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떼고 ‘아메리카’로…농심, 남미까지 영토 넓힌다

2026-05-20 18:35

 농심이 미국 지주법인을 중심으로 오너가가 직접 진두지휘하는 강력한 글로벌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신동원 회장과 신동윤 부회장 형제가 이사회를 지탱하고, 신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부사장이 지주법인 대표이사를 맡아 미주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구조다. 특히 법인명을 기존 'USA'에서 '아메리카'로 변경하며 북미를 넘어 남미 시장까지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는 단순한 라면 수출 기지를 넘어 그룹 전체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전초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신상열 부사장은 현재 국내 미래사업실장직과 더불어 홍콩 및 미국 지주법인인 농심홀딩스아메리카의 비상근 임원을 겸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신동원 회장이 직접 챙기던 해외 법인 관리 업무가 올해 들어 신 부사장과 조용철 사장 체제로 재편된 점이 눈에 띈다. 신 부사장이 지주 기능을 담당하는 미국 법인의 CEO로서 투자와 자산 운용을 총괄하게 되면서, 오너 3세 중심의 글로벌 지배구조가 한층 견고해진 모습이다.

 


지주법인인 농심홀딩스아메리카의 변화는 농심의 미주 사업 방향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등기 업종이 투자와 임대인 만큼, 단순히 라면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그룹 차원의 신규 투자와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지주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 율촌화학의 신동윤 부회장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 역시 포장재와 전자소재 등 그룹사 전체 역량을 미주 시장에 투입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현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네트워크를 쌓아온 신상열 부사장은 이번 개편을 통해 자신의 경영 역량을 시험받게 됐다. 올해 국내 이사회에 합류하며 사내이사로 선임된 신 부사장은 미국 법인 CEO로서 현지 신사업 구상을 구체화하는 중책을 맡았다. 업계에서는 신 부사장이 단순한 관리자를 넘어 북미와 남미를 잇는 거대 시장에서 농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키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너가의 전면 등장과 함께 전문 경영인인 조용철 사장의 역할도 해외로 대폭 확장됐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그간 국내 사업에 집중해온 조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과 동시에 미국, 유럽, 일본, 러시아 등 주요 해외 사업법인 4곳의 임원을 겸직하게 됐다. 이는 전임 대표 체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행보로, 국내외 사업의 유기적인 연결과 책임 경영을 강화하려는 신동원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농심의 글로벌 영토 확장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조 사장이 새롭게 이름을 올린 러시아 법인은 오는 6월 본격적인 영업 개시를 앞두고 있어 유라시아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오너가의 전략적 판단과 전문 경영인의 실행력이 결합된 이번 체제 개편이 농심의 '글로벌 톱티어' 도약을 앞당길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60주의 땀방울 결실, 4인 4색 빌리가 전하는 뜨거운 감동

하고 있다. 광부인 아버지와 형, 그리고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함께 척박한 삶을 살아가던 소년 빌리는 우연히 접한 발레 수업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예술적 본능을 발견한다. 복싱 글러브 대신 토슈즈를 선택한 소년의 항해는 가난과 편견이라는 높은 벽에 부딪히지만, 춤을 향한 그의 열정은 멈추지 않고 옥타곤 밖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작품은 발레 선생님 미세스 윌킨슨이 빌리의 천재적인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로열 발레스쿨 오디션으로 이끄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가슴 뭉클하게 그려낸다. 남자가 발레를 한다는 사실을 용납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완고한 반대 속에서도 빌리는 몰래 연습을 이어가며 꿈을 키운다. 이 과정에서 펼쳐지는 소년들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는 관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특히 이번 공연을 위해 60주간의 혹독한 훈련 과정을 거친 아역 배우들의 탭댄스와 발레 기량은 작품의 완성도를 뒷받침하는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는다.음악적 구성 역시 화려하다. 영화 원작에 매료된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엘튼 존이 직접 곡을 써서 화제를 모았던 이 뮤지컬은 2005년 런던 초연 이후 브로드웨이를 거쳐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에서는 2010년 초연된 이후 이번이 네 번째 시즌으로, 매 시즌마다 새로운 스타 아역들을 배출하며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무대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에너지는 탄광촌의 어두운 분위기와 대비되며 빌리가 꿈꾸는 미래의 찬란함을 더욱 극명하게 시각화한다.공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앵그리 댄스(Angry Dance)’는 좌절한 빌리가 온몸으로 분노를 표출하며 무대를 압도하는 장면이다. 또한 성인이 된 빌리와 어린 빌리가 함께 춤을 추는 ‘드림 발레(Dream Ballet)’는 시공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는 1대 빌리 출신이자 현재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임선우가 성인 빌리 역을 맡아 무대에 올랐다. 과거의 빌리가 실제 세계적인 무용수가 되어 돌아온 모습은 작품 속 서사와 실제 현실이 겹쳐지며 형언할 수 없는 전율을 안긴다.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는 서사는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객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거친 환경 속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결국 아들의 꿈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굽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진한 부성애를 느끼게 한다. 여기에 빌리를 응원하는 단짝 친구 마이클의 발랄한 감초 연기와 미세스 윌킨슨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객석을 가득 채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어른들의 박수 소리는 이 작품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이번 공연에서는 김승주, 박지후, 김우진, 조윤우가 빌리 역을 맡아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최정원과 전수미가 미세스 윌킨슨 역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박정자와 민경옥 등 베테랑 배우들이 합류한 할머니 역과 조정근, 최동원이 연기하는 아버지 역은 극의 무게감을 더한다. 소년의 순수한 열정이 빚어내는 기적 같은 무대 ‘빌리 엘리어트’는 오는 7월 26일까지 용산구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관객들과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