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하사비스 CEO 접견… '글로벌 AI 허브' 협력

2026-04-27 18:58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를 접견하고 대한민국이 추진 중인 '글로벌 AI 허브' 사업의 핵심 파트너로 참여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하사비스 CEO는 단백질 구조 예측 AI인 '알파폴드' 개발 공로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거머쥔 인물로, 이번 만남은 한국의 AI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다. 이 대통령은 국제기구와 민관이 협력하는 글로벌 AI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이에 하사비스 CEO는 한국의 선도적인 AI 의제 추진력을 높이 평가하며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내비쳤다.

 

양측은 AI 기술이 가져올 인류의 번영과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AI가 저성장과 기후 위기, 의료 문제 등 난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지만, 전쟁 무기화나 빈부 격차 심화라는 위험 요소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AI로 인한 일자리 상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년 전부터 주장해 온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하사비스 CEO 역시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제 모델과 부의 재분배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며, 국가 서비스에 자본시장 원리를 접목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의 실질적인 성과로 구글은 연내 세계 최초의 '서울 구글 AI 캠퍼스'를 개소하기로 확정했다. 이는 구글이 특정 국가에 AI 전문 캠퍼스를 세우는 첫 사례로, 한국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본격화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풀이된다. 하사비스 CEO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응해 최소 10명의 구글 핵심 연구진을 한국에 파견하기로 약속했다. 이들은 국내 연구진과 함께 바이오, 미래 에너지, 기상 등 과학기술 전반에서 협력하며 한국의 연구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범국가 프로젝트인 'K-문샷'과 딥마인드의 협력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K-문샷 프로젝트는 2035년까지 첨단 바이오와 우주, 양자 등 8대 국가 미션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딥마인드의 과학 AI 역량은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번 만남이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국내 산업과 청년 연구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결실로 이어지도록 철저한 후속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술적 안전장치에 대한 논의도 심도 있게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구글의 AI 프로그램인 '제미나이'를 직접 사용하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AI의 예기치 못한 행동에 대해 언급하자, 하사비스 CEO는 '가드레일'이라 불리는 안전장치의 필수성을 강조했다.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가 다가올수록 통제 가능한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공동 과제라는 점에 두 사람은 뜻을 같이했다. 이는 한국이 AI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윤리적 기준 마련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하사비스 CEO는 접견에 앞서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역사적인 대국을 기념하는 바둑판을 이 대통령에게 선물하며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샘 올트먼, 젠슨 황, 손정의 등 글로벌 AI 리더들을 잇달아 만나며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번 딥마인드와의 협력을 발판 삼아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AI 국가로 변모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청와대는 글로벌 리더들과의 네트워크를 산업 현장의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치환하기 위한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양곡창고의 변신, 도고 아트홀 방문객 140% 급증

로 쓰였던 이 공간은 이제 곡식 대신 예술의 향기를 채우는 문화 저장고로 변모했다. 2014년 코미디라는 특화된 장르로 첫발을 내디뎠던 이곳은 2024년 여름, '도고 아트홀'이라는 새 이름을 얻으며 보다 폭넓은 예술을 수용하는 복합 문화 거점으로 재탄생했다. 낡은 벽돌 사이로 흐르는 과거의 기억은 현대적인 감각의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며 방문객들에게 묘한 향수와 설렘을 동시에 선사한다.아트홀의 핵심 동력은 169석 규모로 설계된 아담하면서도 알찬 공연장이다. 이곳에서는 매주 주말마다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화려한 서커스부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인형극, 눈을 뗄 수 없는 마술쇼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라인업이 무대에 오른다. 대도시의 대형 공연장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 배우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밀착형 공연은 이곳만의 전매특허다. 관객들은 무대 위 예술가들과 실시간으로 호흡하며 단순한 관람객 이상의 유대감을 경험하게 된다.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3,000원이라는 믿기 힘든 관람료 정책이다. 고물가 시대에 커피 한 잔 가격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파격적이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는 문화적 소외를 겪기 쉬운 면 단위 지역 주민들에게 문턱을 낮추어 예술을 일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경제적 부담 없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주말 나들이 코스로 이곳을 선택할 수 있는 배경에는, 예술의 공공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는 운영 철학이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다.이러한 진심은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140%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하며 지역 문화 지형도를 새롭게 그렸다. 조용하던 온천 마을은 주말이면 공연을 보러 온 외지인들과 지역민들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한때 폐허처럼 방치될 뻔했던 양곡창고가 이제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지역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는 앵커 시설로 완벽히 자리 잡은 셈이다. 방문객들의 폭발적인 증가는 도고 아트홀이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었음을 시사한다.운영 주체인 아산문화재단은 늘어나는 수요에 발맞춰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6월부터 전격 도입되는 온라인 예매 시스템은 그동안 현장 발권의 불편함을 겪었던 방문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전국 어디서든 클릭 몇 번으로 도고의 공연 좌석을 미리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었다는 지적을 받아온 입장료의 현실화 방안도 조만간 공론화될 예정이다. 이는 안정적인 운영 재원을 확보하고 더 질 높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도고 아트홀은 이제 새로운 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양곡창고의 골조를 그대로 살린 전시관과 세련된 카페 공간은 공연 시간 외에도 방문객들이 머물 수 있는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지역 예술가들에게는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고, 관람객들에게는 문화 향유의 즐거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예술로 승화시킨 이 공간은 오늘도 낡은 문을 열고 사람들을 맞이하며 도고의 새로운 문화 연대기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