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60억 파운드 확약…표류하던 3국 전투기 사업 본궤도

2026-05-19 18:50

 영국과 일본, 이탈리아가 손잡고 추진 중인 차세대 6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이 영국의 파격적인 예산 지원에 힘입어 다시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최근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약 60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12조 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이는 단기 계약 만료를 앞두고 사업 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조치로, 향후 3국 간의 다년도 산업 계약 체결을 위한 든든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은 지난 2022년 3국이 203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의기투합하며 시작되었다. 영국의 '템페스트'와 일본의 'F-X' 계획을 통합한 GCAP는 기존 주력 기종인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F-2를 대체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BAE시스템스와 미쓰비시중공업, 레오나르도 등 각국을 대표하는 방산 기업들이 참여해 인류 역사상 가장 진보된 전투기를 만드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초기 장밋빛 전망과 달리 개발 과정에서 불거진 예산 확보 문제는 사업의 발목을 잡는 고질적인 변수였다.

 


특히 영국의 정권 교체 이후 출범한 노동당 정부가 재정적 확약을 미루면서 사업은 한때 표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합작 법인 설립과 설계 계약이 지연되자 일본 측은 이례적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영국을 압박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가 단순히 무기 개발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입지와 양국 관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 왔다. 이러한 외교적 긴장감 속에서 나온 영국의 이번 결정은 사업 무산을 막기 위한 최후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일본이 이토록 속도전에 집착하는 이유는 주변국의 군사적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J-36과 J-50 등 차세대 첨단 전투기의 시험 비행을 이어가며 공군력을 과시하고 있다. 2035년이라는 인도 시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동북아시아의 하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일본을 움직이게 했다. 아울러 3국은 이번 공동 개발을 통해 미국산 F-35에 대한 기술적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항공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계산도 깔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GCAP 전투기는 현존하는 기종들을 압도하는 성능을 목표로 한다. 유로파이터 타이푼보다 빠른 속도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대화형 조종석과 기존보다 만 배 이상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차세대 레이더가 장착될 예정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과 무인 드론과의 협업 시스템은 6세대 전투기를 정의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BAE시스템스는 이 기체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상호 운용성과 연결성을 갖춘 공중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영국의 대규모 자금 수혈로 급한 불을 끈 GCAP는 이제 구체적인 설계와 제작이라는 본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12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향후 기술 공유 비중과 비용 분담을 둘러싼 세밀한 조정 과정이 남아 있다. 3국이 합의한 2035년 배치가 현실화된다면 세계 방산 시장의 판도는 미국 중심에서 다자간 공동 개발 체제로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이 거대 프로젝트가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고 목표한 성능을 구현해낼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봄동비빔밥'에 진심인 당신…'제철코어' 열풍의 뿌리 찾았다

가 2030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잊힌 줄 알았던 24절기의 감각이 현대인의 취향과 만나 특별한 문화적 자산으로 소비되는 지금,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자연의 리듬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던 선조들의 통찰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 기획전 ‘이십사(二十四):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전시는 단순히 유물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측-전달-실천’이라는 세 가지 흐름을 통해 절기가 어떻게 우리 삶의 지도가 되었는지 추적한다. 1부 ‘관측: 하늘을 읽다’에서는 혼천의와 앙부일구 등 정교한 천문 기구를 통해 절기가 치밀한 과학의 산물이었음을 증명한다. 특히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거리에 설치한 해시계 앙부일구는, 누구나 ‘때’를 알고 삶의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려 했던 당시의 혁신적인 통치 철학을 보여주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2부 ‘전달: 삶으로 잇다’에서는 국가가 독점하던 천문 지식을 백성의 손으로 넘겨주려 했던 실학자들의 실사구시 정신을 조명한다. 보물 제2032호인 ‘혼개통헌의’는 실학자 유금이 만든 휴대용 천문계산기로, 이번 전시의 핵심 유물이다. 관람객들은 인터랙티브 체험을 통해 직접 별자리를 읽으며, 절기를 읽는 행위가 관의 영역을 넘어 개인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과정을 경험한다. 글을 모르는 백성들도 노래로 절기를 익힐 수 있게 했던 ‘농가월령가’ 역시 지식의 대중화를 꿈꿨던 실학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전시의 하이라이트인 3부 ‘실천: 땅을 살리다’는 과거의 지혜를 기후 위기 시대의 생태적 대안으로 연결하며 ‘제철코어’의 진정한 의미를 완성한다. 여기서는 단순히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자연의 순환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가는 현대판 실학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철에 맞춰 농사를 짓는 농부들과 지역 식재료로 계절의 맛을 구현하는 셰프들의 인터뷰는, 절기를 따르는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왜 필요한 감각인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특히 남양주 조안면 주민들과 협업해 전시장 내에 설치한 ‘생태변기’는 이번 전시의 파격적인 시도 중 하나다. 배설물을 버려지는 오물이 아닌 소중한 퇴비로 되돌리는 이 장치는, 박제가가 ‘북학의’에서 주창했던 자원 순환의 철학을 21세기의 언어로 재현한 것이다. 이는 ‘제철코어’가 단순한 미식 트렌드를 넘어, 지구와 공존하기 위한 생태적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절기를 따라 삶의 리듬을 세우는 일이 현대 사회의 피로를 치유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물관은 전시와 연계해 지역 어르신들의 손맛을 배우는 ‘할머니의 절기밥상’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절기의 감각을 일깨우는 로컬 커뮤니티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0월 1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하늘의 시간을 읽어 땅을 살리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오늘날 ‘제철코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는지 확인시켜 주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