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3사 '어닝 쇼크' 아닌 '서프라이즈'…역대급 실적

2026-05-12 21:04

 국내 유통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는 백화점 3사가 2026년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결과,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거센 유입과 하이엔드 명품 판매의 호조를 동력 삼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일제히 경신했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한국을 찾은 해외 쇼핑객들의 구매력이 커진 데다, 금융 자산 가치 상승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심리가 살아난 것이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적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롯데백화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롯데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7% 이상 급증한 1,912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 맏형의 저력을 과시했다. 매출액 역시 8,723억 원으로 집계되어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영업이익 1,410억 원, 매출 7,409억 원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7%, 12.4%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두 기업 모두 분기 실적으로는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유통가의 지형도를 새로 썼다.

 


현대백화점 역시 백화점 부문에서만 6,325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매출 기록을 세웠다.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뛴 1,358억 원으로 집계되어 수익성 개선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이러한 동반 상승세는 단순한 기저 효과를 넘어, 백화점이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외국인들에게는 필수 관광 코스로, 내국인들에게는 프리미엄 소비의 거점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실적 잔치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다. 올해 초부터 3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약 476만 명으로, 이는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K-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와 우호적인 환율 환경이 맞물리면서 백화점 내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141%까지 폭증했다. 특히 본점과 더현대 서울 등 주요 거점 점포의 경우 외국인 매출 비중이 전체의 20%를 상회할 정도로 커지며 실적 견인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고가 명품 카테고리의 지속적인 성장도 실적을 뒷받침했다. 3사 모두 명품 매출에서 30%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하이주얼리와 시계 품목의 매출은 50% 이상 급증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주식과 가상자산 등 금융 자산의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유함이 고가 제품에 대한 지출로 이어지는 '부의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백화점 업계의 이러한 상승 기류가 2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수 소비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제 항공 노선 증편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 분석가들은 국내 백화점들이 단순한 소매업을 넘어 글로벌 쇼핑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역대급 실적 행진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사람이 쓴 책 맞나요?\" 늑구 동화책이 부른 '딸깍 출판' 논란

들이 사건 종료 직후 서점가에 등장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소재 자체는 흥미롭지만, 집필과 편집에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빠른 출간 속도가 독자들의 의구심을 자아낸 것이다. 실제로 일부 도서에 AI 활용 사실이 명시되자 독자들 사이에서는 정성 어린 집필 과정이 생략된 저작물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며 출판 시장 전반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이러한 위기감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한 출판사가 AI를 활용해 1년 동안 무려 9,000권에 달하는 신간을 쏟아낸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는 인간 저자가 평생에 걸쳐도 도달하기 힘든 양으로, 기술의 힘을 빌린 대량 생산이 출판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른바 '딸깍 출판'으로 불리는 이러한 행태는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하고 다듬는 편집자의 역할을 무력화하며, 독자들이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사람이 쓴 것이 맞는지'를 먼저 의심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섰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도서관법 개정안은 AI가 생성한 도서의 무분별한 납본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출판사는 도서를 출간해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하면 일정액의 보상금을 받아왔는데, AI를 통해 기계적으로 찍어낸 책들까지 세금으로 보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이번 법안 통과는 단순히 보상금 문제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 인간의 창작물과 AI의 산출물을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민간 차원의 자정 노력도 구체화되고 있다. 일부 출판사는 책 표지에 '인간 저술 출판물(HAP)'임을 인증하는 보증 마크를 도입하며 독자 신뢰 회복에 나섰다. 이는 저자가 AI 문장을 그대로 베끼지 않았으며 표절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윤리 서약을 전제로 부여된다. AI 문고 시리즈를 발행하며 오해를 샀던 경험이 있는 출판사들이 앞장서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AI 시대에 인간의 정신문화 유산을 지키는 것이 출판사의 가장 시급한 생존 전략이 되었음을 시사한다.전문가들은 이제 출판 산업의 정의가 '콘텐츠 생산'에서 '신뢰 관리'로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책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단계를 넘어, 해당 콘텐츠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검증되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열린 긴급 포럼에서는 'AI 출판 표시제' 도입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기도 했다. 독자가 책을 구매하기 전 AI의 개입 정도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결국 AI와 공존해야 하는 시대에 출판계가 나아갈 방향은 기술의 배척이 아닌 투명한 책임 경영에 있다. 상업적인 대규모 AI 학습에 대한 보상 구조를 마련하고, 저작권법과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을 시대 변화에 맞게 정비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단순한 제작업을 넘어 책임 있는 지식을 공급하는 산업으로서의 본질을 회복할 때, 비로소 종이책은 AI 산출물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의 편리함 뒤에 숨은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2026년 대한민국 출판계가 마주한 가장 무거운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