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다카이치 회담날 푸틴은 방중…동북아 뒤흔드는 '운명의 19일'

2026-05-18 19:57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마무리된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주 앉는다. 중국 외교부는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의 초청을 받아 오는 19일부터 이틀간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지 불과 나흘 만에 이루어지는 전격적인 행보로, 올해 푸틴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지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 측은 이번 만남이 양국 우호협력 조약 체결 25주년을 기념하는 정례적인 성격이라고 설명했으나, 외교가에서는 최근 긴밀해진 미·중 관계를 견제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지난 14일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물을 직접 확인하고 러시아의 입지를 재확인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무역 현안과 대만 문제 등을 논의하며 대화의 물꼬를 트자, 러시아 내부에서는 중·러 밀착 관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중국 측으로부터 미·중 간의 구체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정보를 직접 청취할 계획임을 숨기지 않았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에 대한 경제적, 군사적 의존도가 심화된 러시아가 미국과 중국의 관계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4년간 러시아는 서방의 고강도 경제 제재 속에서 중국을 유일한 탈출구로 삼아왔다.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동시에 민간과 군사 분야 모두에 활용 가능한 물자를 공급하며 러시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러시아 수입액의 3분의 1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할 정도로 대중 의존도는 위험 수준에 도달했으나, 중국의 전체 교역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비대칭적 관계 속에서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낼 경우, 국제사회에서 러시아가 고립될 위험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푸틴 대통령까지 연달아 베이징으로 불러들이며 자국의 외교적 위상을 극대화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가운데 중국이 안정적인 중재자이자 확실성의 원천으로 부각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중동 분쟁 등 글로벌 위기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행정부와 대비되는 책임감 있는 초강대국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 내부에서는 이번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자국이 글로벌 패권 경쟁의 중심축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로 삼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동북아시아의 외교 시계는 한반도에서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중·러 정상이 만나는 같은 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일정은 지난 1월 이 대통령의 일본 나라현 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으로, 양국 정상은 경제 협력과 국민 보호 등 민생 현안뿐만 아니라 중동 정세를 포함한 글로벌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동이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이번 회동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베이징과 안동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이번 정상 외교는 2026년 상반기 국제 정세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관계의 유화 국면 속에서 중·러 관계의 결속력을 시험하게 될 베이징 회담과, 셔틀 외교의 정착을 보여주는 안동 회담은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각국 정상들은 이번 연쇄 회동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급변하는 지역 정세 속에서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봄동비빔밥'에 진심인 당신…'제철코어' 열풍의 뿌리 찾았다

가 2030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잊힌 줄 알았던 24절기의 감각이 현대인의 취향과 만나 특별한 문화적 자산으로 소비되는 지금,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자연의 리듬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던 선조들의 통찰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 기획전 ‘이십사(二十四):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전시는 단순히 유물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측-전달-실천’이라는 세 가지 흐름을 통해 절기가 어떻게 우리 삶의 지도가 되었는지 추적한다. 1부 ‘관측: 하늘을 읽다’에서는 혼천의와 앙부일구 등 정교한 천문 기구를 통해 절기가 치밀한 과학의 산물이었음을 증명한다. 특히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거리에 설치한 해시계 앙부일구는, 누구나 ‘때’를 알고 삶의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려 했던 당시의 혁신적인 통치 철학을 보여주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2부 ‘전달: 삶으로 잇다’에서는 국가가 독점하던 천문 지식을 백성의 손으로 넘겨주려 했던 실학자들의 실사구시 정신을 조명한다. 보물 제2032호인 ‘혼개통헌의’는 실학자 유금이 만든 휴대용 천문계산기로, 이번 전시의 핵심 유물이다. 관람객들은 인터랙티브 체험을 통해 직접 별자리를 읽으며, 절기를 읽는 행위가 관의 영역을 넘어 개인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과정을 경험한다. 글을 모르는 백성들도 노래로 절기를 익힐 수 있게 했던 ‘농가월령가’ 역시 지식의 대중화를 꿈꿨던 실학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전시의 하이라이트인 3부 ‘실천: 땅을 살리다’는 과거의 지혜를 기후 위기 시대의 생태적 대안으로 연결하며 ‘제철코어’의 진정한 의미를 완성한다. 여기서는 단순히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자연의 순환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가는 현대판 실학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철에 맞춰 농사를 짓는 농부들과 지역 식재료로 계절의 맛을 구현하는 셰프들의 인터뷰는, 절기를 따르는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왜 필요한 감각인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특히 남양주 조안면 주민들과 협업해 전시장 내에 설치한 ‘생태변기’는 이번 전시의 파격적인 시도 중 하나다. 배설물을 버려지는 오물이 아닌 소중한 퇴비로 되돌리는 이 장치는, 박제가가 ‘북학의’에서 주창했던 자원 순환의 철학을 21세기의 언어로 재현한 것이다. 이는 ‘제철코어’가 단순한 미식 트렌드를 넘어, 지구와 공존하기 위한 생태적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절기를 따라 삶의 리듬을 세우는 일이 현대 사회의 피로를 치유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물관은 전시와 연계해 지역 어르신들의 손맛을 배우는 ‘할머니의 절기밥상’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절기의 감각을 일깨우는 로컬 커뮤니티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0월 1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하늘의 시간을 읽어 땅을 살리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오늘날 ‘제철코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는지 확인시켜 주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