부가 이어지면서 각 후보 진영은 한 표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전통적인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는 추 후보와 인물론을 앞세워 외연 확장을 꾀하는 김 후보 사이의 기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1일, 추경호 후보의 출정식은 세 과시의 장이 되었다. 대구 중구 현대백화점 앞에는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집결해 추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이 자리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인물은 단연 구자욱 선수의 형 구자용 씨였다. 그는 직접 유세차에 올라 추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스포츠 스타 가족의 등장은 현장 분위기를 고조시켰으며, 보수 진영의 젊은 층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이에 맞서는 김부겸 후보 측은 원로 체육인들의 지지를 발판 삼아 민심 파고들기에 나섰다. 구자욱 선수의 부친인 구경회 전 부회장은 대구 지역의 원로 축구인들과 함께 김 후보의 선거 캠프를 찾아 공식 지지 선언을 마쳤다. 구 전 부회장은 지지 선언문을 통해 대구 시민들의 팍팍한 삶과 경제 위기를 언급하며, 이를 해결할 적임자로 김 후보를 지목했다. 특히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의 암표 문제를 시민들의 스트레스 해소 창구 부족과 연결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부겸 후보는 구 전 부회장과의 만남을 SNS에 공유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계 탔다'는 젊은 층의 유행어를 인용하며 구 선수의 부친을 만난 기쁨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는 딱딱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벗고 시민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스포츠 스타 가족과의 인연을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유권자들의 시선을 붙잡고, 인물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대구의 민심은 더욱 요동칠 전망이다. 가족 내에서도 지지 후보가 나뉠 만큼 팽팽한 대결 구도는 투표 당일까지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추경호 후보의 조직력과 김부겸 후보의 인지도가 정면충돌하는 가운데, 스포츠 스타 가족의 엇갈린 행보가 실제 투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각 진영은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부동층의 마음을 잡기 위한 맞춤형 공약을 쏟아내며 대구의 심장을 차지하기 위한 마지막 총력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칠곡 할머니들, 뮤지컬로 돌아온 사연

통해 세상에 알려진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창작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여 관객들과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초연 당시 주요 뮤지컬 시상식에서 3관왕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이 연극적 여정은 더욱 탄탄해진 캐스팅과 깊어진 감성으로 돌아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재연의 막을 올렸다.이번 공연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진정성이 가장 큰 무기다. 평생 글을 모르고 살다 여든이 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적고 시를 짓게 된 할머니들의 실제 경험담이 극 전체를 관통한다. 무대 위 배우들은 할머니들이 꾹꾹 눌러 쓴 시구를 가사 삼아 노래하며,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노년의 삶을 경쾌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려낸다. 초연 멤버들이 전원 합류한 가운데 차청화와 김미려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새롭게 가세하여 극의 활력을 더했다.작품의 음악적 특징은 할머니들의 투박한 언어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냈다는 점에 있다. 제작진은 경상도 사투리 특유의 억양과 할머니들이 맞춤법에 서툴게 적어 내려간 표현들을 노래 속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반갑다'를 '방가따'라고 발음하는 식의 디테일은 할머니들의 삶을 미화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배우들은 이러한 생소한 억양을 익히기 위해 대본에 악보처럼 음의 높낮이를 그려가며 연습에 매진했다는 후문이다.출연 배우들에게도 이번 작품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차청화는 실제 고령의 시할머니를 모시며 느꼈던 감정들을 연기에 투영하며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무게감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희극인으로서 대중에게 친숙한 김미려 역시 할머니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유머와 슬픔을 진지하게 탐구하며 자신만의 색깔로 배역을 소화해냈다. 배우들의 이러한 진심 어린 접근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연기를 넘어선 깊은 울림을 전달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공연장 분위기는 여느 뮤지컬과는 사뭇 다르다.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사연이 노래로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온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자극적인 전개 없이도 관객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삶의 진실이 주는 힘 때문이다. 연출팀은 이러한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서울 공연 이후 뉴캐스트와 함께 전국 투어를 진행하며 더 많은 지역의 관객들과 할머니들의 시심(詩心)을 공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오는 6월 28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여기도 시, 저기도 시"라고 읊조리던 할머니들의 발견처럼,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 공연은 올여름 가장 따뜻한 위로의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할머니들의 서툰 글씨체가 무대 위 조명을 받아 찬란한 노래로 피어나는 광경은 세대를 초월한 모든 이들에게 인생을 '오지게 재밌게'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