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스·트레일블레이저 200만대 대박, 한국GM 노사 훈풍 부나

2026-04-30 18:14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철수설이 본사의 대규모 투자 결정과 생산 현장의 활기로 인해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GM 본사는 최근 한국 사업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총 8,8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확정하며 한국 시장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행동으로 입증했다. 이는 지난해 말 발표했던 공장 성능 향상 계획에 생산 설비 고도화와 안전 인프라 개선을 위한 추가 재원이 더해진 결과다. 아시프 카트리 GM 해외사업부문 부사장은 창원 공장을 직접 방문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철수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시장의 의구심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이러한 사측의 적극적인 행보에 발맞춰 한국GM 노조도 내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위한 구체적인 요구안을 마련하며 본격적인 협상 준비에 들어갔다.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최근 대의원 대회를 통해 조합원 1인당 약 3,000만 원의 성과급 지급과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을 골자로 하는 요구안을 확정했다. 노조는 지난해 거둔 12조 6,000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매출을 근거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생존권을 위해 파업을 불사했던 과거의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성과 공유를 지향하는 변화된 분위기를 반영한다.

 


현장의 생산 열기는 노조의 이러한 강력한 요구를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동력이 되고 있다. 창원과 부평 공장에서 생산되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수요를 기록하며 누적 생산량 200만 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한국GM 전체 누적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치로, 한국 사업장이 GM의 글로벌 소형 SUV 생산 거점으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장 관계자들은 쏟아지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해도 대기 물량을 해소하기 벅찰 정도라며 현장의 뜨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GM이 설계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 모델들이 미국 시장에서 소형 SUV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특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국내 완성차 수출 1위 자리를 지키며 한국 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동우 생산 부문 부사장은 첨단 자동화 설비와 세계적 수준의 품질 관리 시스템이 결합된 결과라며, 한국 사업장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내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조립 공장을 넘어 핵심 엔지니어링 거점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조는 이번 요구안에 성과급 외에도 미래차 물량의 국내 배정과 이익잉여금의 절반 이상을 국내에 재투자할 것을 명시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사측이 발표한 투자가 당장의 생산 설비 개선에 집중되어 있다면, 노조는 장기적인 고용 안정을 위한 미래차 라인업 확보를 요구하고 있어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실제 교섭 과정에서 지속 가능성 여부를 두고 충돌할 경우, 언제든 다시 극한 대립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올해 임단협은 한국GM이 고질적인 노사 갈등의 고리를 끊고 진정한 상생 모델로 거듭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측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업 의지를 보였고, 노조는 기록적인 경영 성과에 걸맞은 보상을 요구하며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됐다. 1,600여 개 협력사와 연간 5조 원 이상의 산업 생태계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GM의 노사 결정은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양측이 실리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내어 글로벌 시장의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베네치아비엔날레 개막…한국 작가 요이 '본전시' 우뚝

s)'라는 주제 아래, 그동안 주류 미술계의 변두리에 머물렀던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전시장 전면에 배치했다. 전시장 입구 수로 위로 떠오른 앨리스 마허의 붉은 두상 조각들은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여성들의 해방을 상징하며 이번 전시의 성격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음악에서 슬픔과 섬세함을 상징하는 '단조'를 키워드로 내세운 이번 비엔날레는 거대 담론에 가려졌던 개별적 정체성들에 주목한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비엔날레 131년 역사상 최초로 아프리카계 총감독인 코요 쿠오가 기획을 맡았다는 점이다. 비록 쿠오 감독은 전시 개막 전 지병으로 별세했으나, 그가 남긴 유지는 전시장 곳곳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본전시에 참여한 111팀의 작가 중 아프리카 출신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인 20%에 달하며, 전시장 초입부터 노예제도의 비극과 아프리카의 정신문화를 다룬 압도적인 규모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는 서구 중심의 미술사 기술에서 벗어나 인류사의 어두운 이면을 응시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아프리카와 더불어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작가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이들 지역 작가의 비중은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5%를 기록하며 미술계의 지각변동을 증명했다. 반면 동아시아 작가들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는데, 한국 국적 작가로는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요이(류용은)가 유일하게 본전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요이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 언어로 소수자의 정체성을 풀어내며 전 세계 큐레이터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한국계 예술가들의 활약은 본전시 밖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재미교포 작가 마이클 주는 금속 구조물과 모빌을 결합한 대형 설치 작품을 통해 문명과 자연의 위태로운 균형을 시각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또한 갈라 포라스-김은 본전시관 옆 응용예술관을 단독으로 배정받아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과의 협업 전시를 선보였다. 유물에 담긴 역사적 맥락을 재해석하는 그녀의 작업은 박물관의 보존 방식에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전시의 구성 면에서는 현대미술의 주류로 자리 잡은 영상과 미디어 아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관람객의 집중력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감독은 참여 작가 수를 지난 행사의 3분의 1 수준으로 과감히 줄이는 결단을 내렸다. 또한 전시장 곳곳에 '오아시스'라는 이름의 휴게 공간을 배치해 관람객들이 긴 호흡의 영상 작품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러한 세심한 동선 설계는 작가 개개인의 서사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현장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주제의 반복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존재한다. 최근 몇 차례의 비엔날레가 여성과 이민자 등 소수자 담론을 연속적으로 다루면서 메시지가 다소 정형화되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팔레스타인 시인의 시를 전시 입구에 배치하는 등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예술의 자율성에 대한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쿠오 감독의 부재 속에 치러진 이번 비엔날레는 소수자 예술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동시에, 향후 국제 미술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묵직한 과제를 남긴 채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