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심은 '근로' 지우고 103년 만에 되찾은 '노동절'
2026-04-30 18:03
대한민국에서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이라는 굴레를 벗고 '노동절'이라는 본래의 이름을 되찾아 법정공휴일로 처음 시행된다. 2026년 내일 맞이하는 노동절은 단순한 명칭의 수정을 넘어,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왜곡된 노동의 역사와 작별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노동의 가치를 국가가 공식 인정한 첫 번째 사례다. 1886년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된 8시간 노동 쟁취 투쟁의 역사가 140년 만에 한국 사회에서 온전한 법적 지위를 갖춘 기념일로 뿌리를 내리게 된 셈이다. 이번 변화는 노동을 국가를 위한 부역이나 단순한 경제 활동으로 치부하던 과거의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보편적 권리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우리나라 노동절의 역사는 시대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부침을 겪어왔다. 1923년 첫 행사가 열린 이후 노동절은 노동자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날이었으나,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은 이를 공산주의 선전 도구로 규정하며 날짜를 3월 10일로 옮겼다. 박정희 정권에 이르러서는 명칭마저 '근로자의 날'로 바뀌었고, 원래의 5월 1일은 노동과는 무관한 '법의 날'로 대체되는 수난을 겪었다. 이는 노동운동에 대한 국가적 적대감과 분단 상황을 이용한 이념적 낙인찍기가 결합된 결과였다. 1994년이 되어서야 날짜는 5월 1일로 돌아왔지만, '근로'라는 명칭은 여전히 국가 주도의 수동적 노동관을 대변하며 30년 넘게 유지되어 왔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을 핵심 국정 과제로 삼고 명칭 환원과 공휴일 지정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법적 명칭이 노동절로 바뀌었고, 올해부터는 모든 국민이 함께 쉬는 법정공휴일로 격상되었다. 이는 노동자가 시혜적 차원에서 하루 쉬는 대상을 넘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주체로서 마땅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제도적 선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이번 조치가 노동을 인간의 권리 실현과 연결된 숭고한 가치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특정 집단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기념일로서의 성격을 강조했다.

첫 번째 법정공휴일 노동절을 맞이하며 우리 사회는 이제 노동 존중의 가치를 일상의 법과 제도 속에서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명칭의 복원과 휴일 지정은 시작일 뿐이며, 이를 계기로 산업 현장의 안전 강화와 차별 없는 노동 환경 조성 등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26년 5월 1일은 대한민국이 노동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과거의 강제 동원적 노동관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s)'라는 주제 아래, 그동안 주류 미술계의 변두리에 머물렀던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전시장 전면에 배치했다. 전시장 입구 수로 위로 떠오른 앨리스 마허의 붉은 두상 조각들은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여성들의 해방을 상징하며 이번 전시의 성격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음악에서 슬픔과 섬세함을 상징하는 '단조'를 키워드로 내세운 이번 비엔날레는 거대 담론에 가려졌던 개별적 정체성들에 주목한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비엔날레 131년 역사상 최초로 아프리카계 총감독인 코요 쿠오가 기획을 맡았다는 점이다. 비록 쿠오 감독은 전시 개막 전 지병으로 별세했으나, 그가 남긴 유지는 전시장 곳곳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본전시에 참여한 111팀의 작가 중 아프리카 출신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인 20%에 달하며, 전시장 초입부터 노예제도의 비극과 아프리카의 정신문화를 다룬 압도적인 규모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는 서구 중심의 미술사 기술에서 벗어나 인류사의 어두운 이면을 응시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아프리카와 더불어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작가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이들 지역 작가의 비중은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5%를 기록하며 미술계의 지각변동을 증명했다. 반면 동아시아 작가들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는데, 한국 국적 작가로는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요이(류용은)가 유일하게 본전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요이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 언어로 소수자의 정체성을 풀어내며 전 세계 큐레이터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한국계 예술가들의 활약은 본전시 밖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재미교포 작가 마이클 주는 금속 구조물과 모빌을 결합한 대형 설치 작품을 통해 문명과 자연의 위태로운 균형을 시각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또한 갈라 포라스-김은 본전시관 옆 응용예술관을 단독으로 배정받아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과의 협업 전시를 선보였다. 유물에 담긴 역사적 맥락을 재해석하는 그녀의 작업은 박물관의 보존 방식에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전시의 구성 면에서는 현대미술의 주류로 자리 잡은 영상과 미디어 아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관람객의 집중력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감독은 참여 작가 수를 지난 행사의 3분의 1 수준으로 과감히 줄이는 결단을 내렸다. 또한 전시장 곳곳에 '오아시스'라는 이름의 휴게 공간을 배치해 관람객들이 긴 호흡의 영상 작품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러한 세심한 동선 설계는 작가 개개인의 서사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현장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주제의 반복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존재한다. 최근 몇 차례의 비엔날레가 여성과 이민자 등 소수자 담론을 연속적으로 다루면서 메시지가 다소 정형화되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팔레스타인 시인의 시를 전시 입구에 배치하는 등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예술의 자율성에 대한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쿠오 감독의 부재 속에 치러진 이번 비엔날레는 소수자 예술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동시에, 향후 국제 미술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묵직한 과제를 남긴 채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