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드메 아껴 집 사자" MZ세대 결혼 공식, 소비에서 투자로
2026-05-15 18:41
결혼을 앞둔 청년층 사이에서 전통적인 예물 공식이 무너지고 자산 형성을 위한 실용적 선택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과거 결혼의 상징이었던 고가의 명품 가방이나 화려한 보석 대신, 배당 수익과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을 매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결혼 준비 과정을 일회성 소비 이벤트로 치부하지 않고, 부부의 공동 자산을 형성하는 전략적 기회로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내년 결혼을 준비 중인 직장인 A씨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예비 신랑과 합의해 프러포즈용 명품 가방과 시계 구매를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그 비용인 약 3,600만 원으로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수해 공동 자산 운용을 시작했다. 명품은 시간이 지나면 중고 가치가 하락하는 사치품일 뿐이지만, 우량주 보유는 향후 신혼집 마련이나 대출 상환에 실질적인 보탬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예비부부들이 실속을 챙기게 된 배경에는 극심한 물가 상승과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이 있다. 신혼부부 플랫폼 메링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가 결혼 준비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신혼집 마련 등 금전 문제를 꼽았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주거 공간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되다 보니, 예식장이나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을 아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결혼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자산 형성이 절실한 세대의 합리적 생존 전략으로 보고 있다. 무리해서 명품을 건네며 체면을 차리기보다는, 자산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택 담보 대출 상환 등 실질적인 미래 설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결혼 준비의 중심축이 '보여주기'에서 '채우기'로 이동하면서, 예물 시장의 판도는 명품관에서 증권사와 금거래소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절개와 비움의 미학을 대변하는 핵심적인 소재였다. 이러한 동양적 관념을 현대적인 신체의 언어로 치환한 무대가 최근 서울의 중심부에서 펼쳐져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서울시발레단이 선보인 신작 '인 더 뱀부 포레스트'는 대나무 숲이라는 익숙한 배경을 빌려 현대인의 내면적 회복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무대는 고난과 혼돈에 매몰되었던 한 인간이 울창한 숲으로 들어서며 시작된다. 쓰러져 있던 주인공이 자연의 리듬과 동화되며 점차 자신의 내면을 정화하고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가는 과정은 총 6장에 걸쳐 역동적으로 전개되었다.이번 무대의 핵심은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무는 과감한 시도에 있었다. 무용수들은 발레의 상징인 토슈즈를 신은 채 우아한 동작을 선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무대를 누비며 현대무용의 자유로움과 한국무용 특유의 깊은 호흡을 쏟아냈다. 정형화된 발레의 문법을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대나무의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속성이 무용수들의 몸짓을 통해 시각화되었다.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빛난 무용수들의 투혼도 인상적이었다. 주역의 갑작스러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최목린은 신예답지 않은 장악력으로 무대를 채웠으며, 엄진솔은 남성 군무를 진두지휘하며 성장의 고통과 환희를 몸소 증명해냈다. 특히 고전 발레의 수직적 지향성을 깨고 무게중심을 바닥으로 툭 떨어뜨리는 파격적인 동작들은 거문고의 날카로운 선율과 맞물려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무대 위에서 터져 나오는 무용수들의 거친 숨소리는 극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호흡 공동체로 만들었다. 일상의 긴장 속에서 얕은 숨을 내쉬며 살아가는 현대 관객들은 무용수들이 내뱉는 깊은 날숨에 동화되는 경험을 했다.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을 허문 이 공명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관객 개개인의 숨통을 틔워주는 실질적인 치유의 순간으로 작용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서울시발레단은 이번 공연을 통해 창작 발레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양적인 정서를 박제된 전통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동시대의 감각으로 풀어낸 점이 돋보였다. 신체의 극한을 활용한 예술적 표현과 관객의 정서적 공감을 동시에 이끌어낸 이번 작품은 한국형 컨템퍼러리 발레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며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