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풍선처럼 부푼 무릎 공개하며 투혼의 복귀

2026-04-23 17:54

 한국인 유럽 진출의 선구자로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박지성이 은퇴 후 10여 년 만에 다시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에 섰다. 비록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가 보여준 투혼은 현역 시절 못지않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지성은 선수 시절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탓에 은퇴 이후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심각한 무릎 통증에 시달려왔다. 연골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그의 무릎 상태는 축구는커녕 가벼운 달리기조차 사치로 느껴질 만큼 악화되어 있었으며, 이는 한국 축구의 영광을 위해 그가 지불한 가혹한 대가였다.

 

지난해 열렸던 이벤트 경기 이후 박지성은 며칠 동안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할 정도의 후폭풍을 겪으며 신체적 한계에 부딪혔다. 당초 이번 OGFC 경기에서도 그는 선수 대신 코치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절친한 동료 에브라의 제안과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고심 끝에 출전을 결심했다. 박지성은 단 몇 분이라도 제대로 뛰기 위해 과거 카를레스 푸욜이 효과를 보았던 줄기세포 시술을 받기로 결정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이는 단순히 경기에 뛰기 위한 선택을 넘어, 남은 생의 보행 건강을 건 도박과도 같은 도전이었다.

 


최근 공개된 영상 속 박지성의 무릎 상태는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시술 직후 그의 무릎은 마치 풍선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으며, 다리를 90도로 굽히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박지성 본인조차 현역 시절 수많은 부상을 겪었지만 이 정도로 심하게 부어오른 적은 없었다며 고통스러운 밤을 보냈음을 고백했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통증과 싸우며 진행된 재활 과정은 그가 과거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보여주었던 지치지 않는 체력의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했다.

 

고통스러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박지성은 마침내 수원삼성블루윙즈 레전드 매치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 막판 교체 투입된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을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공간 침투와 수비 전환 시의 폭발적인 스프린트를 선보이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열광시켰다. 10분이라는 시간은 짧았지만, 박지성이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준 움직임은 그가 여전히 축구 지능과 열정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했다. 팬들은 그가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박수갈채를 보내며 전설의 귀환을 환영했다.

 


다행히 이번 경기를 마친 뒤의 예후는 과거보다 훨씬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술과 재활의 효과 덕분인지 경기 다음 날에도 무릎이 크게 붓지 않았으며, 박지성 스스로도 컨디션에 만족감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단 한 번의 시술로 완벽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이르지만, 축구공 근처에도 가기 힘들었던 과거에 비하면 기적에 가까운 변화다. 박지성은 이번 매치를 기점으로 향후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이어가며 조금씩 그라운드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지성의 이러한 행보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자신을 기억해 주는 팬들에 대한 최고의 예우이자 보답으로 풀이된다. 무릎을 당겨 써서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진단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 시술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자처하며 다시 피치 위에 선 그의 모습은 진정한 리더의 품격을 보여준다. 한국 축구의 전성기를 열었던 그의 무릎은 이제 영광의 상처를 넘어 새로운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박지성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치료와 훈련을 병행하며 레전드로서의 소임을 다할 예정이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뮤지엄 산 이배 숯으로 빚은 거대한 사유의 장

이배 작가의 개인전 '앙 아땅당(En attendant, 기다리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의 건축 철학인 공간, 예술, 자연을 한국적인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며 본관에서 야외 가든에 이르기까지 전 공간을 하나의 거대한 사유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1989년 프랑스 이주 이후 30여 년간 숯의 물성에 천착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물질적 실험을 넘어선 존재론적 성찰을 보여준다.전시의 핵심 주제인 '기다림'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닌 새로운 생성이 일어나기 전의 능동적인 에너지를 의미한다. 작가에게 숯은 나무가 불이라는 혹독한 과정을 거쳐 형태를 잃고 다시 태어난 물질로,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변화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숯의 형성 과정은 작가가 지향하는 예술적 태도와 맞닿아 있다. 관람객들은 전시실을 이동하며 작품 사이를 걷는 행위를 통해 작가가 응축해온 시간의 무게를 체감하게 된다. 이는 정지된 감상이 아닌 공간과 신체가 상호작용하며 완성되는 입체적인 예술 경험을 지향한다.뮤지엄 본관 입구에 설치된 대작 '불로부터(Issu du feu)'는 관람객을 압도하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높이 8m에 달하는 이 작품은 7t의 무게감을 지닌 숯의 덩어리로, 과거 뉴욕 록펠러 센터에서 선보였던 작업의 확장된 형태다. 전통적으로 정화와 치유를 상징하는 숯의 의미를 되새기며 전시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자연의 순환 고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어지는 로비 공간에서는 자연광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는 '붓질' 시리즈 16점이 배치되어, 실내 건축과 외부 풍경이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장관을 연출한다.전시의 중반부는 흑과 백의 대비를 통해 동양적 사유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청조갤러리 1, 2관은 모든 빛을 흡수하는 심연으로서의 검은색과 비어 있음으로써 충만한 흰색이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 특히 3관 '비커밍'에서는 작가의 근원적 정체성인 '농부의 아들'에 주목한 설치 작업이 눈길을 끈다. 경북 청도 작업실의 흙을 직접 옮겨와 구현한 논 설치물과 9m 대형 스크린의 영상은 예술 행위가 결국 땅의 리듬과 자연의 순환이라는 삶의 기원과 연결되어 있음을 가시화한다.야외 가든으로 이어지는 전시의 대미는 10m 규모의 브론즈 조각 '붓질' 6점이 장식한다. 실내에서 응축되었던 숯의 사유는 탁 트인 야외 공간으로 나와 주변 산세 및 건축물과 호응하며 확장된 풍경을 완성한다. 공기와 빛, 계절의 흐름 속에 놓인 조각들은 자연과 예술이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관람객들에게 해방된 감각을 선사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가 단순한 작품 나열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자기 성찰과 예술의 본질을 찾아가는 물리적 시간의 기록임을 강조하며 관람객들에게 삶의 본질을 돌아볼 것을 권한다.이번 기획전은 회화와 조각을 넘어 설치와 영상까지 아우르는 압도적인 규모로 이배 예술의 총체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귀한 기회다. 뮤지엄 산은 전시 기간 중 작가와의 대화 및 예술 명상 프로그램 등 관람객들이 작품의 철학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연계 행사를 병행한다. 숯이라는 소멸의 물질이 예술가의 손을 거쳐 영원한 생명력을 얻는 과정은 방문객들에게 기다림의 가치와 존재의 무게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