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항소심 판사, 법원서 숨진 채 발견

2026-05-06 10:16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의 항소심 재판을 맡았던 신종오 서울고법 부장판사(55·사법연수원 27기)가 6일 숨진 채 발견됐다. 법조계는 주요 사건을 맡아온 현직 고법 부장판사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소방 당국에 따르면 신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시께 서울고등법원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은 현장에서 사망 사실을 확인한 뒤 경찰에 인계했다. 경찰은 현장 상황과 주변 정황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신 부장판사는 서울 출신으로 서울 상문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98년 사법연수원 27기를 수료했으며, 2001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서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울산지법,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고법,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등을 거치며 재판 실무를 맡아왔다.

 

법조계에서는 신 부장판사를 두고 원칙과 법리에 충실한 재판 스타일을 가진 인물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여러 사건에서 1심과 다른 결론을 내리며 법리 판단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주취 승객의 승차를 거부한 택시기사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경고처분 취소 소송에서는 1심의 원고 승소 판단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또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이 청소·소독 업무를 맡은 하청업체 직원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2023년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선정한 우수법관에 이름을 올렸다.

 


신 부장판사는 최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항소심 재판부를 이끌었다. 재판부는 지난달 선고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1심의 징역 1년 8개월보다 크게 무거워진 형량이다. 특히 2심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했고,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한 알선수재 혐의도 모두 유죄로 봤다.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을 심리한 재판장이 갑작스럽게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원 안팎의 충격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현재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 중이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베네치아비엔날레 개막…한국 작가 요이 '본전시' 우뚝

s)'라는 주제 아래, 그동안 주류 미술계의 변두리에 머물렀던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전시장 전면에 배치했다. 전시장 입구 수로 위로 떠오른 앨리스 마허의 붉은 두상 조각들은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여성들의 해방을 상징하며 이번 전시의 성격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음악에서 슬픔과 섬세함을 상징하는 '단조'를 키워드로 내세운 이번 비엔날레는 거대 담론에 가려졌던 개별적 정체성들에 주목한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비엔날레 131년 역사상 최초로 아프리카계 총감독인 코요 쿠오가 기획을 맡았다는 점이다. 비록 쿠오 감독은 전시 개막 전 지병으로 별세했으나, 그가 남긴 유지는 전시장 곳곳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본전시에 참여한 111팀의 작가 중 아프리카 출신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인 20%에 달하며, 전시장 초입부터 노예제도의 비극과 아프리카의 정신문화를 다룬 압도적인 규모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는 서구 중심의 미술사 기술에서 벗어나 인류사의 어두운 이면을 응시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아프리카와 더불어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작가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이들 지역 작가의 비중은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5%를 기록하며 미술계의 지각변동을 증명했다. 반면 동아시아 작가들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는데, 한국 국적 작가로는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요이(류용은)가 유일하게 본전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요이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 언어로 소수자의 정체성을 풀어내며 전 세계 큐레이터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한국계 예술가들의 활약은 본전시 밖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재미교포 작가 마이클 주는 금속 구조물과 모빌을 결합한 대형 설치 작품을 통해 문명과 자연의 위태로운 균형을 시각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또한 갈라 포라스-김은 본전시관 옆 응용예술관을 단독으로 배정받아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과의 협업 전시를 선보였다. 유물에 담긴 역사적 맥락을 재해석하는 그녀의 작업은 박물관의 보존 방식에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전시의 구성 면에서는 현대미술의 주류로 자리 잡은 영상과 미디어 아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관람객의 집중력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감독은 참여 작가 수를 지난 행사의 3분의 1 수준으로 과감히 줄이는 결단을 내렸다. 또한 전시장 곳곳에 '오아시스'라는 이름의 휴게 공간을 배치해 관람객들이 긴 호흡의 영상 작품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러한 세심한 동선 설계는 작가 개개인의 서사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현장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주제의 반복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존재한다. 최근 몇 차례의 비엔날레가 여성과 이민자 등 소수자 담론을 연속적으로 다루면서 메시지가 다소 정형화되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팔레스타인 시인의 시를 전시 입구에 배치하는 등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예술의 자율성에 대한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쿠오 감독의 부재 속에 치러진 이번 비엔날레는 소수자 예술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동시에, 향후 국제 미술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묵직한 과제를 남긴 채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