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고 버티는 직장인들, 부작용에 업무 저하까지 '이중고'

2026-05-07 23:02

 대한민국 경제활동의 주축인 청년층 사이에서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으나, 이들을 보호해야 할 사회적 안전망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 내 과도한 경쟁과 성과 압박에 시달리는 2030 세대의 정신건강 악화는 개인의 삶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까지 갉아먹는 심각한 요인으로 부상했다. 특히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약물의 부작용이 업무 수행 능력을 떨어뜨리는 역설적인 상황까지 겹치면서 산업 현장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

 

정신질환을 앓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추세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병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근로자 중 승인을 받은 비율은 5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5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이는 신체적 부상과 달리 정신적 고통은 업무와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성향이나 가정사 등 외부 요인이 조금이라도 개입될 경우 산재 불승인 판정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아 근로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실제로 정신질환은 단일한 원인보다는 복합적인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입증 책임이 근로자에게 전가되는 현행 체계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어도 산재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이며, 이는 전체 질병 산재 신청 중 정신질환이 차지하는 미미한 비중으로 증명된다. 적절한 휴식과 치료의 기회를 박탈당한 근로자들은 결국 업무 효율 저하를 겪다가 휴직이나 퇴직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청년 세대의 항우울제 처방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 5년간 전체 항우울제 처방량은 30% 이상 늘어났는데, 그중에서도 30대와 20대의 증가율은 각각 70%와 50%를 상회하며 전 세대 중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치열한 취업난을 뚫고 입사한 뒤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나 경직된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청년들이 약물에 의존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마음병'이 기업 입장에서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우울증을 앓는 직장인이 자리에 앉아 있더라도 실제 업무 성과는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프레젠티즘' 현상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눈에 보이는 결근보다 훨씬 광범위한 생산성 저하를 유발하며, 기업의 중장기적인 인적 자원 관리와 국가 경쟁력 확보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가 정신건강 보호 체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인의 의지 문제로 치부해온 기존의 인식을 바꾸고, 산재 인정 기준을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근로자가 정당한 치료권을 보장받고 기업이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청년 세대의 정신적 붕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베네치아비엔날레 개막…한국 작가 요이 '본전시' 우뚝

s)'라는 주제 아래, 그동안 주류 미술계의 변두리에 머물렀던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전시장 전면에 배치했다. 전시장 입구 수로 위로 떠오른 앨리스 마허의 붉은 두상 조각들은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여성들의 해방을 상징하며 이번 전시의 성격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음악에서 슬픔과 섬세함을 상징하는 '단조'를 키워드로 내세운 이번 비엔날레는 거대 담론에 가려졌던 개별적 정체성들에 주목한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비엔날레 131년 역사상 최초로 아프리카계 총감독인 코요 쿠오가 기획을 맡았다는 점이다. 비록 쿠오 감독은 전시 개막 전 지병으로 별세했으나, 그가 남긴 유지는 전시장 곳곳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본전시에 참여한 111팀의 작가 중 아프리카 출신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인 20%에 달하며, 전시장 초입부터 노예제도의 비극과 아프리카의 정신문화를 다룬 압도적인 규모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는 서구 중심의 미술사 기술에서 벗어나 인류사의 어두운 이면을 응시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아프리카와 더불어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작가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이들 지역 작가의 비중은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5%를 기록하며 미술계의 지각변동을 증명했다. 반면 동아시아 작가들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는데, 한국 국적 작가로는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요이(류용은)가 유일하게 본전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요이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 언어로 소수자의 정체성을 풀어내며 전 세계 큐레이터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한국계 예술가들의 활약은 본전시 밖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재미교포 작가 마이클 주는 금속 구조물과 모빌을 결합한 대형 설치 작품을 통해 문명과 자연의 위태로운 균형을 시각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또한 갈라 포라스-김은 본전시관 옆 응용예술관을 단독으로 배정받아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과의 협업 전시를 선보였다. 유물에 담긴 역사적 맥락을 재해석하는 그녀의 작업은 박물관의 보존 방식에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전시의 구성 면에서는 현대미술의 주류로 자리 잡은 영상과 미디어 아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관람객의 집중력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감독은 참여 작가 수를 지난 행사의 3분의 1 수준으로 과감히 줄이는 결단을 내렸다. 또한 전시장 곳곳에 '오아시스'라는 이름의 휴게 공간을 배치해 관람객들이 긴 호흡의 영상 작품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러한 세심한 동선 설계는 작가 개개인의 서사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현장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주제의 반복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존재한다. 최근 몇 차례의 비엔날레가 여성과 이민자 등 소수자 담론을 연속적으로 다루면서 메시지가 다소 정형화되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팔레스타인 시인의 시를 전시 입구에 배치하는 등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예술의 자율성에 대한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쿠오 감독의 부재 속에 치러진 이번 비엔날레는 소수자 예술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동시에, 향후 국제 미술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묵직한 과제를 남긴 채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