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적 분노' 지시, 중국 은행 세컨더리 제재 경고

2026-04-30 18:28

 미국과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마주 앉을 베이징 정상회담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제 사회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5월 12일부터 나흘간 베이징에서 만나 지난해 부산 회담 이후 켜켜이 쌓인 난제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 베이징 현지 미대사관 인근의 주요 숙박 시설은 일반 예약을 중단하고 국빈 맞이 준비에 돌입했으며, 양국 외교 채널은 의제 조율을 위해 밤낮없이 움직이고 있다. 이번 만남은 이란 문제부터 대만, 인공지능, 핵심 광물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는 '지뢰밭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의 전초전은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시작되었다. 미 재무부는 최근 이란산 원유를 대규모로 사들인 중국 다롄의 정유업체를 제재 명단에 올리며 중국의 숨통을 조였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른 것임을 명확히 하며, 중국 금융권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는 중동 내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중국이 협조할 것을 강요하는 강력한 압박 카드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어떤 응답을 내놓을지가 이번 회담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다. 중국은 최근 10년 만에 국공회담을 성사시키며 대만 내 대화 여론을 부각하는 등 여론전에 나섰다. 베이징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대만 독립 반대'라는 확답을 받아내 미국의 무기 판매를 저지하려 하지만, 대만 측은 자국의 운명이 강대국의 협상 테이블에서 결정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대만 지지 수위와 중국의 핵심 이익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양국 정상이 어떤 타협점을 찾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충돌이 예상된다. 미국 상무부가 중국 반도체 기업에 장비 선적 중단을 명령하고 하원에서 기술 통제 법안을 통과시키자, 중국은 즉각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수합병을 불허하며 맞불을 놓았다. 특히 중국은 공급망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미국의 수출 통제에 협조하는 기업에 보복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배수진을 쳤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은 이번 회담에서 가장 해결이 어려운 난제로 꼽힌다.

 


중국은 자원 무기화라는 강력한 반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중국 당국은 희토류를 포함한 17개 핵심 광물의 세계 1위 생산량을 강조하며 미국의 산업 기반을 위협하고 나섰다. 미국 GDP의 상당 부분이 희토류 관련 산업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정조준한 행보로 해석된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통제할 경우 미국 내 첨단 산업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으며, 시진핑 주석은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의 기술 제재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 이후의 연쇄적인 정상 외교 일정은 동북아 정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떠난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이 예정되어 있으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과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접촉이 빈번했던 전례를 볼 때, 이번에도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외교적 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제안된 천단 참관 등 화려한 의전 뒤에는 이처럼 차가운 국제 정치의 계산과 전략적 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베네치아비엔날레 개막…한국 작가 요이 '본전시' 우뚝

s)'라는 주제 아래, 그동안 주류 미술계의 변두리에 머물렀던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전시장 전면에 배치했다. 전시장 입구 수로 위로 떠오른 앨리스 마허의 붉은 두상 조각들은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여성들의 해방을 상징하며 이번 전시의 성격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음악에서 슬픔과 섬세함을 상징하는 '단조'를 키워드로 내세운 이번 비엔날레는 거대 담론에 가려졌던 개별적 정체성들에 주목한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비엔날레 131년 역사상 최초로 아프리카계 총감독인 코요 쿠오가 기획을 맡았다는 점이다. 비록 쿠오 감독은 전시 개막 전 지병으로 별세했으나, 그가 남긴 유지는 전시장 곳곳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본전시에 참여한 111팀의 작가 중 아프리카 출신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인 20%에 달하며, 전시장 초입부터 노예제도의 비극과 아프리카의 정신문화를 다룬 압도적인 규모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는 서구 중심의 미술사 기술에서 벗어나 인류사의 어두운 이면을 응시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아프리카와 더불어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작가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이들 지역 작가의 비중은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5%를 기록하며 미술계의 지각변동을 증명했다. 반면 동아시아 작가들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는데, 한국 국적 작가로는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요이(류용은)가 유일하게 본전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요이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 언어로 소수자의 정체성을 풀어내며 전 세계 큐레이터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한국계 예술가들의 활약은 본전시 밖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재미교포 작가 마이클 주는 금속 구조물과 모빌을 결합한 대형 설치 작품을 통해 문명과 자연의 위태로운 균형을 시각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또한 갈라 포라스-김은 본전시관 옆 응용예술관을 단독으로 배정받아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과의 협업 전시를 선보였다. 유물에 담긴 역사적 맥락을 재해석하는 그녀의 작업은 박물관의 보존 방식에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전시의 구성 면에서는 현대미술의 주류로 자리 잡은 영상과 미디어 아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관람객의 집중력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감독은 참여 작가 수를 지난 행사의 3분의 1 수준으로 과감히 줄이는 결단을 내렸다. 또한 전시장 곳곳에 '오아시스'라는 이름의 휴게 공간을 배치해 관람객들이 긴 호흡의 영상 작품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러한 세심한 동선 설계는 작가 개개인의 서사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현장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주제의 반복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존재한다. 최근 몇 차례의 비엔날레가 여성과 이민자 등 소수자 담론을 연속적으로 다루면서 메시지가 다소 정형화되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팔레스타인 시인의 시를 전시 입구에 배치하는 등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예술의 자율성에 대한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쿠오 감독의 부재 속에 치러진 이번 비엔날레는 소수자 예술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동시에, 향후 국제 미술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묵직한 과제를 남긴 채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