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불가능 구조" 시설장 주장에 재판부 색동원 현장 검증
2026-05-15 18:43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재판부가 직접 현장을 찾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는 15일 오후,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시설장 김 모 씨의 범행 장소로 지목된 시설 내부를 90분간 꼼꼼히 살폈다. 이번 검증은 "발달장애인인 피해자들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시설 구조상 성폭행이 일어날 수 없다"는 피고인 측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재판부와 검찰, 양측 변호인은 피해자들이 범행 장소로 지목한 2층 복도와 생활실 등을 돌며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현장에서는 야간 근무 체계와 CCTV 사각지대를 둘러싼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복도 중앙의 소파를 가리키며 야간 당직자가 상주하기 때문에 범행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당직 근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설 측이 과거 CCTV 열람 요청을 거부해왔고 사건 발생 이후에야 감시 장비를 추가 설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재판장은 직접 당직자 소파에 앉아 시선을 옮겨가며 복도 끝 방까지 시야가 확보되는지, 입소자들의 동선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구조인지를 면밀히 점검했다.

폭행 도구로 사용된 유리컵의 존재 여부 역시 현장에서 확인되었다. 피해자들은 성폭행에 저항할 당시 김 씨가 식당에 있던 유리컵을 던졌다고 진술했으나, 시설 측은 안전상의 이유로 유리잔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맞서왔다. 하지만 수사 담당 경찰관은 지난해 압수수색 당시 식당에서 유리잔이 실제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재확인하며 시설 측 주장의 허점을 짚어냈다. 재판부는 식당 내부의 집기류 배치 상태를 확인하며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을 검토했다.

현장 검증을 마친 재판부는 원장실에서 CCTV 영상 녹화 시스템 등을 최종 점검한 뒤 일정을 마무리했다. 엄기표 부장판사는 현장을 떠나기 전 취재진에게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했음을 밝히며, 법정에서 피해자의 의사와 진술 내용이 어떻게 정의롭게 반영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날 확인한 공간 구조와 물리적 증거들을 바탕으로 피해 장애인들의 진술 신빙성을 최종 판단할 방침이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절개와 비움의 미학을 대변하는 핵심적인 소재였다. 이러한 동양적 관념을 현대적인 신체의 언어로 치환한 무대가 최근 서울의 중심부에서 펼쳐져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서울시발레단이 선보인 신작 '인 더 뱀부 포레스트'는 대나무 숲이라는 익숙한 배경을 빌려 현대인의 내면적 회복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무대는 고난과 혼돈에 매몰되었던 한 인간이 울창한 숲으로 들어서며 시작된다. 쓰러져 있던 주인공이 자연의 리듬과 동화되며 점차 자신의 내면을 정화하고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가는 과정은 총 6장에 걸쳐 역동적으로 전개되었다.이번 무대의 핵심은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무는 과감한 시도에 있었다. 무용수들은 발레의 상징인 토슈즈를 신은 채 우아한 동작을 선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무대를 누비며 현대무용의 자유로움과 한국무용 특유의 깊은 호흡을 쏟아냈다. 정형화된 발레의 문법을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대나무의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속성이 무용수들의 몸짓을 통해 시각화되었다.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빛난 무용수들의 투혼도 인상적이었다. 주역의 갑작스러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최목린은 신예답지 않은 장악력으로 무대를 채웠으며, 엄진솔은 남성 군무를 진두지휘하며 성장의 고통과 환희를 몸소 증명해냈다. 특히 고전 발레의 수직적 지향성을 깨고 무게중심을 바닥으로 툭 떨어뜨리는 파격적인 동작들은 거문고의 날카로운 선율과 맞물려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무대 위에서 터져 나오는 무용수들의 거친 숨소리는 극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호흡 공동체로 만들었다. 일상의 긴장 속에서 얕은 숨을 내쉬며 살아가는 현대 관객들은 무용수들이 내뱉는 깊은 날숨에 동화되는 경험을 했다.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을 허문 이 공명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관객 개개인의 숨통을 틔워주는 실질적인 치유의 순간으로 작용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서울시발레단은 이번 공연을 통해 창작 발레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양적인 정서를 박제된 전통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동시대의 감각으로 풀어낸 점이 돋보였다. 신체의 극한을 활용한 예술적 표현과 관객의 정서적 공감을 동시에 이끌어낸 이번 작품은 한국형 컨템퍼러리 발레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며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