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AI·항암제 띄운다… 4대 성장동력 선언

2026-05-21 18:26

 LG화학이 배터리 소재를 넘어 인공지능(AI)과 전장, 항암 신약까지 아우르는 대대적인 사업 구조 개편에 돌입한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공급 과잉과 원가 경쟁 심화라는 위기 상황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중심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기존 3대 핵심 사업에 ‘고부가 스페셜티’를 추가한 4대 성장동력 체제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관련 매출을 현재의 3배 이상인 17조 원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AI와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전자소재 사업의 고도화다. LG화학은 급성장하는 AI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패키징 소재와 방열·접착 소재 등 전장용 고기능 소재 공급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디스플레이용 옵티컬 필름과 차량용 포토폴리머 필름 등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 이는 단순한 소재 공급사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와 IT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지 소재 분야에서는 차세대 기술 확보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한다. 고전압 미드니켈과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는 물론, 나트륨이온전지(SIB) 소재 개발을 병행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미 토요타와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시장 거점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규제에 대응하는 안정적인 공급망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대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오 사업은 항암 신약을 중심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준비를 마쳤다. 현재 두경부암 치료제 임상 3상을 비롯해 다양한 면역항암제 임상을 진행 중이며, 미국 법인 아베오(AVEO)를 전초기지로 삼아 글로벌 항암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난임 치료와 성장호르몬 등 기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도 인접 질환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바이오 부문의 자생력을 높이고 있다. 이는 화학 기업의 한계를 넘어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포석이다.

 


친환경 지속가능성 비즈니스 역시 미래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다. 재활용 플라스틱(PCR) 소재와 바이오 원료 기반 제품군을 확대하는 동시에 폐식용유를 활용한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저탄소 사업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직접 활용하는 기술 개발을 통해 탄소 중립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 소재를 단순한 사회적 책임이 아닌 수익 창출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기존의 범용 석유화학 제품 비중은 과감히 줄이고 고기능성수지(ABS)와 반도체용 고순도 세정제 등 프리미엄 소재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 김동춘 CEO는 취임 이후 줄곧 고강도 혁신과 체질 개선을 주문하며 기술 경쟁력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설계를 진두지휘해 왔다.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이번 4대 성장동력 체제 확립으로 구체화된 셈이다. LG화학은 이제 전통적인 굴뚝 산업의 이미지를 벗고 첨단 과학 기업으로의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국립무용단 '탈바꿈', 탈춤과 EDM의 파격 만남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며 빚어내는 새로운 에너지를 공개했다. 무용수들은 익숙한 전통 탈을 쓰고 어깨춤을 추다가도 어느새 얼굴이 시시각각 변하는 LED 탈을 착용하고 힙합 그루브를 타며 연습실을 달궜다. 이재화 안무가가 이끄는 이번 작품은 ‘가장 우리다운 움직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어, 박제된 전통이 아닌 동시대와 호흡하는 한국적 미학을 탐구한다.이재화 안무가는 그동안 한국 무용계에서 관성적으로 사용되어 온 ‘한국적’이라는 단어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데 집중했다. 그는 의상이나 외형적인 형식에 매몰되기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세대들의 정신적인 내면에 주목했다. 억압받는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버텨내는 인내와 그 과정에서 분출되는 에너지가 오히려 오늘날 가장 한국적인 정서라고 판단한 것이다. 작품 제목인 ‘탈바꿈’ 역시 단순히 탈을 교체한다는 물리적 의미를 넘어, 기존의 껍질을 깨고 새로운 형태를 찾아가는 ‘탈피’의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작품 속에서 탈은 무용수의 본래 신분을 감추는 익명의 장치이자 동시에 내면의 자아를 해방시키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실제 무용수들은 탈을 쓰는 순간 사회적 역할에서 벗어나 평소보다 훨씬 과감하고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내향적인 성향의 단원조차 탈이라는 보호막 뒤에서 심리적 자유로움을 느끼며 무대 위를 활보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익명성의 에너지는 공연 후반부 탈을 벗고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으로 이어지며 관객들에게 깊은 해방감을 선사한다.이번 공연은 지난해 선보였던 30분 분량의 초연을 60분으로 대폭 확장하며 예술적 밀도를 높였다. 초연이 탈의 시각적 재미에 치중했다면, 이번 확장판은 안무가의 인생관과 사회적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무대 중앙에 설치된 거대한 회전 구조물은 현대 사회의 계급 구조와 개인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상징하는 ‘수레’로 비유된다. 누군가는 버티며 끌어야 하고 누군가는 그 위를 활보하는 공간적 대비는 영화 ‘기생충’이나 ‘설국열차’가 보여준 사회적 은유와 궤를 같이한다.음악과 무대 미술의 결합 역시 작품의 완성도를 뒷받침한다. 박다울 음악감독은 포크송 ‘터’를 모티브로 삼아 거문고의 고전적인 음색과 5인조 라이브 밴드의 사운드, 그리고 차가운 전자음악을 실시간으로 충돌시킨다. 이러한 청각적 긴장감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만나 현장감을 극대화한다. 전통 탈춤 이면에 숨겨진 슬픔과 고단함을 ‘버티는 몸’의 언어로 치환해낸 안무는 궁극적으로는 절망을 딛고 희망으로 나아가는 서사적 구조를 완성하며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국립무용단의 ‘탈바꿈’은 다음 달 19일부터 2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본 공연에 앞서 관객들이 직접 안무를 체험해볼 수 있는 오픈 클래스 등 소통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기대를 모은다. 특히 이번 작품은 오는 10월 주미한국문화원의 초청으로 뉴욕과 워싱턴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어서, 한국 무용의 현대적 변신이 세계 무대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통의 탈을 벗고 동시대의 얼굴로 갈아입은 국립무용단의 도전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